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 (인터뷰)

[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장인 엔터 제공

세상은 각기 다른 사람이 한 데 모여 사는 곳이다. 그러므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타인과 나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은 바로 이 과정을 그려냈다. 주인공 유정(박해진)과 홍설(김고은)을 통해 세상 사람들의 ‘차이’를 보여준 ‘치인트’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차이를 인정해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유정과 홍설이 인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듯, 김고은 역시 홍설을 이해했다. 일찍이 홍설과 다름을 인정한 김고은은 홍설의 인간적인 특징을 이해했다. 홍설을 이해하려는 김고은의 치열한 노력 때문일까. 김고은은 홍설과 함께 숨 쉴 수 있었다.

10. 소감을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김고은의 첫 드라마였으니까요.
김고은 : 아무래도 첫 드라마라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너무 재밌게 촬영해서인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고요.

10. 사전제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끝난 후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김고은 :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화보도 찍고, 광고도 찍었어요. 일도 하고 집에서 뒹굴기도 했죠. 하하.

10.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에서 보는 자신의 모습은 어땠나요?
김고은 : 크게 다르다고 느낀 건 없었어요. 그저 매주 내 모습이 나오는 게 신기했을 뿐이에요. 찍고 나서 어떻게 나왔을지도 궁금했고, 사전제작 드라마라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본 것 같아요.

10. 사전 캐스팅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었어요. 이런 작품을 첫 드라마 작품으로 선택한다는 건 배우로서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겠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으로 ‘치인트’를 선택하게 됐나요.
김고은 : 사실 화제가 돼서 드라마를 선택하기 어려웠다기보다는 드라마를 처음 도전한다는 점에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생소한 드라마 환경이 두려웠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이윤정 감독님이랑 작업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정말 팬이거든요. 예전부터 만약 드라마를 하게 된다면 이 분이랑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죠.

10. 이윤정 감독의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했나요?
김고은 : 이윤정 감독님이 연출하신 작품들을 다 봤는데, 그 중 ‘커피프린스’가 제 인생 드라마예요. 스토리, 캐릭터, 연출, 심지어 배경 음악까지 모든 게 완벽한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몇 번이고 돌려봤어요(웃음).

10. 김고은 표 로맨틱 코미디는 정말 의외였던 것 같아요. 본인에게도, 시청자에게도 김고은 표 로맨틱 코미디는 생소한 세계였으니까요.
김고은 : 그렇죠. 로맨틱 코미디 연기는 거의 처음 보여드리는 거니까요. 저에게도 굉장히 색다른 도전이었어요. 전 원래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한 번 빠지면 폐인처럼 죽치고 앉아서 끝까지 봐요. 하하. 로맨틱한 드라마의 여자주인공이 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물론 평소엔 하지 않을 법한 로맨틱한 표현들 때문에 살짝 오그라든 적도 있었지만, 쑥스러움을 극복할 정도로 행복하게 촬영한 것 같아요(웃음).

10. 로맨스물은 아무래도 ‘케미’라는 게 중요하잖아요. ‘치인트’ 속 김고은은 누구하고도 ‘케미’가 사는 배우였어요. 남자주인공들뿐만 아니라 보라(박민지)하고도 잘 어울렸으니까요.
김고은 : 특별히 ‘케미’를 염두에 두진 않았어요. ‘케미’는 진심으로 대하면 저절로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촬영이 아닌 일상에서도 연기자들이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 같아요. 또 이번 드라마는 출연 배우들이 워낙 다들 잘생기고 예뻤잖아요. ‘케미’가 없을 수 없었죠. 하하.

10. 현장에서의 호흡도 무시 못 할 중요한 요소죠.
김고은 : 맞아요. 케미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아마 현장이었을 거예요(웃음). 감독님도 유쾌한 분이셨고 배우, 스태프들 모두가 유쾌한 사람들이었어요. 저 또한 친해지면 유쾌해지는 편이라서 장난도 많이 치고, 정말 노는 것처럼 촬영했어요. 현장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했죠. 특히 홍설의 아빠, 엄마로 출연하신 안길강 선배님,김영희 선배님과는 진짜 가족이라고 할 만큼 분위기가 좋았어요. 가족처럼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었거든요.

