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이하율 (1)

[텐아시아=한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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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이하율. 연기하면서 얻게 된 예명이다. 강 하(河)자의 흐를 율(汩)로 강물처럼 잔잔하게 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명소를 가서 얻은 이름이다(웃음). 여섯 가지 후보가 있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 운명인가 싶다. 하하. 중성적인 느낌이 강해서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이름 덕분에 사람들이 나를 쉽게 잊을 순 없을 것 같다. 본명은 이종호다.

KBS1 TV소설 ‘별이 되어 빛나리’로 첫 공중파 주연을 맡았다. 캐스팅 막바지에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운 좋게도 작품을 할 수 있었다. 첫 주연이라고 생각하니 시작하기 전부터 기분이 남다르더라. 사실 부담이 컸다. 주연은 아무래도 중심을 잡아야 하고, 이끄는 힘이 있어야 하잖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임호 선배님의 조언이 많이 힘이 됐다. 선배님께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라고 조언해주셨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나는 이하율이 아닌 윤종현(이하율)이다’라는 생각을 하라고. 선배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시청률 18%를 넘는 꿈을 꿨다. 그리고 정말 18%를 넘었다. 하하하. 내가 대본 리딩실을 들어가면서 ‘시청률 18%를 찍었다’고 외치는 꿈이었는데, 깨고 나서도 기분이 좋더라(웃음). 이걸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천 원을 주시면서 꿈을 사가셨다. 그러고 얼마 안 지나서 정말 시청률 18%를 찍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하.

첫 주연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 같다. 기분이 시원하다(웃음). ‘별이 되어 빛나리’를 시작할 때 3가지 목표가 있었다. 시청률, 관계자분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것, 검색어 1위. 세 가지 모두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서 기쁘다. 섭섭한 게 있다면 6개월간 함께 촬영했던 선생님들, 배우들, 스태프분들하고 이제 매일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지. 모두 엄청나게 고생을 하셨고, 작품을 위해서 밤낮없이 움직였다.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듬뿍 담겨 있어서 그런지,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유난히 기분이 좋더라. 좋은 성적로 인해 모두의 노고가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특별한 인연 덕분에 배우로 데뷔하게 됐다. 지금 대표님이 고등학교 선배다. 정말 친해서 형이라고 부른다. 하하. 스물세 살 때 군대 전역할 즈음에 마지막 휴가를 나왔는데, 당시에 내 핸드폰을 정지시켜서 아버지 핸드폰을 들고 나가서 놀고 있었다. 아버지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더라. 받아보니 지금의 대표 형이었다. 우리 집에 전화해서 번호를 알아냈다고 하더라. 통화를 마치고 형이 곧바로 나를 찾아와 대뜸 연기 할 생각 없냐고 배우의 길을 제안했다. 전역을 앞둔 상태에서 남자들은 다 똑같은 생각을 한다. ‘나가서 뭐하지?’ 하하. 군대에서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나 역시 고민하던 찰나에 달콤한 제안이 들어온 거였다. 결국, 부모님과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연기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아버지는 직장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어서 늘 내게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라고 하셨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배우라는 직업은 기회와 운이 따라야 하잖아. 빛을 못 보면 하고 싶어도 못 할 수도 있고. 아버지가 내게 딱 3년이라는 시간을 주셨다. 그 시간 안에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면 부모님의 지원을 끊겠다고 하시더라. 다행히 광고부터 드라마까지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금은 부모님이 많이 지지해주신다. 특히 아버지는 매일 모니터링도 해주시고 어머니보다 더 열정적으로 나를 도와주신다. 우리 아버지가 달라졌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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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이었던 MBC ‘심야병원’만 생각하면 경시대회에서 상을 탄 느낌이다. 배우의 길을 결심한 뒤 1년 간 연기 공부에만 매달렸다. 그러고 정확히 1년 후, 바로 ‘심야병원’에 캐스팅됐다. 지금 생각해도 기분 좋을 정도로 그땐 엄청나게 기뻤었다.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이 나오더라. 열심히 공부해서 경시대회에서 상을 탄 느낌이었다. 하하.

카메라의 빨간 불이 들어올 때 흐르는 정적이 좋다. 촬영 직전은 항상 분주하다. 모든 스태프가 한 신을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그러다 카메라의 빨간 불만 들어오면 정적이 흐른다. 그 고요함이 너무 좋다. 이걸 희열이라고 하나? 하하. 그땐 확 집중되면서 몰입하게 되더라. 연기의 매력을 묻는 말엔 항상 이 고요함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진짜’를 연기하고 싶다. 연기라는 게 나를 보여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색하고 부끄러울 수 있다. 하물며 내가 아닌 누군가를 보여주는 건 더 어색할 수도 있고. 그 어색함을 떨쳐버리고 보시는 분들을 웃고 울게 할 수 있는 건 순전히 내 믿음이다. 내가 진짜라고 믿고 연기해야 보는 사람도 진짜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물의 행동을 진짜 내 것처럼 연기하려면 나부터 믿어야 한다. ‘진짜’를 연기하자는 초심을 가지고 ‘진짜’처럼 연기하려고 노력 중이다.

고집이 있다. 장점이라고 하면 장점이다. 될 때까지 도전하는 편이다. 주변에서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열악한 환경이든 주어진 일은 무조건 해내려고 한다. 덕분에 책임감도 강해지는 것 같다. 연기 생활에도 정말 많이 도움된다. 만약 긴 대사를 소화해야 한다면 밥 먹으면서도 대본 보고, 화장실에서도 대본을 본다. ‘진짜’가 될 때까지 한다.

서른에 이르러서야 어른이 된다는 걸 느꼈다. 20대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그 전까지는 군대 다녀오면 다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어른’이라는 게 뭔지 알겠더라. 말 하나, 행동 하나 조심하게 된다. 미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래도 아직 애다. 하하. 건강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30대를 그려나가고 싶다. ‘진짜’ 연기를 하는 그런 30대.

앞으로 수많은 문턱을 넘어설 나 자신에게 하는 응원? 최선을 다하자. 최선을 다하다보면 지금은 비록 최고가 아닐지언정 언젠가는 최고가 될 거라고 믿는다. 하하. 혼자 하는 주문인데 말하려니 부끄럽다(웃음). 최고가 된 내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