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아이러니④ 가요관계자들의 솔직한 시선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프로듀스101

‘프로듀스101’, 46개 기획사 101명의 걸그룹 연습생을 모아 11명의 유닛 걸그룹을 만든다는 파격적 설정. 그러나 ‘프로듀스101’은 방송 직후 공정성 논란, 표절 논란 등 각종 비판적인 시각이 쏟아졌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주제곡 ‘픽미(PICK ME)’가 음원차트 역주행을 펼치고 화제성 지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얻기도 한다. ‘프로듀스101’의 직,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가요관계자들의 솔직한 생각은 무엇일까.

# ‘프로듀스101’의 장점? 기획사 입장에서는…

국민 프로듀서 대표로 ‘프로듀스101’에 참여하고 있는 장근석은 지난 1월 2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101명의 꿈을 근접하게 만들어주고 메이킹 시키는 게 프로그램의 역할이다. 소녀들의 아름다운 꿈을 화면에 담을 수 있다는 ‘프로듀스 101’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로듀스101’은 데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101명 연습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탄생됐다.

가요관계자들도 이 같은 ‘프로듀스101’의 역할에는 어느 정도 장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관계자 A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방송으로 내보내기 어려운 연습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연습생이 출연 중인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 G는 “큰 회사가 아닌 입장에서는 우선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며 “11위 안에 못 들더라도 어느 정도 순위가 올라가게 되면 쉽게 인지도를 쌓을 수 있으니 장점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기획사들의 이름만 알려진 현 가요계에서 ‘프로듀스101’을 통해 다양한 가요기획사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반응도 많다.

관계자1

연습생들의 실력에도 긍정적 영향력을 끼친다고 보는 관계자도 있었다. 관계자 E는 “좋은 트레이너도 있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니까 연습생들의 실력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듀스101’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인 김소혜의 성장 과정만 보더라도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데뷔 전부터 팬덤을 쌓는다는 이점도 있다. 관계자 H는 “예전에는 연습생들을 함부로 보여주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소문이 나는 것을 막았다”며 “요즘은 연습생 때부터 팬들을 모아야 하고, 그런 일환으로 ‘프로듀스101’도 이용할 수 있다. 못해도 점점 잘해나가면 되고, 잘하면 활동하는 것이니까”라고 전했다.

당장 연습생을 데뷔시킬 여력이 되지 않은 기획사 입장에서는 ‘프로듀스101’이 좋은 발판이 됐다. H는 “당장 데뷔할 상황이 아니라면, ‘프로듀스101’이 인지도와 팬덤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며 “연습실 안에만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인데 다른 회사 연습생을 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관계자

결국 목표는 사전 인지도다. H는 “제일 좋은 것은 12등을 하는 것이다. 홍보만 하고, 빠지는 것이 목표다”며 “만약에 바로 팀을 짜서 데뷔를 한다고 해도 ‘프로듀스101’으로 이슈를 만든 뒤 데뷔를 할 수 있고, 아니라면 미리 얼굴을 알릴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프로듀스101’ 결과에 따라 걸그룹 론칭 계획을 세우는 회사도 있다. G는 “프로그램 결과에 따라 데뷔 계획이 달라지는 회사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 꾸준히 제기되는 공정성 문제

방송을 할 때마다 제기되는 공정성 문제, 분량 차별과 투표 공정성에 대해서는 가요관계자들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관계자 A는 “연습생이 노출될 수 있다는 기회 하나만 보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떠안고 가야 한다. 시작부터 불공평한 점이 있긴 하다”고 인정했다.

