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철 “음악을 하기 위해서 태어났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신윤철 “음악을 하기 위해서 태어났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소년시대. 최근 발매한 솔로 EP 의 수록곡이자 가장 먼저 공개됐던 곡의 제목이, 신윤철과의 인터뷰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말이 필요 없는 거장 신중현의 아들, 시나위 신대철의 동생, 그리고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 3관을 차지한 서울전자음악단의 리더. 결코 허투루 생각할 수 없는 외형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음악을 하고 듣는 즐거움을 말하는 그에게선 “실력은 안 되는데 지미 헨드릭스를 억지로 카피하려다 실패하던” 초등학생 기타 키드의 모습이 끊임없이 오버랩됐다. 배도 안 나오고, 자의식의 군살도 없는 마흔셋 소년과의 인터뷰.

사진 찍는 걸 보는데 굉장히 날씬하다. 관리를 잘한 것 같다. (웃음)
신윤철 : 술, 담배로 그냥… 관리하고 있다. (웃음)

술은 자주 마시는 편인가.
신윤철 : 술을 안 마시면 인생을 재밌게 안 사는 거 같아서.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는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마시고 나서 좀 쉬어줘야 한다.

술 마시는 것 말고 일상에서 재밌는 건 어떤 게 있을까.
신윤철 : LP 사서 모으는 것과 그걸 감상하는 것. 어릴 때 LP를 사서 듣다가 CD가 나오면서부터는 CD를 들었는데 5~6년 전부터 다시 LP를 사서 듣기 시작하고 있다. 이게 이제는 아무 데나 있는 게 아니니까 그걸 찾아 듣는 재미가 있다. 가령 킹크림슨의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을 비롯한 다른 앨범들은 거의 영국에서 나온 초판으로 가지고 있다.

“펜션을 빌려서 빈티지한 장비들로 녹음을 했다”
신윤철 “음악을 하기 위해서 태어났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구하기 어려운 걸 모으는 재미가 큰가, 듣기 어려운 음원을 듣는 즐거움이 큰가.
신윤철 : 판을 모으는 게, 그냥 CD로 듣는 거랑은 느낌이 되게 다르다. 소리가 따뜻하기 때문에 듣고 있으면 편안하다. CD는 좀 자극적으로 오랫동안 듣기가 힘든데 LP는 하루 종일 계속 듣고 있어도 귀가 전혀 피곤하지 않아서 듣는 재미가 있다.

그럼 본인의 앨범을 녹음할 때도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겠다.
신윤철 : 사실 LP도 LP지만 녹음을 할 때 아날로그 테이프에 녹음을 해야 따뜻한 소리가 나온다. 서울전자음악단 2집을 녹음할 때는 아날로그 테이프를 써서 녹음을 했다. 그러다 이제 녹음 장비를 빈티지 장비로 쓰자는 생각을 했다. 마이크나 마이크를 녹음하기 위한 프리 앰프 등을 빈티지 장비로 하자고. 이번에 솔로 EP 녹음할 때 그렇게 했다. 물론 녹음을 결국 컴퓨터에 했지만 컴퓨터에 들어가기 이전의 장비는 빈티지로 하니 나름 그런 따뜻한 소리가 나오더라.

3박 4일 특훈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 장비를 모으기 위해서였나.
신윤철 : 그건 장소 얘기다. 녹음을 녹음실에서 안 하고 넓은 펜션을 빌려서 했다. 다 나무로 되어 있는 집이어서 울림이 되게 다르다. 녹음할 때 가장 달라지는 게 드럼 소리인데 드럼 녹음을 하려면 천장이 굉장히 높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녹음실 천장은 높지 않다. 거의 지하실에 있고. 그 펜션은 천장이 굉장히 높았다.

