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10 Voice] 마이클 베이 감독, <트랜스포머>는 이런 것이 아니란 말이요

[위근우의 10 Voice] 마이클 베이 감독, <트랜스포머>는 이런 것이 아니란 말이요
개봉 첫 주 관객 300만 명 돌파. 압도적이라 할 수 있을 의 흥행은, 하지만 엄청난 관객 몰이에 비해 싸늘한 반응을 동반하고 있다. 평단에서도 일반 관객들에게서도.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고질병인 미군에 대한 과도한 리스펙트는 지긋지긋하며, 153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단순히 물리적인 차원에서도 길고, 2편보다 지루한 편집 덕에 체감 시간은 더욱 길다. 는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미국의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1편에 대해 호평하면서도 ‘Michael Bay, you still suck but we love you’라고 말했다. 1편 역시 마이클 베이 특유의 무뇌아적인 물량 공세 블록버스터였다.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지점이 있는 영화였다. 때문에 업그레이드된 화력의 3편이 왜 1편에 비해 훨씬 재미없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1편과 2편의 경험 덕에 시각적 쾌감의 역치가 커진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정확히 말해 는 과도한 시각효과의 남발 때문에 진정한 스펙터클을 놓쳤다. 단순히 강한 자극이 계속되어서 무덤덤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2편도, 3편도, 1편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을 비롯한 오토봇 군단이 샘을 찾아와 천천히 변신하던 순간의 전율을 한 번도 만들어내질 못한다.

변신로봇, 이제야 실현된 오래된 꿈
[위근우의 10 Voice] 마이클 베이 감독, <트랜스포머>는 이런 것이 아니란 말이요
가 선사했던 놀라움은 분명 영화적으로는 새로운 것이었지만, 그것이 주는 의미는 새로움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제야 실현된 오래된 꿈이었다. 경찰차와 소방차로 숨어 있다가 위기의 순간 지구를 지키는 변신 로봇의 소유자가 되는 꿈. (한국 방영 제목 ), (한국 방영 제목 )에서나 볼 수 있던 변신 로봇은, 하지만 가상인 게 분명한 애니메이션이었다. 수많은 캐릭터 상품 중에서도 이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만큼은 변신이 가능한 완구로 사야하는 건 그 때문이다. 5세 이상에게나 허락된 복잡한 완구로만 그 욕망을 현실에서 불완전하게나마 대체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만화 속의 로봇은 주인공에게는 거대한 장난감에 다름 아니다. (한국 방영 제목 )에서 다간이 세이지에게 지시를 부탁하는 장면을 보라. 범블비의 등장은 그래서 하나의 사건이다. 완구로 대체하던 욕망이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재가 되는 순간. 내 차는 변신 로봇이고, 나의 수호자이며, 심지어 지구까지 수호한다. 짠, 완전 멋지지? 1편에서 섹터 7에게 자신의 외계인 친구 옵티머스 프라임을 소개하는 샘의 으쓱거림은 완벽한 시각 효과만큼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수 십, 수 백 대의 로봇이 등장하는 3편에 이르러 나만의 로봇에 대한 로망은 산산이 부서진다. 온갖 디셉티콘들이 점령한 시카고는 비밀스러운 적과 비밀스러운 수호자의 대결이 사라진, 꿈 없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폐허다. 영화에서 그나마 볼만한 순간은 옵티머스 프라임이 조무래기 악당들을 처리하며 유일무이한 수호자이자 주인공 친구로서 희소성 있는 위엄을 과시할 때다. 그런 면에서 는 수많은 돌연변이들이 다양한 초능력을 과시하지만 덕분에 희소성 있는 히어로물의 쾌감은 반감됐던 를 연상시킨다. 최근작인 는 기본적으로 잘 만든 영화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직 뮤턴트의 존재가 소수이고 비밀스럽던 시절을 통해 히어로물의 매력을 되살려 냈다는 걸 떠올려보라. 화력을 업그레이드시켰음에도 지루한 게 아니라 화력을 업그레이드시켰기에 쾌감이 사라진 것이다.

가 놓쳐버린 것
[위근우의 10 Voice] 마이클 베이 감독, <트랜스포머>는 이런 것이 아니란 말이요
특히 등장하는 로봇의 수가 늘어나면서 변신 장면이 디테일하게 나오지 않는 점은 특수효과의 과잉 속에서 이 작품이 어떻게 길을 잃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앞서 언급했던 애니메이션에서는 당장 적을 물리쳐야 하는 상황에서도 변신과 합체 장면을 꼬박꼬박 반복한다. 마찬가지로 잘빠진 카마로가 철컥철컥 범블비로 변신하는 과정은 진짜 자동차가 로봇이 될 수도 있다는 강한 일루전을 제공한다. 범블비가 날개처럼 달고 다니는 자동차 도어와 옵티머스 프라임의 가슴에 달린 트럭 전면, 다리의 바퀴는 실사판 변신 로봇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건강한 자신감인 셈이다. 하지만 2편과 3편에서 각 로봇의 변신 장면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기 일쑤고, 때론 납득할만한 변신이 아닌 경우조차 있다. 가령 3편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싣고 다니는 컨테이너 박스는 평범한 직육면체 모양에서 잘게 쪼개졌다가 전용 무기고로 변한다. 2편에 등장한 여자 로봇도 비슷한 방식으로 변신한다. 그런 식의 변신 메커니즘이라면 샘의 애완견 모조도 로봇이 될 수 있다. 정 아쉬우면 개나, 소라도 변신해서 지구를 지켜야겠지만 관객들이 시리즈를 통해 충족하고 싶은 시각적 환상은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그래서 는 왜 ‘Transformer’인가를 놓친 영화다. 1편을 본 뒤, 거대한 화물 트럭을 볼 때마다 기어코 “변신!”을 외치고야 말았던 그 유치함을, 영화 속 변신 메커니즘을 동일하게 적용한 완구를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을 놓친 영화다. 꿈을 이뤄줄 수 없다면 어떤 특수효과로도 영화의 마법이 완성될 수 없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만이 이 영화가 남긴 성과일 것이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