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나, TEO│<무한도전>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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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돈이가 지금 낯가리기 시작했어요.” MBC 의 ‘디너쇼’에서 정형돈은 정재형을 “패션하시는 분”으로 알았다. 50일 후, 정형돈은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이하 ‘가요제’) 7팀 모두 받은 대상 트로피를 받고 정재형과 포옹했다. 5회의 방송, 50일의 시간. 가요제가 보여준 것은 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모두 행복한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었다. ‘디너쇼’에서 파트너에게 “가사를 좀 쓰게 하고” 싶다던 이적은 유재석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압구정 날라리’와 ‘말하는 대로’에 썼고, 연인과의 결별 이후 ‘발라드 자판기’가 된 길은 바다를 만나 두 사람만의 이야기를 담은 발라드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렀다. 때론 박명수가 파트너 지 드래곤(이하 GD)의 곡이 너무 어렵다고 한 것처럼 서로 이견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GD는 그 후 ‘바람났어’의 랩을 ‘바람났어’ 네 박자만 맞춰도 부를 수 있는 쉬운 플로우로 바꿨다.

현재의 음악 리얼리티쇼와 전혀 달랐던 ‘무도 가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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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리얼리티 쇼는 음악을 만인의 투쟁으로 규정한다. 가수들은 심사위원 앞에서, 홀로 앉은 대기실 안에서 평가에 대한 부담을 혼자 짊어졌다. 그러나 쇼가 아닌 음악이란, “누가 날 심사해?”라고 말하는 고고한 정재형도 정형돈에게 가사에 대해 설득해야 하는 협업이다. 정준하의 목소리부터 점검하며 곡을 준비하는 스윗소로우와 홍대 은하수 다방에서 만나 장르와 콘셉트부터 이야기하는 하하와 십센치처럼 과정도, 결과도 정답 따윈 없는 세계다. 다른 리얼리티 쇼들이 쇼에 맞춰 음악을 깎고 자를 때, 은 스스로를 늘려 음악을 끌어안았다. ‘디너쇼’와 ‘MT’를 제외하고 7팀이 음악을 만들고 무대에 세우는 세 편의 에피소드는 게임도, 룰도 없이 다큐멘터리처럼 음악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유재석과 이적의 대화는 버라이어티 쇼라기보다 유재석의 인생담을 담은 음악 토크쇼에 가까웠고, 정형돈은 정재형이 스튜디오에서 MBC 음악을 작업할 때만큼은 조용했다. 은 그렇게 음악을 대하면서 수상자 대신 모든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가요제에서 십센치와 하하는 노래를 한 곡 더 불렀고, 공동수상은 시상식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우리는 정재형과 낯을 가리던 정형돈이 정재형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순정마초’를 가요제가 열린 행담도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부르고, 그들이 포옹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과의 힘을 빼고 과정이 주인공이 되면서 가요제는 다른 음악 리얼리티 쇼와 정 반대의 내러티브를 갖는다. Mnet 는 137만 명의 참가자 중 단 한 명을 뽑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거대하게 펼쳐진 이야기가 마지막에는 단 한 명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반면 의 뮤지션들은 점점 더 그들의 세계를 넓혀나간다. GD는 일본으로, 십센치는 홍대로.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그룹 데이브레이크가, 아이돌 박봄이 그들의 음악에 합류한다. 마치 영화 시리즈처럼, 은 장르도, 성격도, 철학도 다른 음악 능력자들을 의 멤버들과 연합시켜 프리퀄과 속편이 모두 가능한 하나의 세계로 만들었다.

이라는 비옥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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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이 ‘순정마초’로 탱고를 배우고, 유재석이 이적을 통해 노래 한 곡을 만드는 과정을 알아가는 것은 이 시청자에게 음악에 대해 알려주는 과정과 같다. 가요제 당일 은 모두가 한 곳에 모이는 특유의 오프닝으로 시작해 리허설은 음악 다큐멘터리처럼 모든 팀을 꼼꼼히 보여주고, 가요제는 음악 프로그램처럼 연출했다. 한 회 안에서도 예능과 음악과 교육이 함께 있는 쇼. 그 결과 아이도, 어른도 행담도에 모인 관객들은 장르가 전혀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을 모두 즐겼다. 은 예능과 음악을 융합하며 서로의 외연을 넓혔다. “이 삶의 낙”이라던 뮤지션들이 을 통해 예능에 발을 디뎠고, 이 거대한 섬은 가장 대중적인 것들의 합인 TV의 영토에 끊임없이 새로운 자원들을 공급한다. 은 인디와 아이돌을 함께 좋아할 수 있고, 여전히 라디오로 정재형, 이적, 유희열, 김동률을 만나는 어떤 사람들이 TV와 통할 수 있는 그 모든 주류와 비주류 사이 취향들의 거점이 되었다.

그러나 가요제가 모두 끝난 뒤 유재석과 이적은 텅 빈 관객석 앞에서 ‘말하는 대로’를 불렀다. 유재석이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하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부르기 꺼려했던 곡이다. 예능인은 타인을 웃기는 쇼 안에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을 거절한다. 뮤지션은 화려한 가요제에서 자신의 음악을 모두 표현할 수는 없다. 유재석과 이적의 인생은, 음악은 무대가 끝난 뒤 다시 시작된다. 지금의 은 가요제의 환희를 즐기면서도 쇼가 끝난 뒤에 인생이 계속된다는 걸 안다. 그건 의, 연출자 김태호 PD의 나이테가 가져온 성찰이다. 잘 못나가는 개구쟁이들의 모험담이었던 은 이제 거대한 브랜드다. 이라면 GD와 십센치가 함께 나서고, 언론은 기어이 가요제의 장소를 알아내 기사화시킨다. 그리고 멤버들은 나이를 먹고, 인기를 얻고, 결혼을 했다.

축제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아이의 열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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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해진 쇼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날렵할 수만은 없고, 한 살 한 살 먹으며 성격은 조금씩 둥글게 변한다. 김태호 PD는 프로레슬링을 다룬 ‘WM7‘에서 고통을 참고 남들을 웃기는 예능인의 비애를 드러냈고, 출연자들이 험한 눈길을 헤쳐 가는 장면을 놀리는 대신 이적의 ‘같이 걸을까’를 깔며 감상에 빠졌다. 자기 연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살아갈수록 힘든 것도 많고, 아무렇게나 놀릴 수 있을 만큼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걸 아는 것은 성장이기도 하다. 한 번 더 웃기는 대신 더 조심스럽게 음악에 다가서고, 때론 ‘음악은 놀이’, ‘음악은 도전’처럼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음악에 대해 설명한다. 과거보다 조금은 촌스러워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개 코미디에 가까운 ‘디너쇼’와 음악 다큐, 그리고 화려한 가요제가 공존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쇼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는 어른이 가질 수 있는 균형감각이다. 때론 촌스럽더라도 한 번 쯤 짚고 넘어가야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정재형의 탱고나 십센치의 음악을 대중에게 선 보일 때.

축제가 끝날 걸 아는 어른이 축제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아이의 열정으로 50일간 뛰어든 무대. 은 이제 크고 화려한 쇼의 에너지와 쇼가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갈 한 사람의 삶의 자세를 대중에게 함께 전할 수 있는 쇼로 성장했다. 마이너리티들의 놀이터가 모든 개구쟁이들의 섬이 됐고, 그 섬의 사람들은 섬 바깥의 세계에 대해 더 깊고 넓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요제는 그 성장의 시기에 단 한 번 나올 수 있는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유재석은 이적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적은 그에게 말한다. “이젠 그러셔야죠.” 도, 그럴 때가 됐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