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가장 ‘남격’다운 것

‘남자의 자격’, 가장 ‘남격’다운 것 ‘남자의 자격’ 일 KBS2 5시 20분
지휘 경험이 없는 김태원이 지휘의 기초부터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 KBS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 청춘 합창단 특집 첫 편은 ‘남격’의 현재와 무척 닮았다.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은 합창단뿐 아니라 다소 어수선해진 ‘남격’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준혁, 전현무가 팀에 채 융화되기 전에 결정된 신원호 PD의 하차로 인해 ‘남격’은 사실상 다시 출발점에 섰다. 팀워크도 리더십도 예전 같진 않은 지금, 새로 시작하는 ‘남격’의 첫 미션이 모두가 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모아야 가능한 ‘합창’이라는 것은 다분히 상징적이다. 새 지휘자가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리더십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김태원인 것까지, 굳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청춘 합창단’은 지금의 ‘남격’에 대한 메타포로 읽힐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

그래서 어제의 ‘남격’이 고령의 오디션 참가자들의 사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정석적인 동시에 영리한 포석이었다. 심사위원들은 각자의 평가 기준을 들고 오디션에 임했지만, 막상 오디션 내내 가장 빛났던 것은 참가자들의 ‘노래하는 마음’이었다. 사별한 아내를 그리며 노래하는 남편, 출가하는 딸에게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어머니, 성량은 예전만 못 하지만 여전히 노래하는 것이 황홀한 팔순 노인까지. ‘남격’은 노래의 기술이나 성량 이전에 노래를 즐기고 사랑하고 열망하는 마음에 초점을 맞췄다. 주말 예능엔 안 어울릴 듯한 중년 남성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던 처음 그 마음으로, 언제나 서툴지만 진심 어린 한 걸음을 강조했던 ‘남격’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참가자들의 진심을 들여다보며 첫 걸음을 뗐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첫 번째 하모니”는 그렇게 ‘남격’답게 시작했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