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무한도전>, 축제는 끝나도 음악은 남는다

[강명석의 100퍼센트] <무한도전>, 축제는 끝나도 음악은 남는다
“우리들이 알만한 거요.” MBC 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이하 ‘가요제’)의 첫 에피소드 ‘디너쇼’에서 정준하가 피아노 앞에서 뭘 칠지 고민하는 정재형에게 한 주문이다. 그의 말은 곧 가요제의 테마다. 지 드래곤(이하 GD)은 파트너 박명수에게 ‘바람났어’에서 TOP이 하던 것 같은 랩을 주문할 수 없다. 유재석은 이적과 함께한 ‘압구정 날라리’에서 ‘사실 나는 킹카였어 / 형들이랑 놀러 가면 / 웃긴 말만 해댔지만’ 같은 ‘8글자 랩’을 하는 것이 한계다. 게다가 누군가 “가요제는 무조건 신나는 거 해야해”라고 말한 것처럼, 불특정 다수가 지켜보는 이 가요제는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내야 한다. 바다가 마치 SES 시절처럼 맑고 담백하게 부르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도 후반부에는 길의 코러스와 바다의 폭발적인 고음이 더해지며 환호를 이끌어냈다. 은 모든 팀에 대상을 주며 가요제를 경쟁이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었지만, 뮤지션들은 일종의 규칙 안에서 좋은 노래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 대중과 뮤지션 사이에서 접점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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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과 정형돈의 ‘순정마초’는 이 가요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정형돈이 가요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만큼 이 탱고 곡은 어두운 분위기와 복잡한 오케스트라 편곡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달콤한 농담 / 치명적 스킨향 / 무너져가는 널 뒤로 한채 돌아선다’와 ‘나는 그대를 뒤 흔드는 사랑의 종착역 순정마초’로 구성된 멜로디는 정재형의 원래 곡들에 비하면 간단한 편이다. 또한 도입부에는 쿵 하는 북소리로 임팩트를 주고, 후반부에는 ‘내 백합’을 외치는 정형돈의 목소리와 다이내믹한 오케스트라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정재형은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가요제의 오프닝으로 가장 어울릴 수 있는 (그나마) 쉽고 (매우) 화려한 곡을 만들었다. ‘바람났어’의 랩은 ‘오늘 밤 나 / 바람났어 / 친구 따라 / 강남갔어’만 외워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십센치는 ‘죽을래 사귈래’는 ‘난 니가 좋아’와 ‘죽을래 사귈래’만 외워도 웬만큼 부를 수 있다. 멤버의 음역대 안에서 쉽고 단순한 멜로디, 전개는 어디서나 빵빵 터질 수 있게. 싸이와 노홍철의 ‘흔들어 주세요’는 반복적인 후렴구에 이어 ‘현진영 고 진영 고’를 연상시킬 법한 노홍철의 랩이 등장한다.음원만 들을 때는 다소 거친 전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연에서는 오히려 관객을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탱고부터 록까지 다양한 장르가 모인 가요제의 노래들은 참여 뮤지션의 원래 음악들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지금의 ‘바람났어’는 박명수가 어려워했던 원래의 곡을 쉽게 바꾸면서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랩은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쉬워졌고, 단순한 전개와 사운드로 곡을 만들다보니 강조할 부분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박명수의 ‘바람났어’ 이후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전자음이 좋은 예다. GD&TOP의 노래는 따라하지 못하는 사람도 ‘바람났어’는 곧바로 흥얼거릴 수 있을 것이다. 도입부부터 정준하의 중저음 보컬을 강조한 뒤 곧바로 후렴구인 ‘정주나요 안 정주나요’를 등장시킨 ‘정주나요’나 ‘압구정’, ‘날라리’, ‘셔츠가 다 젖을 때 까지’ 같은 짧은 멜로디가 곡 곳곳에 들어가는 ‘압구정 날라리’도 마찬가지다. 가요제의 노래들은 참가 뮤지션들에게 최고의 곡은 아니지만, 대중이 자신들의 음악에 더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할 포트폴리오로는 가장 좋은 곡일 것이다. 뮤지션, , 대중, 가요제의 접점. 3회만에, 가요제는 그들만의 세계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어떤 정체성을 찾았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가질 컴필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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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터넷에 공개된 음원의 사운드는 아쉽다. MP3로 컴퓨터와 휴대기기에서 재생될 것을 염두에 뒀는지, 각각의 소리들은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도록 믹싱돼 있다. 그만큼 소리는 잘 들리지만, 너무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나지 않고 따로 따로 분리된 느낌을 준다. 가요제에서 공연장 전체를 울리던 정형돈의 목소리는 음원에서는 그 만큼의 울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소리들이 섞여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내던 가요제의 느낌은 전혀 살리지 못한다. 가요제에서는 작은 성량과 불안한 음정으로 곡의 맛을 다 살리지 못한 박명수의 목소리가 음원에서는 크고 강하게 울리면서 곡에 어울리는 느낌을 낸 것이 그나마 나아진 점이다. 앞으로 나올 CD의 사운드는 다르길 바란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어도 이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가질 컴필레이션이다. 뮤지션들의 이름값 때문만은 아니다. ‘정주나요’에서 정준하는 특유의 중저음과 콧소리로 부드럽게 곡의 앞에 나선다. 스윗소로우는 오히려 코러스로 뒤를 받치는데 중점을 둔다. 뮤지션들은 멤버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이 정말 노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십센치는 고음은 거의 제거한 채 강하게 반복되는 멜로디로 하하의 걸걸한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도록 했고, 이적은 팔세토 창법이 등장할 때는 유재석의 목소리를 거의 들리지 않게 코러스로 깐 뒤 그의 랩 파트를 마련, 유재석이 노래에 전면에 나설 공간을 마련한다. 뮤지션과 멤버들 사이에 충분한 대화가 없었다면, 이런 안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재형은 정형돈에게 ‘순정마초’ 1절에서 마치 자신처럼 가녀리게 노래 부를 것을 요구하고, 후렴구에서는 두껍고 비장한 목소리를 내도록 한다. 음역대에 한계가 있기에 다이내믹한 느낌은 부족하지만, 정재형이 아니었다면 정형돈의 이런 가능성을 발견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각 장르의 뮤지션들은 예능인의 캐릭터를 음악에 온전하게 녹이고, 예능인은 진지하게 음악에 참여했다. 이 이번 가요제에서 해낸 진정한 도전은 예능인과 음악인이 모여 그들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그리고 모든 무대가 끝난 뒤, 유재석은 이적을 연상시키는 창법에 자신의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담아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 믿을 수 없었지”라 생각하던 시절을 지나 “말하는대로” 이루어진 자신의 인생에 대해 노래했다. 가요제의 첫 곡 ‘순정마초’는 이 가요제가 탱고마저 무대에 올릴 만큼 뮤지션들이 가진 음악적 다양성을 품에 안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지막 노래 ‘말하는 대로’는 축제의 화려함에 깔려 있는 예능인과 뮤지션의 마음을 담았다. 장르는 다양하고, 음악성과 대중성을 함께 놓치지 않으며, 동시에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자신의 마음도 함께 전달하는 사람들의 깊은 속도 놓치지 않았다. 진정한 축제란 이런 것이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