장소는 어떻게 물색했나.
신윤철 : 우리 레이블 사장이 먼저 그런 얘기를 꺼냈다. 펜션을 빌려서 하자고. 서울전자음악단 2집을 녹음할 때에는 경기도에 있는 조그만 주택을 한 채 빌려 거기서 녹음을 다했는데, 지금 갑자기 그런 집을 빌릴 수는 없으니까 펜션을 빌리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식으로 빈티지한 장비들과 색다른 장소에서 녹음하는 건 솔로 EP를 계획할 때 이미 마음에 두고 있던 건가. 서울전자음악단과 다르게 가겠다는 지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신윤철 : 그다지 다를 그런 건 아니었다. 이번 EP에서 가장 먼저 생각을 한 건, 보컬을 내가 직접 안 하고 객원 보컬을 쓰는 곡을 하자는 거였다. 원래는 나는 한 곡도 안 부르려고 했는데 나중에 회사에서 왜 한 곡도 안 부르냐고 해서. (웃음)

다양한 보컬들이 참여했는데 노래를 만들고서 그들을 고른 건가, 보컬을 정한 뒤 그에 맞춰 노래를 만든 건가.
신윤철 : 노래는 원래 만들어져 있었고 어울리는 사람을 찾은 거다. 그런데 다들 너무 잘 어울리는 보컬이었던 거지. (김)바다랑 한 거는 원래 작년쯤에 바다가 솔로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 달라 했던 곡이다. 그 때 같이 작업한 곡인데 바다가 다른 프로젝트를 하느라 솔로 앨범이 미뤄졌는데 이번에 넣게 됐다. 나머지 곡들은 예전에 다른 가수 분들이 곡을 써달라고 해서 만든 곡들인데, 곡을 드렸더니 앨범에 안 넣으시더라. (웃음) 이것들은 다 내가 노래할 걸 생각하고 만든 노래가 아니라 다른 분들이 하는 게 어울리겠다고 생각을 했다. 정인, 조웅, 방준석, 다들 너무 잘 어울렸다.

결과적으로 잘 어울린다는 건 동의하는데 그 매치가 빤하지 않다. 가령 ‘여름날’의 경우 정인이 이렇게 록킹한 걸 잘 부를 줄은 몰랐다.
신윤철 : 그 친구가 록을 잘 부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린치즈의 이경남이 전에 함께 팀을 했었는데 그 친구가 만든 데모의 노래를 정인이 해줬었다. 그린치즈에서 기타 치는 친구가 정인의 애인인 조정치다. 그래서 데모인데도 노래를 해줬다는데 장르가 록인데 정말 록답게 부른 거다. 너무 잘해서 이 친구에게 이런 걸 시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만큼 보컬과의 화학작용을 고민했을 것도 같은데.
신윤철 :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들 워낙 잘하는 사람들이라 그런 걱정은 안 했다. 이렇게 하면 잘 어울릴까, 그런 걱정은. 당연히 다 잘 맞춰줄 거란 생각이었고, 게다가 녹음한 장소도 펜션이니까. 녹음실에서 하는 것과는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다. 왠지 모르겠지만 녹음실에서 하면 항상 쫓기는 기분이고 되게 불편하다.

그럼 펜션에서는 훨씬 편하게 녹음이 되던가.
신윤철 : 편하지. 놀러 와서 하는 것처럼.

편하다는 건 여러 번 해도 괜찮다는 건가, 아니면 한 번에 끝이 났다는 건가.
신윤철 : 한 곡 당 세 번에서 네 번? 그 정도에 끝났다. 빨리 녹음하고 술 마셔야지. (웃음)

“세상은 넓고 기타 잘 치는 사람은 많다”
신윤철 “음악을 하기 위해서 태어났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같이 펜션에서 술 마시고 하는 건 인간적인 부분인 건데, 그런 면에서 이번 보컬 섭외에서 신윤철이라는 뮤지션의 다양한 인맥 스펙트럼이 드러난다. 조웅 같은 경우도 그렇고.
신윤철 : 웅이 같은 경우 되게 오랫동안 안 건 아닌데 내가 걔네(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음악을 좋아한다. 공연도 몇 번 같이 하고, 내가 원해서 같이 하겠다고 회사에 얘기해서 같이 지방 투어도 하고. 그리고 웅이가 내가 예전에 냈던 솔로 앨범을 카세트테이프로 듣고 다녔다고 하더라.

