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BIFF ‘보이콧’과 서병수의 ‘찌라시’

[텐아시아=정시우 기자]영화감독 방은진1“이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방은진 감독이 스크랩해 온 신문을 꺼내들었다. 이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소위 ‘찌라시’라고 합니다. 부산시가 직접 만든 전단이 부산 지역에서 돌고 있다고 합니다. 부산시민들이 이 ‘찌라시’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부산시가 돌렸다는 정체불명의 ‘찌라시’, 그러니까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민 모두의 재산입니다>라는 제목의 이 ‘찌라시’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일까. 확인결과, 일부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파행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 영화제의 자율성을 수호하려는 시도는 ‘일부 영화권력자의 놀이터’ 지키기라는 것, 영화제는 부산시민이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부산시민으로부터 빼앗아가려는 세력이 있다는 양 교묘하게 지역감정을 조장한 ‘찌라시’다.

방은진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이 “(부산시는) 부산시민과 서울 영화인들을 가르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나선 이유다. 부산시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꼼수’에 영화계가 우려를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 프레임 뒤집고 있는 서병수 부산 시장의 꼼수

시작은 ‘다이빙벨’이었다. 부산시와 영화인들의 갈등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2014년 10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양쪽 갈등은 서 시장이 지난달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임기도 지난달 끝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반전은 바로 여기에서 일어났다. 서병수 시장이 정관개정을 문제 삼으며 프레임을 뒤집기 시작한 것. 서병수 시장은 지난 2월 25일 열린 영화제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용관 당시 집행위원장이 의결권을 가진 자문위원 68명을 ‘기습적’으로 신규 위촉해 총회 의결권을 왜곡했다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절차상 문제 있는 자문위원들이 총회 의결권을 장악해 불합리하게 정관을 고치려 한다고 주장하며 부산 시민을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병수 시장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신규 자문위원은 최동훈, 류승완, 변영주, 정윤철, 김대승, 이미연, 방은진 감독과 배우 유지태, 하정우 그리고 제작자 오정완, 이준동, 최재원, 김조광수 등이다.

# 영화인들, 보이콧 카드 꺼냈다
영화인
사태가 심각해지자,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비대위) 측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영화인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법적 대응까지 나서면서 영화제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영화제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영화인들마저 영화제를 장악하려 모여든 불순 외부 세력처럼 몰아가더니 심지어 각종 매체를 통해 서울의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음해성 유언비어까지 퍼뜨리며 망국적인 지역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사퇴를 즉각 실행하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에 전향적 자세로 나설 것 ▲부산국제영화제 신규 위촉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철회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중단할 것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총회 의결 없는 집행위원장 해촉 등 영화제를 훼손한 일련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 영화인들, 너무 단순하고 순진했나.

고문 이춘연

고문 이춘연

이날 이춘연 대표의 말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했다. 이춘연 대표는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우리 영화인들이 너무 단순하고 순진하지 않나 생각했다”는 고백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 번 원칙을 정하면 그것만 향해 달려가는 영화인들이 아무데나 말 바꿔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정치인과 싸우려고 하니 힘이 든다. 부산시가 자격도 없는 일부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장악하려고 한다는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영화제를 장악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겠나. 이용관을 추종하는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좌지우지 하려고도 한다는데 이용관을 추종하지 않는다. 제가 선배인데도 이용관은 제 영화 안 틀어준다”고 농을 던지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다. ‘영화제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요구하는대로 안 되면 우리 같은 대표들도 영화인들을 설득할 명분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읍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레드카펫 보이콧, 합의된 것인가.

나우필름 대표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이준동

이날 뜨거운 감자는 역시나 영화인들의 레드카펫 보이콧이었다. 이날 이준동 대표는 “명백한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이 사안에 영화인들이 모두 합의가 된 것일까.

이에 정윤철 감독은 “집행부 차원에서는 결의가 됐다. 해당 문제의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감독들의 여론이나 지금까지 참아왔던 여러 가지 감정들을 볼 때, 그 결과는 당연히 하나로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영화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고스란히 감지할 수 있는 말이었다.

# 임시총회에 이목집중

공동대표 고영재

공동대표 고영재

부산국제영화제는 임시총회를 통한 정관개정을 원하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최를 위해 늦어도 3월 말까지는 해당 내용이 완료되어야 한다.

고영재 대표는 “임시총회가 이뤄질 수 있느냐의 판단 여부가 적어도 이달 안에 정해질 것이다. 임시총회의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병수 부산시장 본인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에서 사퇴하려면 이는 정관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며 “이제는 서병수 시장이 입장을 밝힐 차례다. 우리가 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서병수 시장에게 넘어갔다. 그분이 독립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입장을 밝히는 순간 우리의 향후 행동이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서예진 기자 yejin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