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수배] 3월 둘째 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텐아시아=이은호 기자]3월 2주 신보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스카웨이커스

사건명 비욘드 더 스톰(Beyond the storm)
용의자 스카웨이커스(이광혁, 정세일, 이종현, 최정경, 박재영, 천세훈, 안병용, 이준호)
사건일자 2016.03.04
첫인상 스카웨이커스는 스카를 기반으로 레게, 보사노바, 아프로 비트를 구현하는 팀이다. 2007년 웨이크업(WakeUp)이라는 이름으로 결성해 2012년 밴드 이름을 스카웨이커스로 바꿨다. 부산대 노래패 연합에서 만난 이들은 스카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스스럼없이 분노를 드러낸다. 이번 음반 역시 파도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세월호 추모 리본을 커버에 담아내는 등 사회를 직시한다.
추천트랙 ‘비욘드 더 스톰’. 그루브한 드럼 리듬과 함께 혼 세션이 경쾌하게 춤춘다. 그 뒤를 피아노와 기타가 이어 받아 정신없이 내달리고 숫제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쏟아진다. 우울한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사운드이지만, 부디 가사를 들어주길. 노래의 뒷맛은 더욱 쓰게 느껴질 테고 심장은 더욱 강하게 쿵쾅거릴 것이다. 폭풍을 넘어서기 위해 이 곡은 더욱 강력한 폭풍으로 나타났다.

우주히피

사건명 어쩌면 만약에
용의자 우주히피(한국인)
사건일자 2016.03.04
첫인상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OST에 참여하며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우주피히는 데뷔 11년 차의 잔뼈 굵은 뮤지션이다. 지난 2005년 한국인 원맨밴드로 시작, 이후 3인조 밴드 형태를 갖췄다가 다시 원맨밴드로 돌아왔다. ‘어쩌면 만약에’는 앞으로 이어질 우주히피의 싱글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의미하는 두 단어를 조합해 이별 후의 감정을 노래한다.
추천트랙 ‘어쩌면 만약에’. 우주히피의 가장 큰 힘은 목소리에 있다. 슬픔과 허무를 모두 아는 듯한 목소리, 인생사 달고 쓴 맛을 모두 맛본 목소리이다. 짙게 깔린 첼로의 음색과 심장을 죄는 기타 연주가 데미안 라이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단출한 편성이지만 단숨에 마음을 움켜쥐고 쉽게 놔주지 않는다.

이채언루트

사건명 나이트 드라이브(Night Drive)
용의자 이채언루트(강이채, 권오경)
사건일자 2016.03.08
첫인상 강이채와 권오경의 듀오 밴드. 강이채는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클래식, 재즈계에서 활동했으며 권오경은 밴드 솔루션스의 멤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4월 첫 EP ‘메이드라인(Madeline)’ 발표해 평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제 1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음반부문 후보로 오르는 등 인디 신(scene)의 유망주로 꼽혔다.
추천트랙 ‘나이트 드라이브’. 흔히 말하는 가요적인 작법을 따르지 않는 곡이다. 뚜렷한 기승전결도 없고 악기 편성 또한 단출하다. 결국 노래의 전반적인 무드를 지배하는 것은 강이채의 목소리이다. 낮고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여유로운 비트와 어우러져 마력적인 힘을 가진다. 여기에 권오경의 묵직한 베이스, 강이채의 이국적인 만돌린과 명징하게 울리는 바이올린이 더해져 한층 몽환적인 분위기로 곡이 완성됐다. 비주얼 작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니, 뮤직비디오도 함께 감상하길 추천한다.
출몰지역 오는 5월 28~2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데이브레이크

사건명 멜로우(Mellow)
용의자 데이브레이크(이원석, 정유종, 김선일, 김장원)
사건일자 2016.03.09
첫인상 데이브레이크 정규음반 발매 프로젝트 ‘위드(WITH)’의 세 번째 싱글로 ‘서로’, ‘공감’, ‘친숙함’ 같은 키워드를 음악에 녹여냈다. 데이브레이크는 밴드사운드 위주의 파워풀한 음악을 잠시 내려놓고,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러브송을 탄생시켰다.
추천트랙 ‘멜로우’. 데이브레이크의 히트곡 ‘들었다 놨다’, ‘좋아’와 비슷한 기조의 곡이다. 로맨틱한 분위기와 팝 적인 멜로디, 중독성 있는 후렴구 등이 여성 팬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현악 세션이다. 데이브레이크는 지난해 ‘썸머 매드니스(SUMMER MADNESS)’ 공연을 시작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현악기를 활용, 다채로운 색깔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출몰지역 오는 30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마포아트센터에서 ‘2016 미래광산 콘서트’ 두 번째 주자로 나선다.

피해의식

사건명 아이 헤이트 힙합(I hate hiphop)
용의자 피해의식(크로커다일, 스콜피온, 다이아몬드)
사건일자 2016.03.10
첫인상 피해의식은 정통 메탈을 지향하는 몇 안 되는 밴드 중 하나이다. 지난 2013년 싱글 ‘매직 핑거(Magic Finger)’ 발매와 함께, “힐링의 시대는 갔다. 킬링의 시대가 온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활동을 시작했다. 화려하고 촌스러운 의상, 재밌는 가사로 주목받았으며 지난해 Mnet ‘슈퍼스타K7’에 출연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올렸다.
추천트랙 ‘아이 헤이트 힙합’. “이 앨범은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 힙합 신에서 떨어질지도 모르는 콩고물이나 좀 주워 먹어보자는 것이지 별 다른 뜻은 없다”고 보컬 크로커다일은 말했지만, 이 곡은 꽤나 살벌하게 그리고 통쾌하게 힙합을 ‘까고’ 있다. 가장 큰 공은 사운드에 있다. 80년대 정통 메탈 리프가 거침없이 흐르고 분노에 찬 크로커다일의 노래가 시원하게 울린다. 게다가 죽어가는 메탈이 잘나가는 힙합을 ‘디스’한다니, 자학적인 블랙코미디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역시 똑똑한 팀이다.
출몰지역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되는 SXSW에 참가, 오는 15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쇼케이스 공연을 펼친다.

글,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
디자인. 김민영 kimin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