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영웅’ 이순원, 히어로는 각성했다 (인터뷰)

[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이순원(2)

태초부터 비범한 영웅이 있는가 하면, 시작은 단출하고 평범한 영웅이 있기 마련이다. 후자의 영웅들이 각성하게 되는 건 찰나의 ‘우연’이다. 배우 이순원 역시 체대를 지망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극단에 입단하게 되고, 그날의 ‘우연’은 이순원을 10년 차 연극배우로 만들었다. 배우가 된 이순원은 ‘고향 동네의 영웅’이 됐고, 또한 아내와 아이들의 영웅이 됐다. 그러나 영웅은 반드시 고난을 겪는다는 법칙처럼 이순원은 슬럼프에 빠졌다. 슬럼프를 지켜보던 그의 아내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라고 소리쳤고, 영웅은 새롭게 각성한다. 그리하여 이순원은 OCN ‘동네의 영웅’ 속 유쾌한 감초 한준희 형사를 만나 새로운 영웅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10. 첫 드라마가 끝나가는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순원 :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잘 모르겠어요. 하하. 시원섭섭할 것 같아요. 열심히 찍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요. 방송 모니터링을 하면 부족한 부분이 자꾸 눈에 보이더라고요. 공연을 오래 하다 보니 드라마 현장에 적응하는데 힘들기도 했고요. 이렇게 금방 이별이 올 줄은 몰랐네요. 하하.

10. 많은 시청자가 이순원이란 배우를 처음 보게 됐어요. 이순원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생겼고요.
이순원 : 주로 남자분들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하하. 공연할 때도 여성 팬분들보다 남성 팬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이번에도 역할이 형사라서 그런지 남자분들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옛날부터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남자 선후배들이라든지, 군대 선임들이라든지(웃음). 전 여심(女心)을 얻기 전에 남심(男心)부터 얻었네요. 하하.

10. 주위 지인들 반응은 어떤가요?
이순원 : 뜨겁죠. 하하하. 농담입니다(웃음). 고향 친구 중에 연예계 쪽에 있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그래서인지 TV에서 제 모습을 보면 어색하다고 하더라고요. 반면에 대학로에서 같이 연기를 했던 친구들은 객관적인 시선에서 얘기해줘요. 어떤 점은 좀 어색하고, 어떤 점은 좋았다고 날카롭게 분석해주죠.

10. 부모님은 더 기뻐하실 것 같아요.
이순원 : 좋아하시죠. 처음엔 부모님께서 연기를 반대하셨어요. 부모님 세대만 해도 연예계 쪽에 고정관념이 있으신 분들이 많잖아요.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고요. 공무원 하라고 하셨죠. 그러다 제가 꾸준히 연극 작품에 오르고, 기업 강연도 나가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인정해주시더라고요. 사실 연극배우들은 명절 같은 때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아요. 고향에 가면 ‘넌 왜 배우라면서 TV에 안 나오냐~’부터 시작해서…어휴. 하하.

이순원(1)

10. ‘동네의 영웅’을 통해서 ‘처음’을 많이 겪으셨겠네요.
이순원 : 느끼는 게 많았어요. 환경 자체도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 정말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죠.

10. ‘동네의 영웅’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나요.
이순원 : 오디션을 봤어요. 어떤 여자배우 분하고 오디션을 봤는데, 이 분이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제 칭찬을 마구 해주시는 거예요(웃음). 제가 참 매력적이라고 하시면서. 어떻게 보면 경쟁자일 수도 있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참 고마우신 분이죠. 덕분에 곽정한 감독님이 절 좋게 봐주셨어요. 저에게 한 번 더 볼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다음에 만났을 땐 제가 감독님을 칭찬했죠, 잘 생기셨다고. 제가 넉살이 좋거든요(웃음). 감독님과 코드가 잘 맞았어요. 덕분에 오디션 분위기도 화기애애했어요. 감독님이 원래 저를 감자(김종석), 고구마(박건), 한준희 형사(이순원) 역 중에 고민하셨대요. 조성하 선배님 파트너로 누가 잘 어울릴까 하시다가 절 뽑으신 거죠.

