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한경현 (1)

[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사진. 구혜정

My Name is 한경현. ‘밝게 나타나다’는 뜻이다. 친할머니가 작명소에 가서 5만원을 주고 지으셨단다. 좀, 남자 이름 같지? (웃음) 일할 때 사람들이 기억하기 어려워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뭐, 꽤 괜찮은 이름이다.

1993년 2월 24일생이다. 이번 생일엔 가족들이랑 영화도 보고 요리도 만들어 먹었다. 요리는 내가 한 건 아니고, 엄마가. (웃음) 부모님이랑은 따로 산다. 난 해방촌 쪽인데, 생일 때문에 부모님 집에 놀러 간 거였다. 집에선 둘째다. 위로 언니, 아래로 남동생이 하나 있다. 언니와는 한 살 터울이라 거의 인생 ‘베프’처럼 지낸다. 나중에 언니랑 카페를 차려서 살고 싶기도 하다.

학창시절엔 평범한 학생이었다. 여고에 다녔는데 친구들이랑 말뚝박기를 많이 했다. 말뚝박기, 되게 좋아했다. (웃음) 친구들이랑 있는 것도 좋았지만, 혼자 있는 것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학생회 총무부를 해서, 점심시간 같은 때엔 학생회실 가서 혼자서 음악 듣고 컴퓨터 하다가 수업 종 치면 교실로 돌아가곤 했다.

매드클라운X브라더수의 ‘만화처럼’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매니저 언니가 감독님께 뮤직비디오 콘셉트에 맞을 것 같다며 나를 추천했다고 한다. 매드클라운 씨와 생각보다 많은 신을 찍지는 않았지만, 잠깐씩 뵐 때마다 너무 잘 대해주셨다. 좋으신 분이었다. 이전에 출연했던 뮤직비디오는 존 박 ‘유(U)’, 하동균 ‘매듭’ 등이 있다.

사진. 구혜정

모델 데뷔는 2014 S/S 서울컬렉션 럭키슈에뜨 무대다. 요즘 친구들은 모델 데뷔를 일찍 하는 편인데, 난 대학교 3학년까지 거의 다 다니고 했다. 원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대학도 그 과로 갔고. 그런데 스무 살이 넘어 스스로 용돈을 벌면서 이것저것 다 해 보다가, 모델도 하게 됐다. 사람에겐, 자기 길과 운명이란 게 있는 거 같다. 내가 또 운명론자거든. (웃음) 중학교 때부터 ‘아이 엠 어 모델(I AM A Model)’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모델에 관심 갖긴 했지만, 내가 모델이 되다니… 데뷔 무대는, 다 기억난다. 우선, 그때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서 굉장히 힘들었다. (웃음) 쇼를 하얏트에서 했었는데, 쇼 자체가 워낙 자유로운 분위기라 정말 재미있었다.

이젠 런웨이에서 안 떨린다. 시즌마다 런웨이에 오르기 전에 하는 생각이 계속 변한다. 초반 1년은 되게 떨렸거든. 워킹도 내츄럴하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지금은 (컬렉션을) 다섯 번 정도 하니깐 생각보다 안 떨린다. 편한 마음으로 하니 워킹도 자연스럽게 되더라.

패션 위크가 끝나면 무조건 ‘오프(휴가)’다. 그동안 모델 일을 하며 ‘룰’이 만들어졌다. 패션 위크가 끝나는 날부터 오프다. 거의 한 달은 여행 다니고, 미친 듯이 먹고, 논다. 나를 아예 풀어놓는다. 엄청 일하면 엄청 쉬어야, 또 엄청 일하고 싶지 않나. 패션 위크 때 바쁘게 일한 다음에 한 달을 쉬고 나면 다시 일하고 싶다. 그러면 그때 또 일한다.

모델로서의 강점은 나만의 세계가 있다는 거? 워낙 뛰어난 분들이 많다. 각각의 매력이 다르듯 나도 나만의 매력이 있다. 난, 자유롭지만 나만의 가치를 지닌 사람이다. ‘자유롭다’고 말하면 왠지 막 살 거 같은데, (웃음) 생각보다 밖에 나가서 잘 놀지도 않는다. 내가 정해놓은 선이 있다. 그렇다고 딱히 뭔가에 막혀 있는 건 아니고. 모델로서의 단점도 당연히 있다. 작은 키. 그리고 얼굴도, 개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딱 봤을 때 ‘완전 모델이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닌 거 같다. 그런데 이게 장점이 되어서 연기라든가,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거 같다.

사진. 구혜정

연기를 배우고 있다. 4개월 정도 됐다. 연기는, 단정해서 ‘이거다’라고 말하기 힘든 것 같다. 철학이나 심리학을 공부하는 기분이랄까. 배울수록 어렵다. 특히, 평소에 겪어 보지 못하는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 어렵다. 분노나 고통 같은, 현실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정들. 일하다가 만난 사람들이 “연기에 대한 생각 있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이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해야 하는 건지. 그저 지금은, 어렵지만, 배우는 게 재미있어서 즐기며 하고 있다. 계속하다 보면 늘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게 다다.

좋아하는 배우가 많다. 케이트 윈슬렛, 제니퍼 로렌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블란쳇… 최근에는 ‘대니쉬 걸’을 봐서 에디 레드메인도 좋다. 이번에 오스카상은 누가 받을 지 정말 궁금하다.(인터뷰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진행되었다) 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받지 않을까?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보며 이 배우가 정말 상을 받으려고 작정했구나 생각했다. 대사도 거의 없는데, 대단한 연기였다. 대.박! (웃음) 살아있는 물고기를 어떻게 그렇게 먹나… 그런 극한의 고통을 겪는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면? 할 수 있는 상태라면 하겠지만,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애매하게 할 바엔 안 할 거 같다. 이왕이면 제대로 해야지.

20대를 열심히 살아야겠다. 원래 난 약간 자유로운 스타일이라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는데 어느덧 20대 중반이 됐다. 아무래도 중요한 때이니, 이 시기를 잘 보내고 싶다. 나중에 엄마 아빠한테 차 한 대씩이랑 좋은 집을 사드리고 싶거든. 그러려면 일을 엄~청 열심히 해야 한다. 얼마나 벌어야 하나. 등골이 휘겠다. (웃음)

경현아, 이 또한 다 지나갈 거야. 조금씩 쌓으며 나아가다 보면 언젠간 복이 오겠지. 파이팅.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