10. 학교에 다시 다니는 느낌도 났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또래 배우들과 촬영한 것도 처음이지 않았나요?
김고은 : 오! 정말 그 말이 딱 맞아요(웃음)! 학교에 다니는 기분이었어요. 아무래도 나이 또래가 비슷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활기가 넘쳤죠. 다들 개그 욕심이 넘쳤어요. ‘드립’이라고 하죠? 대학생들처럼 말도 안 되는 ‘드립’도 치고. 특히 경환(고현) 선배가 한 ‘드립’하셨거든요. 하하. 감독님이 말릴 정도로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10. 실제 김고은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치인트’ 속 등장인물 중 비슷한 사람이 있나요?
김고은 : 저는 좀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것 같아요. 수강신청 해놓고 안 나가고, 하기 싫은 건 정말 안 했죠(웃음). 반면 내가 하고 싶은 건 되게 열심히 했어요. 또, 친구들 관계에서도 배꼽 잡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친해지면 한없이 웃기죠. ‘치인트’ 속 인물 중에는 그다지 비슷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다들 ‘한 캐릭터’ 하잖아요. 하하.

10. 김고은도 조별과제로 고통 받아본 적이 있나요?
김고은 : 연극영화과다 보니까 공동 발표로 이뤄진 조별과제가 많았어요. 연습해야 하니까 약속을 잡고 연습실을 구할 때, 파트너가 지각하거나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렇지만 곧 보쌈을 사 와서 금방 풀었죠. 홍설처럼 극한의 조별과제는 없었어요. 하하.

10. 극 중 캐릭터 중 누가 가장 야속하던가요.
김고은 : 음, 과대표 다영이(김혜지)? 사실 다영이는 제가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다영이처럼 앞뒤가 다른 스타일을 아주 싫어해요.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있을 법한 친구거든요. 영곤(지윤호), 상철(문지윤) 선배 역시 현실적인 캐릭터지만 다영이만큼은 아니에요. 하하.

10. 홍설은 참 어른스러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김고은이 바라본 홍설은 어떤 인물인가요.
김고은 : 저도 (홍)설이는 참 어른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에 나오진 않았지만 설이는 더 어릴 때부터 지금의 설이 같은 모습이었을 거예요. 저는 사람이 제 나이에 맞게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점에서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설이가 너무 안타까워요. 본인의 의지가 아닌 가정 상황이나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철이 들어야만 했으니까. 또, 그것이 설이가 살아나갈 방법이었고요.

10. 홍설은 왜 그렇게 일찍 철이 들고, 책임감이 많아졌을까요.
김고은 : 저는 설이가 자존감이 높은 친구라고 생각해요. 설이의 자존감은 결국 본인을 위한 것일 거예요. 그런 환경 속에서도 내가 대학을 가고 싶으니까, 내가 배우고 싶으니까, 내가 취직을 하고 싶으니까 공부하고 노력한 거예요. 안 그러면 설이도 아빠 말처럼 좋은 남자 만나서 일찍 시집을 갔겠죠. 설이는 그러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자기 인생을 위할 줄 아는 의지가 있으니까 그만큼 노력을 한 것 같아요.

10. 김고은은 철이 들었나요?
김고은 : 음, 하하. 어떨 때는 철이 든 것 같다가도, 어떨 때는 철들려면 멀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속 편하게 살고 싶어요. 어른이 되는 건 그만큼의 무거운 책임감이 생기는 거잖아요. 물론 일에 대해선 책임감을 느끼고 있죠. 하지만 어릴 때의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함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개인적인 바람인데, 전 최대한 늦게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요. 하하.

10. 홍설과 김고은은 많이 닮았던가요?
김고은 : 잘 모르겠어요(웃음). 사실 전 설이가 답답했거든요. 하하. 피곤하게 사는 것 같잖아요. 물론 저도 설이처럼 독립적인 성향이 있긴 해요. 대학교 때 부모님께 손 안 벌리려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했죠. 힘든 내색 전혀 안 하고. 그렇지만 그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쌓아두면 언젠가는 나쁘게 터지기 마련이에요.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을 때 얘기해야죠. 그런 점에서 설이한테 쌓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해소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네요.

