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수배] 3월 셋째 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텐아시아=이은호 기자]3월 3주 신보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시베리안허스키

사건명 겨울, 봄
용의자 시베리안허스키(故 유수연, 이용운, 임승준, 최혁)
사건일자 2016.03.11
첫인상 시베리안허스키는 지난 1999년 결성된 팀으로 2005년 EP ‘트라이앵글(Triangle)’로 정식 데뷔, 이후 2010년 KBS2 ‘탑밴드2’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2013년 정규 3집 ‘오드 아이즈(ODD EYES)’를 발매하며 활동하던 중, 이듬해 6월 보컬 유수연이 사망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이번 음반은 유수연의 마지막 목소리를 담은 유작으로, 총 8곡이 수록됐다.
추천트랙 ‘겨울은 봄을 기다리며’. ‘유작’ 혹은 ‘마지막’과 같은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훌륭한 음반이다. 훵크, 블루스, 록을 버무린 독특한 색깔과 유수연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귓가에 쫀득하게 달라붙는다. 그러나 타이틀곡 ‘겨울은 봄을 기다리며’을 듣는 동안에는, 유수연의 부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유수연을 회상하는 일이 슬픔을 동반하는  않는다. 포근하고 감미로운 이 곡은 마치 유수연의 편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따뜻한 봄 안에서 나는 잘 지내고 있노라고, 그녀가 노래한다.

W

사건명 디자이어(Desire)
용의자 W(배영준, 한재원, 김상훈)
사건일자 2016.03.11
첫인상 코나 5집 음반의 객원 멤버 한재원, 김상훈이 코나 리더 배영준과 의기투합해 결성한 그룹. 제 3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가수상(그룹 부문), 최우수 팝앨범상을 수상하고 경향신문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2007년)에 이름을 올리는 등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보컬 웨일(Whale), 자스(JAS)와 함께 W&Whale, W&JAS 등 다양한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추천트랙 ‘미식가’. 지난달 두 장의 싱글 음반으로 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W가 드디어 풀 렝스 음반을 발표했다. 수록곡 저마다 광활한 세상을 펼쳐 보여준다. ‘미식가’에는 신인 가수 와이(Why)가 객원 보컬로 참여했는데,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만큼 탁월한 궁합을 자랑한다. 굵직한 드럼 비트 위에 기타와 베이스가 짜 넣는 또 다른 리듬이 얹어지며 흥겨움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전자악기들이 호방한 사운드를 완성한다.
출몰지역 5월 22일 서울 한강 난지공원에서 펼쳐지는 2016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파블로프

사건명 퍽이나
용의자 파플로프(오도함, 류준, 박준철, 조동원)
사건일자 2016.03.14
첫인상 지난 2008년 첫 EP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발매하며 정식 데뷔한 4인조 록밴드. 멤버 전원이 서울예고 미술과 동창생으로, 13년 전 스쿨밴드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강남이 스타일이라면 강북은 사운드”라고 외치며, 한국 록을 계승하는 복고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신곡 ‘퍽이나’는 지난해 시작된 파블로프의 싱글 프로젝트의 두 번째 음반으로 1980년대 가요와 뉴웨이브 팝송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됐다.
추천트랙 ‘퍽이나’. 산울림, 송골매 등으로 대표되는 7~80년대 그룹사운드의 느낌이 가득하다. 명징하게 이어지는 기타선율과 후크성 짙은 후렴구 멜로디는 물론, “내일 어디서 뭐해요. 글쎄 왜 물어보냐면 우연히 한 번 마주쳐 보려고요”라는 가사 또한 당시의 감성을 짙게 머금고 있다. 정점은 기타리스트 류준의 목소리. 그간 코러스의 자리를 지키던 류준이 이번에는 메인 보컬로 나섰다. 고음역대에서 터져 나오는 치명적인(?) 비음이 특히 매력적이다.
출몰지역 4월 23일 서울 홍대 인근 클럽 고고스2에서 싱글 발매 단독공연을 개최한다.

흑꼬

사건명 웜(Warm)
용의자 흑꼬(이병모)
사건일자 2016.03.14
첫인상 지난 2011년 데뷔한 알앤비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 SBS ‘K팝스타2’에서 출연자 최영수가 불러 화제를 모았던 ‘레프트 레이디(Left Lady)’의 원곡자이기도 하다. 데뷔 전 영화 ‘구미호 가족’, ‘광식이 동생 광태’, ‘타짜’ 등의 음악 작업에 참여해 기량을 닦았으며, 독특한 목소리와 고급스러운 편곡으로 흑인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추천트랙 ‘소리(Sorri)’. 여자 이름 ‘소리’와 “미안”이란 뜻의 ‘쏘리(Sorry)’, 발음의 유사성을 활용한 재치 있는 가사가 돋보인다. 그렇다면 소리, 그녀는 누구인가. 음반 커버 속 갈색 강아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소리’는 반려견과의 일상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낸 곡으로, 어쿠스틱 기타의 따뜻한 질감이 매력적이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그루브감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지만, 보다 대중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출몰지역 오는 1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새 음반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위아더나잇

사건명 할리데이(Holiday)
용의자 위아더나잇(함병선, 함필립, 황성수, 정원중, 김보람)
사건일자 2016.03.15
첫인상 지난 2013년 데뷔한 록밴드. 4인조로 출발했으나 2015년 드러머 김보람을 영입해 현재의 체제를 완성했다. 당시 발표한 EP 음반 ‘별, 불, 밤 이런 것들’로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후보에 오르며 음악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신곡 ‘할리데이’는 ‘휴가’를 주제로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을 포착해냈다.
추천트랙 ‘할리데이’. 전작 ‘별, 불, 밤 이런 것들’에서 보여준 신스팝의 기조를 이어가되, 팝적인 감각을 더욱 강조했다. 적당한 속도감과 정돈된 사운드, 감성적인 멜로디를 전면에 내세워 보컬의 매력을 강력하게 어필한다. 가사 또한 중요한 감상 포인트 중 하나. 간결한 구절로 이뤄졌으나 ‘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인다.
출몰지역 5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에 참여한다.

글,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
디자인. 김민영 kimin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