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

김여진: “‘수영을 배워야지’라고 결심하면 우선 수영 학원에 등록하죠. 그런데 막상 학원에서는 수영하는 법보다 수영의 역사, 팔의 각도부터 알려줘요. 그러면 안 됩니다. 일단 물에 들어가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레 수영을 할 수 있게 돼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만 한다면 결국 부모님이 살아왔던 삶을 반복할 뿐이에요. 가난하게 살더라도 마음껏 행복할 수 있도록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 김여진, 한 인터뷰에서

김여진
루이제 린저: 김여진이 10대 시절 읽었던 를 집필한 작가. 그는 와 등 독일 작가의 작품들의 영향을 받아 독문학과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그가 의사가 되길 바랐지만 “꼭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아무도 못 꺾”는 성격이었다고. 하지만 막상 대학 생활은 생각과 달랐고,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민중연대학생회의에 참여해 빈민지원활동 등에 나섰고, 철거촌에서 활동하다 경찰에 끌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김여진은 4학년 때 학생운동을 그만둔다. “분노와 증오는 어떤 일의 원동력이 되지 못”하고, “내가 행복하지 않고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고. 이후 김여진은 연극 을 본 뒤 단원모집 포스터가 눈에 띄어 응모했다. 은 태어나서 본 두 번째 연극으로, 김여진은 여성 연극을 하면 여성학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응모한 것이었다고.

임상수: 영화 의 감독. 김여진이 출연한 를 보고 캐스팅했다. 당시 김여진은 주연을 하기로 했던 배우가 빠지게 되면서 오디션을 치러 합격했고, 1개월 연습하고 본격적인 연기를 했다. 하지만 반응이 좋아 연극은 1년 장기 공연을 했고, 에서는 혼전순결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을 연기하며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성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실제 관계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김여진의 모습은 여성들의 의식과 사회적인 위치가 눈에 띄게 변화하던 1990년대의 여성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영화가 공개된 후 한 학생은 그에게 에서 누드로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물었는데, 그 때 김여진은 “너무도 평범한 몸이었기 때문에 누드가 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창동: 영화 에 김여진을 캐스팅한 감독. 김여진은 에 이어 으로 유망한 신인 배우로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당시 그는 이창동이 후속작 에서 자신을 캐스팅하지 않은 것에 자신의 연기가 부족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고,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다고. 이후 여러 작품을 했지만 연기에 쉽게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여진은 연극을 하던 시절부터 연기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졌고, 이 때문에 뉴욕 HB스튜디오에서 연기를 배우기도 했다.

김진민: 김여진의 남편. MBC , 에서 연출자와 연기자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MBC 에서 연기자와 조연출로 만나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이 있는 듯한데 먼저 다가설 성격들이 아닌 것 같아” 나선 탤런트 박지영이 적극적으로 나서 두 사람을 만나게 했다고. 결혼 후 김진민은 김여진의 유학이나 인도 봉사 활동 등에 대해 이해했고, 김여진 역시 김진민이 촬영으로 긴 시간동안 떨어져 지내는 것을 받아들였다. 또한 두 사람은 각자의 일을 할 때는 마치 남남처럼 감독과 연기자로서 일한다고.

법륜: 승려. 기아, 질병, 문맹 퇴치 시민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를 설립했고, 평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여진은 2006년 법륜이 연 이라는 수련강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불교를 공부, 보명화라는 법명을 얻기도 했다. 가톨릭 신자이기는 하지만 “가톨릭의 영성과 불교의 불성이 다르지 않다”는 입장. 그는 JTS와 평화재단 활동을 하며 사회 참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고, “돈이 안 돼도 남을 돕고 사회 개혁을 위한 일”을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됐다. 또한 김여진은 몇 년째 노희경 작가와 자선활동을 위한 거리 모금을 하기도 했다. 2011년이 되기 전부터, 또는 트위터로 알려지기 전부터, 김여진은 세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병훈: 김여진이 출연한 MBC , 을 연출한 감독. 김여진은 시절 “고집을 부릴 때”여서 연기를 놓고 이병훈과 충돌, 캐릭터를 마음먹은 만큼 표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뉴욕에서 연기를 배운 뒤 돌아온 김여진은 에서 이병훈과 호흡을 잘 맞추면서 인상적인 연기를 남겼다. 그가 연기한 정순왕후는 정조를 압박하는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였지만 정치적 수완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왕이자 자신의 남편이기도 한 영조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물이었다. 자신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는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영조가 병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는 진심으로 통곡하는 모습은 정순왕후의 다면적인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또한 KBS 에서는 괴팍해 보일 수도 있는 외양의 캐릭터를 모난 성격과 다정한 모습이 공존하는 캐릭터로 다듬어내기도 했다. 생각의 변화가 어느 배역이든 한 사람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연기로 이어졌다.

박용우: 김여진과 영화 에 출연한 배우. 김여진에 대해 “처음부터 진지하게 접근하고 사회 전반적인 어머니에 대해 고민하면서 연기를 하더라. 거기에 따른 독특한 진지함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여진은 과 연극 를 통해 각각 자식과 부모를 잃은 캐릭터를 연기했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가 홍익대학교 청소 노동자 집단 해고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쌀과 김치를 들고 찾아간 이유다. 동시에 그는 청소 노동자들의 항의를 면학 분위기를 이유로 반대하던 총학생회를 비난하는 대신 따뜻한 시각으로 보듬으면서 극심한 학점과 취업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대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김여진은 대학생의 반값 등록금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진숙: 노동자. 현재 한진중공업의 대량 정리해고에 항의하며 부산 영도조선소의 크레인 위에서 장기 농성 중이다.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 직후 주주들과 170억이 넘는 배당금을 나눴고, 김진숙이 농성 중인 크레인의 음식물, 물, 전기를 끊기도 했다. 그는 김진숙을 트위터로 알게 된 뒤 한진 중공업 문제를 알렸고, 현장을 찾아가 김진숙을 도우려고도 했다. 이런 김여진의 행동은 그에게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어떤 정치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해도 그 당사자는 아니다. 청소 노동자의 문제는 그 분들이 가장 일선에서 싸우고 요구해야 한다”며 “간섭받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한 그는 “그 높은 데에서 왜 저러고 있나”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김진숙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김진숙이 가족에게 전화하고, 밥을 먹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을 강조한다. 북한의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은 살려야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가진 김여진의 사회 활동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이 잘 먹고, 잘 자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건 이념과 정파와 아무 상관이 없다.

손석희: MBC라디오 의 진행자. 김여진은 토론 코너에 2주에 한 번씩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MBC는 사회적 발언을 하는 사람의 경우 고정 출연을 제한할 수 있는 사규를 추진 중이다. 또한 그의 출연을 승인한 라디오 본부장은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김여진의 출연 결정은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그는 2주에 한 번 출연하기에 사규가 바뀐다 해도 고정 출연자의 기준에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의 라디오 출연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고, 방송사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 특정 입장을 표명할 경우 방송에 고정 출연할 수 없다는 사규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한권의 책, 학교에서 배운 공부, 사회에서 겪은 일 등 모든 것들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 과정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당연한 일이 우리 사회에서 계속 이뤄질 수 있을까.

Who is next
김여진과 MBC 에 출연한 한지민과 SBS 에서 연기한 에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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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