장인 엔터

10. 홍설은 늘 책임감을 배로 떠안고 살잖아요. 그 때문에 피해도 많이 봤고. 김고은도 홍설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많았을 것 같아요.
김고은 :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싶었어요. 많은 분이 이 인물을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기 위해서 내가 어떤 방향으로 연기해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고민의 결과 중 하나가 ‘생활 디테일’이었어요. 설이는 자취방에 살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잖아요. 이런 설이의 모습이 연기자한테 배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보는 사람도 진짜 같으니까요. 설이 자취방에 가서 물건을 만지작거린다든지, 아르바이트하는 곳을 둘러본다든지 공간에 대해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10. 원작의 홍설과 김고은이 표현하는 홍설에 차이가 있다고 하면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김고은 : 일단 웹툰은 2D고 드라마는 3D잖아요. 드라마는 살아 움직이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생동감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어요. 2D는 보는 사람의 관점을 쉽게 투영할 수 있잖아요. 독자는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라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볼 수 있죠. 특히 ‘치인트’ 웹툰은 홍설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방식이니까 독자들이 홍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반면 드라마는 내 속마음을 꺼내서 보여줄 수 없잖아요. 표현해내야 하는 거죠.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10. ‘로맨스릴러’라고 불렸잖아요. 그 이유에는 복잡한 내면 구성이 있었죠. 그래도 가장 이해하기 편했던 인물은 홍설이 아닐까 싶어요. 반면 유정은 참 어려운 인물이었죠.
김고은 : 맞아요. 이해가 가장 쉬운 인물은 홍설이고, 어려운 인물은 유정이에요. 이런 둘이 만났죠. 두 사람은 처음엔 정말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본인의 기준에서 이해하려고 했으니까요. 그러다가 마음이 깊어지고 사랑하게 되면서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했죠. ‘치인트’는 그 과정을 그린 게 아닐까 싶어요.

10. 첫 드라마 연기는 어땠나요? 영화와 드라마는 제작 환경이 조금 달라서 낯설기도 했을 것 같아요.
김고은 : ‘치인트’라서 달랐던 것 같아요. 사전제작 때문인지 기존 드라마 환경과는 달랐죠. 사전제작 때문에 영화를 찍는 것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요. 배우와 감독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여건이 됐거든요. 물론 영화보다 호흡이 빨랐지만, 적응이 안 될 정도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10. 방송 이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김고은 : TV에 나오니까 가족들이 많이 좋아하더라고요(웃음). 특히 중학생인 사촌 동생들의 호응이 좋았죠. 그 친구들은 청소년 관람 불가인 제 영화를 못 봤을 테니까요. 하하.

10. 굉장히 이미지가 반전된 느낌이에요. 영화 ‘은교’, ‘몬스터’, ‘차이나타운’ 등의 김고은을 떠올리면 항상 우울하거나 무표정이에요. 반면 ‘치인트’에서의 김고은을 떠올리면 웃는 얼굴이 떠올라요. 촬영하면서 김고은 역시 많이 웃었나요.
김고은 :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저도 많이 웃었어요. 현장에서도 많이 웃었지만, 극 중 홍설이 웃을 만한 일들이 많았잖아요(웃음). 저에게 있어 홍설은 여태까지 했던 배역 중 가장 현실에 가까운 인물이었어요. 그러므로 홍설과 굉장히 많이 밀착돼 있던 것 같아요. 한창 촬영할 땐 모든 걸 홍설의 입장에서 바라봤죠.

10. 배역이 주는 힘이네요.
김고은 : 그렇죠. 저는 역할을 맡았을 때 현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행동이라던가, 걸음걸이, 말투 등 인물의 특징을 습관화시키는 편이에요. 이런 특징들을 즉석에서 생각하면 완벽히 표현해내기까지 오래 걸리잖아요. 연기하기 힘들어요. 그렇게 말투까지 비슷할 정도로 캐릭터와 밀착하면 촬영하는 내내 유지가 되죠. 끝나고 나서도 캐릭터가 한동안 제 안에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요.

10. 홍설도 아직 김고은 안에 자리 잡고 있나요?
김고은 :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워낙 일찍 끝나서. 하하.

10. ‘치인트’를 통해 대중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인가요?
김고은 : 아무래도 많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너무 편하게 다녀서(웃음).

10. ‘치인트’가 본인에겐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요.
김고은 :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10. 드라마가 열린 결말로 끝났어요. 보통 ‘열린 결말’이라는 건 개인이 해석할 여지를 남겨주는 방식이잖아요. 김고은이 해석하는 드라마의 결말은 어떤 내용인가요.
김고은 : 설이의 마음은 분명해요. 설이는 아직 유정을 사랑하고 있고, 잊지 못하고 있어요. 끝났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 거죠. 다만 유정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말 그대로 열린 결말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결말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해피엔딩, 새드엔딩처럼 단정 짓는 결말보다 더 멋있는 결말이었거든요.

10. 이번 ‘치인트’가 아무래도 첫 드라마였기 때문에 초심을 다잡을 수 있는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이었겠어요.
김고은 : 음, 드라마라서 새롭게 느껴졌기보다는 또 하나의 작품을 해낸 기분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초심이 없었다는 건 아니에요. 저는 매번 작품 하기 전에 초심을 다잡고 있어요. 늘 ‘은교’ 때의 마음을 생각하고 임하고 있죠.

10. 김고은의 초심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김고은 : 가치요. 제가 처음에 배웠던 ‘배우로서의 가치’를 떠올리는 게 제 초심이에요.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장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