10. 작품의 감독과 합이 잘 맞는다는 건 정말 큰 행운 아닐까요.
이순원 : 그럼요. 작품을 이끌어가는 감독과 배우가 코드가 맞는다는 건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맞추기도 힘들죠. 코드가 잘 맞을수록 배우는 연기하기 더 수월해지고, 감독은 디렉팅 하기 수월해져요. 서로 이해를 하니까. 그래서인지 ‘동네의 영웅’은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촬영, 조명, 음향 감독님들, 배우들 서로 코드가 얼추 맞았거든요. 엄청나게 친해졌죠. 하하.

10.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나 보군요. 게다가 유쾌한 분들도 많으셨으니 더 화기애애했을 거 같아요.
이순원 : 현장이 정말 재미있었죠. 이한위 선배님이 너무 재밌으셔서 웃던 기억만 나요. 하하. 저희 형사팀이 다섯 명인데, 다섯이서 정말 팀같이 똘똘 뭉쳤어요. 아, 거기서 제가 제일 막내예요. 이 얘기를 하면 다들 놀라시더라고요(웃음). 막내라 애교도 많이 피웠죠. 제가 애교가 많은 스타일이라. 하하. 아무튼,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주연배우인 조성하 선배님부터 박시후 형님, 유리 씨, 이수혁 씨 모두 열심히 하시고, 사실 좋은 분위기 때문에 시청률이 어마어마하게 나올 줄 알았어요(웃음).

10. 시청률은 아쉬울 수 있으나 마니아층이 상당합니다.
이순원 : 오, 맞아요. 지난번에 식당에서 어떤 아주머니께서 절 반갑게 알아보시더라고요. 한 형사가 감자와 고구마의 친구인 것까지 알고 계셔서 대단한 팬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마지막에 “‘시그널’ 재밌게 보고 있어요”라고 하시더군요. 하하하. 전 ‘동네의 영웅’인데…(웃음) 제목을 착각하셨나 봐요. 저도 ‘시그널’ 재밌게 봤습니다. 하하.

10. 2006년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10년 동안 연극만을 해오셨어요. 드라마 환경이 낯설지는 않던가요?
이순원 : 좀 낯설었죠. 그래서인지 정말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덕분에 초심을 다잡기도 했고요.

10. 드라마는 본인이 오랫동안 해왔던 연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순원 : 예전에는 방송 연기, 영화 연기, 연극 연기 다 똑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드라마를 해보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미묘하게 다르더라고요. 드라마는 고정된 프레임이 있기에 좀 더 섬세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시선 처리, 행동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써야 하죠. 반면에 공연은 현장성이 강해요. 그때그때 연기가 달라지죠. 관객 반응, 또는 현장에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니까요.

10. 드라마 신인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쪽이었을 것 같아요. 가장 잘 챙겨준 배우는 누구인가요.
이순원 : 조성하 선배님이 참 많이 도와주셨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식사까지 모든 걸 다 챙겨주셨죠. 저한테는 워낙 선배님이라 다가가기 어려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선배님이 먼저 다가오셔서 배우들, 스태프들 손 한 번씩 다 잡아주시더라고요. 촬영 전에 스태프들 이름도 다 외워 오시고, 항상 촬영장에 먼저 와 계셨죠. 첫 촬영 때는 2시간 전에 저를 카페로 부르시더라고요. 바로 달려갔더니 선배님이 제 신의 대사를 맞춰줄 테니까 리허설 한 번 해보자고 하셨어요. 제 대사 하나하나 꼼꼼히 봐주셨어요. 거의 제 멘토셨죠(웃음). 대 선배가 그렇게 하시기 쉽지 않거든요. 선배님만 생각하면 늘 감사해요. 정말 인간적으로 많이 배웠어요. 본보기가 되는 선배인 것 같아요.

10. 형사라는 배역에 비해 액션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아쉬울 것도 같아요.
이순원 : 아쉽죠. 많이 아쉽죠(웃음). 저도 (박)시후 형님처럼 신사답고 멋진 액션을 하고 싶어요.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도 맞기만 하거든요. 아직 액션 복이 없나 봐요. 하하.

이순원(3)

10.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이순원 : 정말 거짓말 같을 수도 있는데, 제가 딱 친구 따라 강남 간 경우예요. 하하. 원래 체대를 진학하려고 했어요. 고3 때 친구 두 명이 극단에 오디션을 보러 간다고 하는 거예요. 재밌을 것 같아서 따라갔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 친구들은 연기를 그만두고 나만 남아서 연기를 하고 있네요(웃음).

