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마셔라, 이것이 록 페스티벌이다

뛰어라, 마셔라, 이것이 록 페스티벌이다
올해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하 펜타)에서는 GD&TOP과 태양이,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이하 지산)에서는 UV가 공연을 할 예정이다. 빅뱅의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는 “정규 라인업이 아니라 이벤트 형식으로 초청된 것”이라 말했고 UV 역시 특별라인업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라인업을 두고 록의 순수성, 록의 정신이 훼손됐다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만약 지금이 반전과 해방을 기치로 내걸었던 우드스탁 페스티벌과 글래스톤베리 축제가 시작되던 1960~70년대라면. 하지만 이제 록페스티벌에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부여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나라 대규모 록페스티벌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이 열린 1999년도만 해도 이미 거대담론은 희미해진 상태였다. 오히려 인천광역시의 도시계획과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만들어 낸 프로젝트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록, 라이브의 다른 이름
뛰어라, 마셔라, 이것이 록 페스티벌이다
그래서 지금의 록페스티벌은 특정 장르를 고집하는 ‘록’페스티벌이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라이브’ 페스티벌에 더 가깝다. 펜타가 첫 회부터 가수 싸이를 섭외했다는 점, 지난 해 지산의 둘째 날 헤드라이너였던 펫샵보이즈와 올해 지산의 첫째 날 헤드라이너로 확정된 케미컬 브라더스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펜타를 기획했던 옐로우 나인의 김형일 대표는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라고 명시한 이유는 현재 시장에서 ‘페스티벌’을 표방하는 곳이 워낙 많아서 그랬다. 힙합이든 뭐든 자기만의 개성 있는 팀이라면 다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펜타가 GD&TOP과 태양을 섭외한 이유도 이러한 원칙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굳이 록이 아니더라도 에너지틱한 무대를 선사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에 환호한다. 여기서 순전히 장르적으로 록이냐, 아니냐를 구분짓는 건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록페스티벌의 ‘록’은 현장에서 음악을 즐기는 어떤 태도에 대한 상징적인 구호가 되었다.

거창한 문화적 의미도 장르의 구분도 모호해진 지금,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록 페스티벌을 찾는가.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답은 우리들 자신이다. 인큐버스의 ‘Megalomaniac’이 셋 리스트에 포함되었을지 안 되었을지 조마조마해 하는 록 마니아들부터 콘과 케미컬 브라더스의 이름만 알고 오는 사람들, 음악은 잘 몰라도 텐트 치고 맥주 마시는 분위기 자체를 만끽하러 오는 사람들까지 제각기 다른 목적으로 록페스티벌행 티켓을 구입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듣지만 관객들이 록페스티벌을 즐기는 태도는 그들의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헤드라이너가 중요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장소가 바닷가 대신 선택한 여름 휴양지일 수도 있다. 페스티벌 기획자는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뮤지션은 그 곳에서 좀 더 재밌게 놀 수 있도록 흥을 돋우는 존재다. 그 공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건, 어쩌면 라인업이 아닌 티켓을 손에 쥔 당신의 적극적 태도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즐기는 순간, 나만의 록페스티벌이 완성된다. 이 정도면 매년 여름, 록페스티벌을 기다릴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