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무장해제 10분전

“겉보기에는 이래도 화장 지우면 조금은 앳돼 보여요.” 그리고 역시나 뒤이은 즐거운 웃음소리. 그렇게 이소정은 인터뷰 내내 미소를 띠었고 종종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경계심, 아니 경계선을 허무는 웃음을. 질문하는 입장과 대답하는 입장의 비교적 명확한 경계는 편안한 웃음 때문에 종종 허물어졌다. 가령 큰 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유 마시는 건 정말 싫어했어요. 붙들고 먹여야 할 정도로”라고 웃으며 말할 때는 상대적으로 작은 인터뷰어의 키와 유전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고, 유독 물과 친해 수영 선수로 활동했던 시절을 설명하며 “물을 받아들이셔야 해요”라고 역시 웃으며 말할 때도 코에 물만 닿아도 기겁을 했던 인터뷰어의 기억을 저절로 말하게 되는 식이다. 연예인과의 인터뷰보다는 일반인과의 대화를 가진 것 같은 느낌은 아마도 “시사회에서 연예인을 보면 사인을 받아야 할 것 같고” 가끔은 “와, 내가 연예인이야”라고 신기해하는 그녀의 태도 덕분일 것이다.

“심심하면 집에 커튼을 치고 마음껏 춤을 춰요”

실제로 만나면 이토록 솔직한 느낌이지만 한동안 이소정은 베일 속에 싸인 신비한 신인이었다. SBS <타짜>에서 원작과 영화에도 없던 평경장의 딸 유라로 등장해 광열(손현주)에게 뒤돌려 차기를 먹이며 강한 첫인상을 남기자 수많은 인터넷 연예 뉴스는 이소정의 이름을 언급했고, 사람들은 그녀가 ‘KTF-모두 다 사랑하라’ 편이나 ‘캐논-남는 건 얼굴 밖에 없다’ 편 등 인기 CF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더 큰 호기심을 느꼈다. 재밌는 건 수수한 옷을 입고 밭을 일구며 종종 까칠하게 선머슴 같은 말을 내뱉는 <타짜>의 평유라나 여성적이면서 도회적인 느낌을 강조한 CF의 상반된 이미지들이 이소정이라는 개인의 개성 안에서 하나하나 연결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CF에서 177㎝의 큰 키와 이국적인 외모를 부각해 신체적 장점을 드러냈다면, 복안을 감춘 <타짜> 등장 인물 대부분과 달리 자기표현에 거침없는 유라 역에서는 “심심하면 집에 커튼을 치고 마음껏 춤을 춘다”고 밝히는 그녀의 솔직한 모습이 겹쳐진다.

사진을 찍을 때도 대화할 때도 시종일관 명랑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그녀에게는 9살에 혼자 영국으로 건너가 “누군가 기숙사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면 제일 먼저 의심을 받은” 그리 밝지만은 않은 유년시절의 기억이 있다. 그 때문일까. 영국에서 캐나다로 건너간 후에도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는 사람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다가오는 사람조차 막았던 외톨이 경험도 있다. 한국인 커뮤니티도 흔하지 않았던 시기에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매일 한국 TV프로그램 비디오를 본 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스스로는 역시나 웃는 얼굴로 한국 드라마를 보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던 경험을 말하지만 한 신인 배우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그 경험 이면의 정서를, 그리고 그 정서가 연기를 통해 드러날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웃으며 과거를 얘기하는 여배우는 기대할 수 밖에

물론 한 개인으로서의 개성과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동일하지도, 동일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연기가 결국 삶의 불완전한 모방이라면 한 개인이 겪은 삶의 궤적과 그것을 통해 만든 개성은 분명 배우의 자양분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순간 순간의 감정에 흔들리는 파편적이고 순간적인 경험이 아닌, 오래 전에 극복해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십대 초반임에도 제법 많은 일을 겪고 덕분에 더 강해진 그녀에게는 이제 좀처럼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시청자의 경계심을 허물 일만 남아있다. 보면 같이 웃고 싶어지는 그 편안한 웃음과 함께.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