10. 보통 배우를 배고픈 직업이라고 하잖아요. 시작하기 전 이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이순원 : 사실 전 대학 올라가면 다 연예인이 되는 줄 알았어요. 하하. 연예계 쪽은 전혀 몰랐거든요. 그러나 대학 들어가도 변하는 건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 대학로에 진출하면 연예인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죠(웃음). 막상 대학로에 나가보니 배우가 정말 힘든 직업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고비가 몇 번 왔었어요. 먹고 사는 것도 힘든데 꿈을 이룬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허탈하기도 하고. 이걸 왜 해야 하나 싶었죠. 그때 아내가 계속 잡아줬어요. 지금의 회사를 만나게 된 것도 아내 덕분이었죠. 어느 날은 아내가 ‘왜 우물 안에만 머물러있느냐’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두려웠던 거예요. 방송이나 영화나 다른 분야로 가면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잖아요. 타성에 젖어있었죠. 아내의 한 마디로 생각을 바꿔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어요. 결국, 아내 덕분에 드라마도 하게 됐고, 소속사도 찾게 됐네요. 하하.

10. 오래 연기를 했음에도 자신이 걸어가는 ‘배우’의 길을 의심한 적이 있었나요.
이순원 : 얼마 전까지도 했었죠. 그런 고민은 끝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하게 되겠죠. 가장 힘들 때는 거의 1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때였던 것 같아요. 전 배우이면서 가장이잖아요, 또 아빠이고. 가정을 위해 고정 수입이 필요한 사람인데, 그게 없다 보니까 매우 힘들더라고요. 아내가 참 많이 고생했어요. 이런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연기를 그만두는 친구들도 많아요. 안타까운 일이죠.

10. ‘생계형 배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군요.
이순원 : 그렇죠. 그런 분들을 보면 나도 가장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연극은 준비 기간도 길고, 스케줄상 한 작품을 하면 다른 작품에 출연하기 어려워요. 일 년에 두세 개 정도의 작품을 소화해낼 수 있죠. 그래서 공백기는 연극배우에게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옛날처럼 연극이 가난하진 않아요. 많이 좋아진 편이죠. 연극만으로도 먹고 사는 배우들도 꽤 되거든요.

10. 그렇게 힘든 길임에도 자신을 10년이나 연기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순원 : 하고 싶은 열망이죠. 대부분의 예술 계통 일들은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연기학원에서 애들도 가르치고 있거든요. 애들한테 항상 하는 얘기가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이 바닥에서 버틸 수 없다’라는 말이에요. 결국, 열정이 10년 동안 연기하게 한 거죠.

10. 이제 연극 무대는 거의 내 집 같을 것 같아요. 편안함이 있겠죠?
이순원 : 연극무대는 매체 중에서 가장 안방 같은 곳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또 연극을 하고 싶네요.

10. 본인이 생각하는 무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순원 : 현장성이에요. 마치 관객과 1 대 1로 붙는 것 같거든요. 내용이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관객들의 고개는 숙여져요. 소통이 안 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저조하고요. 반대로 재미있으면 관객들의 몸은 무대 쪽으로 쏠리게 돼요. 이렇게 바로바로 반응이 오니까 더 긴장하게 되는 거죠. 결국, 무대는 관객이 완성하는 거예요.

10. 그렇다면 연기의 매력은요?
이순원 : 음, 개인적인 생각인데, 일상을 살면서 격한 감정을 쓰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하나의 감정을 깊게 파고드는 경우도 거의 없고요. 안 쓰던 감정을 끌어내니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때로는 시원하기도 하고. 이런 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나? 하하. 연기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10. 얼굴을 보니 악역도 잘 어울릴 것 같고, 우직한 로맨스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형사로 먼저 만나서인지 악역이라도 정의로운 면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고요.
이순원 : 눈이 날카롭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감독님들이 자꾸 눈에 힘을 빼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얼굴의 장점을 살려서 강렬한 악역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가령 ‘동네의 영웅’의 윤상민(윤태영) 같은? 일단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는 이제 처음 시작했잖아요(웃음). 제 얼굴이 매력이 많아요. 첫인상은 눈 때문에 날카롭게 보이는데, 관객분들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도 보다 보면 귀엽다고 하세요. 경쟁력 있는 얼굴이죠. 하하. 전 사실 유쾌한 성격이라서 코미디 같은 밝은 장르가 제일 잘 맞아요.