가요관계자 I는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도 아예 없애야 한다”며 단순 인기투표에 지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계자 B 또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마찬가지”라며 “국민 프로듀서가 뽑는다고 내세웠지만, 제작진의 편집 방향에 따라 투표 결과가 바뀌기 때문에 사실상 제작진과 기획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다”고 전했다. 투표 기간의 불공정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관계자 B는 “예를 들면 보컬 포지션 평가는 이미 지난주에 방송돼 투표 혜택을 받지만, 이번 주 방송될 댄스와 랩 포지션 평가는 방송이 끝나자마자 투표가 종료돼 무대가 공개돼도 영향을 받지 못한다. 시청자를 그냥 단순한 도구로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관계자

강한 어조로 비난한 관계자도 있었다. 관계자 C는 “너무 쓰레기다”며 “솔직히 말해서 사전부터 정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 있는 기획사는 살아남고, 약한 자들은 들러리 수준으로 남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 주목된 연습생들만 비춰주니까 떨어진 친구들 중에 얼굴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그냥 떨어진 친구도 있다. 그냥 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 D는 “소녀를 볼모로 시청률을 견인하려는 악마의 편집들과 어차피 정해진 시나리오를 다큐멘터리로 희석시키는 자체가 가증스럽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면, 다음에는 남자 연습생으로 악순환이 계속될 것 같다. 이번 ‘프로듀스101’을 끝으로 깊은 성찰과 자기반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어차피 데뷔는 OO’과 같은 내정설에 가까운 비판도 분량 차별에서 나온다. ‘프로듀스101’은 101명 출연자에서 출발했지만, 한정된 시간에 매번 보는 연습생들만 출연한다. 방송에 출연할수록 인기는 높아진다. 반대로, 등장하지 않으면 결국 탈락이다. G는 “너무 많은 인원이 있으니까 항상 몰아주는 애들만 몰아 준다”며 “노출빈도에 따라 투표가 나오니까 억울하긴 하다”고 전했다. 관계자 H는 “나오는 사람만 나오고 아닌 사람은 나오지도 않고 굳이 101명 안 해도 될 것 같다. 주요 회사 아이들만 모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고 전했다.

관계자

# 아이돌은 단지 상품입니까.. 유독 아이돌에게만 엄격한 잣대

‘생수를 들어줘야 한다’, ‘카메라를 대신 변상해야 한다’, ‘다른 이가 쏟은 콜라를 나서서 치워야 한다’와 같은 몰래카메라 내용을 비롯해 아이돌에게 지나친 잣대를 적용하고 상품화시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관계자 I는 “연습생들을 무슨 물건 취급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드는 멤버를 고르고 소비하게 하는 것 자체가 마치 예쁘게 만들어진 물건을 고르는 것 같아 인간미가 없고 이질적이다”고 말했다.

관계자 H는 “몰래카메라를 보고 방송사의 갑질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몰래카메라도 나오는 애들만 나왔다”며 “꼭 쏟아진 콜라를 닦고, 생수를 들어줘야 아이돌이 될 수 있나”며 방송사가 만든 프레임에 대해 비판했다. 관계자 J는 “현 가요계가 걸그룹을 만드는 데 있어서 단순하게 소녀다움, 날씬함, 사랑스러움 이런 것들만 요구하지 않는 현실인데 ‘프로듀스101’은 아주 구시대적인 조건들을 나열하고 그것에 맞지 않는 친구들을 맹비난하는 폭력적인 프레임”이라며 “쓸 데 없는 몰카 장치, 거기에다가 표절 논란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반성도 노력도 없는 것이 창피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관계자

# 또 다른 이야기

산업적 측면에서 장단점을 분석한 가요관계자도 있었다. 관계자 E는 “대외적인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프로듀스101’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연습생을 이용하고, 미성년자가 많은데 노동 착취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새벽에 녹화하는 것 등 미성년자 노동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있다. 신경써야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일본 걸그룹 AKB48의 총선거 시스템을 모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관계자 F는 “AKB48의 프로모션 시스템을 가져와서 우리나라식으로 잘한 것 같다”며 “AKB48은 CD를 사야 투표권이 있는데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CD구매력이 없다. 대신 유통수익이나 다른 부가가치가 있는 사업방향으로 틀을 만든 것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I는 “‘프로듀스101’자체가 결국 AKB48 총선거 시스템에 한국 특유의 경쟁 심리를 더해 탄생한 문제성 강한 아류작”이라며 “경쟁자들을 집단화 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성장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냥 단순화된 상품 만들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그 전적인 사례가 전소미를 모두의 최종보스로 만들어버린 편집이다. 연습생들의 인생은 누가 책임지나”라고 전했다.

글, 편집.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