[TEN 초점] K팝의 또 다른 확장 방식, OEM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마마무, EXID, 우주소녀(왼쪽부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중국과 교류 중인 소속사들

마마무, EXID, 우주소녀(왼쪽부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중국과 교류 중인 소속사들

누군가 K팝의 특징을 묻는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아이돌 산업이다. 노래, 춤, 연기 심지어 작사나 작곡 능력까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아이돌이 K팝 한류 인기의 선봉장이다. 만능 아이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 탄생을 위한 K팝 특유의 트레이닝 시스템이 K팝의 진짜 특징으로 꼽힌다.

현재 K팝은 중국과 일본을 가장 큰 시장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언제 거품이 빠질지 모르는 두려움도 있다. 한류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한류스타 몇 명의 인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중국 현지 엔터테인먼트와 합병이나 MOU 체결을 통해 중국 진출을 도모하는 기획사도 늘어났다. EXID 소속사 예당 엔터테인먼트는 중국 미디어 그룹과 손잡고 바나나컬쳐로 사명을 변경했고,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위에화엔터테인먼트와 한중 합작 걸그룹 우주소녀를 데뷔시켰다. 단순히 국내 아티스트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서 적극적 교류를 시도하는 것이다.

RBW 공동 대표이자 2014년 저작권료 수입 1위 작곡가 김도훈도 시스템으로서 한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최근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빠른 시간 안에 한국 음악과 비슷해질 것”이라며 “아티스트를 수출하는 것보다 지금 가진 기술을 수출해서 중국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한국 아티스트를 중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RBW는 아티스트 진출 대신 자신들의 기술력과 프로듀싱 능력을 바탕으로 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확립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콘텐츠 제작 전문 회사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와 WA엔터테인먼트가 합병돼 RBW(레인보우브릿지월드)로 재탄생되면서 본격 출발을 알린 것.

RBW는 이후 K-POP 프로듀서를 지속적으로 영입하며 시스템을 강화했다. 현재 김도훈 작곡가를 비롯해 황성진, 이상호, 권석홍, 서용배, 최용찬, 윤영준, 박우상, 임상혁, 송준호, 코스믹 사운드 등이 소속돼 활동 중이다. 이들은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방식을 적용해 자사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국내외 타사 아티스트들까지 ‘K팝 인큐베이팅 시스템(RBW Artist Incubating System, RAISE)’으로 제작한다. 기존 기획사는 여러 작곡가에게서 곡을 받아 적합한 곡을 찾는 식이라면, RBW는 담당 프로듀서를 정해 시스템 안에서 아티스트를 키운다.

RBW가 RAISE 시스템으로 제작한 국내외 가수들

RBW가 RAISE 시스템으로 제작한 국내외 가수들

대표적인 성과가 마마무다. 마마무는 RBW가 레인보우 브릿지 에이전시일 때 구성돼 김도훈 대표의 전담 프로듀싱으로 탄생된 결과물이다. 레인보우 브릿지 에이전시의 장점과 WA엔터테인먼트의 장점을 합친 시너지가 그대로 통한 것. RBW의 OEM 방식 인큐베이팅 시스템도 모태 회사들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와 시스템화시킨 것이다.

실제로 RBW가 OEM방식으로 탄생시킨 해외 아티스트들도 현재 활동 중이다. 인도네시아 데뷔한 보이그룹 S4는 인도네시아 음악차트 1위에 올랐다. 베트남 걸그룹 라임(LIME), 데뷔 예정인 베트남 남자 솔로 퉁리, 중국 7인조 걸그룹 세븐 센스(SEVEN SENSE)’, 여자 솔로 가수 린(LYN)이 있다. 일본에서 데뷔한 코드브이도 오리콘 차트 8위에 올랐다. 모두 국내 가수가 진출해 얻은 성과가 아닌 RBW의 시스템으로 탄생시킨 현지 가수다. 이밖에도 인도네시아 7인조 걸그룹 S.O.S과 데뷔 예정인 중국 6인조 보이그룹 프라이데이(FRIDAY), 11인조 걸그룹 S.I.N.G이 있다.

RBW의 공동대표인 김진우 대표는 “RBW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캐스팅부터 마케팅까지 아티스트 제작에 필요한 모든 업무 요소를 효율적으로 시스템화 시킨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더욱 연구 개발하여 국내외 OEM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제 가수가 아닌 시스템의 차례다. K팝의 또 다른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RBW, 스타쉽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