10. 개인의 성격은 연기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가요?
이순원 :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긴 한데, 절대적인 건 아니에요. 나쁜 놈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연기자가 나쁜 놈은 아니잖아요. 하하. 물론 연기를 할 땐 자기 자신 안에 있던 것을 끄집어내죠. 그러므로 가장 편한 건 자신하고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예요. 평소에 표정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환히 웃는다거나 찡그리면 어색하기 마련이잖아요. 안 쓰던 걸 쓰니까 어색한 거죠. 성격도 똑같아요. 자기랑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처음엔 어색할 수 있어요. 그러나 훈련을 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지겠죠.

10. 그럼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악역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순원 : 아무래도 유쾌한 악역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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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유쾌함이 넘쳐서 코미디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연극도 코미디물이 많았잖아요. 혹시 선호하는 코미디 장르가 있나요? 가령 슬랩스틱이라든지, 블랙 코미디라든지.
이순원 : 일단 코미디면 다 좋아해요. 즐거운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음, 슬랩스틱은 제가 잘 살리지는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그냥 말장난 같은 코미디? 평소에 대화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낯을 좀 가려서 처음 만났을 땐 조용하지만, 친해지고 나면 유쾌하게 대화를 하는 편이죠.

10. 낯을 가린다고 하기엔 너무 말을 잘하시는 거 아닌가요? 하하.
이순원 : 제가 낯을 가린다고 하면 다들 믿지 않으세요(웃음). 애교가 많아서 그런가 봐요. 하하. 영화 ‘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손에다 뽀뽀를 해드렸어요. 경악하셨죠. 하하.

10. 로맨스는 어때요?
이순원 : 어우, 하고 싶죠. 잘할 수 있어요! 물론 아내랑?(웃음)

10. 본인은 로맨티시스트인가요(웃음).
이순원 : 음, 전 로맨티시스트는 아닌 것 같아요. 이벤트를 잘 못 하거든요. 아내가 불만이 많았어요. 하하. 대신 전 평소에 잘해요. 말했다시피 애교가 많아서 귀여운 짓을 하죠. 생각해보면 평소에 잘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 후배들한테도 말해요, 나 같은 남자를 만나라고(웃음).

10. 아내분도 연극배우라고 들었어요.
이순원 : 맞아요. 대학교 CC(캠퍼스커플)였어요. 대학 때 공연하면 파트너는 주로 제 아내였죠. 저희는 정말 많이 싸웠어요(웃음). 연기 스타일이 다르거든요. 가진 것도 다르고, 추구하는 방식도 달라요. 아예 정반대죠. 그래서 연기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싸웠어요. 싸움을 피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그러면서 배웠으니까요. ‘아내는 연기를 이렇게 해석하는구나’라고 느꼈죠. 어떻게 보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한 거였어요. 언성이 높아져서 그렇지. 하하. 베스트 파트너인 거 같아요. 아내와의 대화가 배우 생활에 큰 도움이 됐어요. 이젠 싸우기보단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것처럼 서로를 이해해요. 수없이 부딪치면서 맞물리는 모양을 만들어간 것 같아요.

10. 동종업계 맞벌이인 셈인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이순원 : 어려움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맞벌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힘든 것보다 아내한테 미안함이 더 커요. 저희는 같은 일을 했잖아요. 그런데 아내는 지금 아이 때문에 연기 생활을 중단한 상태고. 물론 소중한 아이를 위한 선택이지만, 배우로서 얼마나 움직이고 싶겠어요? 아내한텐 조심스럽고 미안한 부분이죠. 사실 아내의 배우 복귀가 더 미뤄지게 됐어요. 지금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거든요(웃음). 고맙고 또 미안하네요.

10. 와, 축하합니다!
이순원 : 감사합니다! 하하. 아이들이 참 복덩이에요. 첫 아이가 태어날 때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고, 첫 영화를 하게 됐거든요. 하하. 지금 행복 반, 걱정 반이에요. 내가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죠. 아내를 더 많이 도와줘야 할 것 같아요.

10. 두 아이의 아빠가 드라마 신인이 됐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많이 볼 수 있겠죠.
이순원 : 그럼요. 두 아이의 아빠가 됐으니 더 노력해야죠. 하하. 제 첫 영화인 ‘조작된 도시’도 곧 개봉해요. 다양한 매체,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인사드리려고요.

10. 앞으로 어떤 배우로 대중의 기억에 남고 싶나요.
이순원 : 빵, 하고 뜨는 배우는 바라지 않아요. 가늘고 길게, 꾸준히 연기하고 싶어요(웃음).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