그렇게 다른 보컬들을 쓰지만 앨범은 신윤철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데 송라이터로서의 신윤철과 기타리스트의 신윤철 중 어떤 게 더 큰 거 같나.
신윤철 : 이번 EP에서 사실 기타리스트로서 연주를 그렇게 많이 한 것 같지는 않다. 기타리스트로서 앨범을 낸다고 했다면 다 연주곡으로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나중에 따로 하고, 이번 건 내가 작곡하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게 중심이다. 기타를 치는 건 음악을 만드는 일부인 거고. 그게 다 하나라고 본다. 기타를 치고 작곡을 하고 노래를 하는 것이. 간혹 기타 치는 사람들이 마치 기타 대회 하는 것처럼 누가 누가 잘 치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내게 기타는 음악을 하는 도구인 것 같다.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지만 어릴 때 혹 치기 어린 마음을 먹어본 적은 없나. 기타만으로 뭔가 해보겠다는.
신윤철 :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랬지. 기타로 다 평정하겠다고 그랬었는데 세상은 넓고 기타 잘 치는 사람은 많다.

그래도 그 치기 어린 마음이 있어야 시작을 할 수 있을 텐데, 처음 기타를 잡은 건 제일 멋있어 보여서인가.
신윤철 : 멋있어 보였지. 비틀즈나 그런 음악 좋아하게 되면서 굉장히 기타를 치고 싶었다. 듣는 음악들을 카피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아버지에게 이거 어떻게 치는 거냐고 가르쳐 달라고 막 졸랐다. 그런데 집에 잘 안 계시니까. 그러다 아버지께서 딱 제대로 가르쳐주신 곡이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이다. 후주는 말고 앞부분만.

친구들에게 과시하기 딱 좋은 부분? (웃음)
신윤철 : 그렇지, 친구들에게 들려주면 다들 ‘와아~’ 이러고. (웃음)

아버지 때문에라도 집에 기타는 많았겠다.
신윤철 : 중학교 때 아버지께서 사셨던 기타가 지금 내가 쓰는 기타다. 스트라토캐스터 골드. 완전 다 금색으로 된 그런 제품인데 지금은 다 벗겨져서 전혀 골드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 기타가 아닌 송라이팅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신윤철 : 대학교 때 정도. 그 때부터 곡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졸업하고서부터는 계속 곡을 많이 썼다. 이번 솔로 EP에서 내가 부른 ‘비 오는 날’도 대학교 졸업하고서 썼던 곡이다.

곡을 쓸 때는 남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나.
신윤철 : 아니다. 그냥 혼자서 놀고 싶은 거지. 그러다 하루 지나면 어떻게 쳤었지, 그런 경우도 많고. 그런데 앨범을 내려면 곡이 있어야 하니까 기록을 해놓게 되는 거지. 데모로 녹음을 해놓거나, 기억을 해놓거나.

결국에는 앨범으로 남에게 들려주는데 그 때의 감정은 어떤가. 설레거나 두렵진 않나.
신윤철 : 음… 좋아해주면 다행이지. 다만 그런 생각은 든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음악들 중 되게 한 일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아직 내가 표현하고 싶은 그런 게 있는데 다 표현하지 못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걸 앞으로 계속 좀 해야지.

그럴 때는 서울전자음악단 안에 갇힌다는 느낌도 있을 것 같다. 이 팀은 좀 몽환적인 색채가 좀 강하니까.
신윤철 : 그런 것도 있지. 그래서 다음 3집에서는 좀 다르게 할까 생각 중이다. 축 처지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흥겨운 그런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면서도 요즘 모던록 밴드들의 그런 분위기와는 좀 다른, 사이키델릭 하면서도 그루브감이 있는 걸 하고 싶다.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도 좀 더 힘 있게?
신윤철 : 그래야지. 사실 할 때 신나는 걸 하는 게 재밌지. 사람들과 재밌게 노는 분위기일 때 연주하는 사람들도 기분이 좋고.

앞서 술 마시는 것과 LP 모으는 즐거움을 말했는데 공연도 그만큼 즐겁나.
신윤철 :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공연보다 재밌는 건 없는 것 같다. 우리끼리 합주할 때랑. 그럴 때마다 진짜 음악을 하기 위해서 태어났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글, 인터뷰. 위근우 기자 eight@
인터뷰.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