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연결고리②] 과거는 살아있다

[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우리는 모두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가슴에 묻어뒀던, 잊혔던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바로 tvN ‘시그널’을 통해서 말이다. 과거와 현재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장기미제사건을 다루는 드라마 ‘시그널’. 과거의 인물 이재한(조진웅)과 현재의 인물 박해영(이제훈)이 무전기를 통해 연결돼 있듯, ‘시그널’ 역시 과거의 미제 사건을 비롯한 실제 사건과 연결돼 있다. 드라마 속 장기미제사건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실제 미제사건을 모티브로 그려내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범죄, 미제사건. ‘시그널’ 은 극을 통해 기억 저편에 있던 미해결 사건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분명한 건,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과거는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기에.

시그널 유괴사건

# 김윤정 유괴사건 : 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살해 사건
‘시그널’이 그린 첫 사건은 유괴사건이었다. 박해영의 어린 시절 같은 반 친구였던 김윤정은 2000년 비가 오는 어느 날, 누군가에 의해 납치된다. 곧 김윤정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이후 15년이 흘렀지만 범인의 실체는 묘연하다. 결국 이재한의 무전으로 박해영은 15년이 흐른 후 공소시효 종료 직전 범인을 검거한다. 범인은 김윤정과는 아무런 연고(緣故)도 없는 한 정신병원의 간호사였다.

이와 가장 유사한 실제사건을 꼽자면 ‘박초롱초롱빛나리(이하 박나리) 유괴 살해 사건’이 있다. 1997년 길고 예쁜 이름이나 빛나던 8세 아이가 귀가 도중 실종됐다. 전국이 들썩였고, 40일 동안 모든 뉴스는 박나리의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범인은 아이를 돌려주는 댓가로 상당한 금품을 요구했지만, 결국 범인 아버지의 증언으로 검거되고 말았다. 아이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범인은 연극성 성격장애를 앓고 있던 임신 8개월의 임산부였다. 이 사건은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김윤정의 사건과 유사한 형태를 띄었다.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김윤정 사건의 범인은 15년 뒤에 검거됐고, 박나리 사건의 범인은 범행 40여일만에 검거됐다는 점이다.

반면 안타깝게도 김윤정의 사건과 유사한 미해결된 유괴사건 역시 많이 남아있다. 아직도 애를 태우며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도 있고, 허망하게 하늘로 간 아이를 바라보며 범인검거를 기다리는 부모가 있다. 박나리 사건 외에도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된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비롯해 영화 ‘그놈 목소리’의 모티브 사건으로 알려졌던 ‘이영호 유괴사건’ 등 김윤정 사건과 유사한 유괴사건은 꽤 많다. 극 중 ‘김윤정 유괴사건’은 어쩌면 모든 ‘유괴사건’을 하나로 응집해 보여준 에피소드라고 말할 수 있었다.

시그널 맨홀

# 김윤정 유괴사건(용의자 서형준 살해사건) : 오창 맨홀 변사사건
극 중 김윤정의 유괴사건에는 또 하나의 사건이 얽혀있다. 바로 용의자로 지목된 서형준 살해사건. 당초 김윤정의 유괴범으로 지목된 서형준은 15년 전 이재한의 무전을 통해 15년 후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김윤정 사건과 같은 정신병원 간호사 윤수아(오연아)였다. 주목할만한 점은 서형준 시신 발견 장소였다.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백골이 돼 버린 서형준의 시신은 정신병원 뒤에 위치한 맨홀에서 발견됐다.

‘맨홀’이라는 하나의 힌트는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과거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바로 ‘오창 맨홀 변사사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2010년, 충정북도 청원군 오창읍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맨홀 뚜껑에 목을 매 단채로 발견됐다. 자살로 보였지만 당시 40대 남성의 시신이 뒤로 손이 묶여 있었다는 점과, 보험금을 노린 범행이라는 때때로 등장하는 의혹들이 그를 타살로 의심케 했다. 당시 이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방영된 바 있었다. 방송의 힘까지 더해져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듯 했지만, 불충분한 증거와 수사 명분 부족으로 결국 수사는 더욱 진행되지 못했다. 서형준의 범인은 윤수아로 밝혀지기까지 15년이 걸렸다. 6년이 지난 지금, ‘오창 맨홀 변사사건’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범인 혹은 자살이라는 분명한 결론을 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까.

시그널 연쇄살인사건

#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 : 화성연쇄살인사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기억하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시그널’ 역시 희대의 미제사건을 재조명했다. 김윤정 사건이 해결되고, 박해영과 이재한은 또 다시 무전기를 통해 대화를 나눈다. 이재한의 시점은 1989년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으로 변했다. 현실의 박해영은 과거 사건기록을 통해 이재한에게 연쇄사건들의 정답을 알려준다. 이재한이 과거에서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죽었던 피해자가 현실에서 살아나는 등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재한은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미처 막지 못했고, 범인을 알면서도 잡지 못했다. 결국 박해영은 공소시효가 사라진 26년 후에야 진범을 찾고 범인을 벌했다.

박해영은 26년이 걸렸다. 우리는 29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에서는 10명의 여성이 차례로 살해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최초 연쇄살인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이다. ‘비 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만 살해한다’ 끔찍한 법칙은 우리를 여전히 공포에 살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지울 수 없는, 지워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아직도 잡히지 않은 범인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06년을 마지막으로 10번에 거친 모든 범행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애석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선(善)은 권장하고 악(惡)은 징계한다’는 권선징악(勸善懲惡). 범인이 반드시 언젠가는 죄를 뉘우칠 수 있는 벌을 받길 바란다.

시그널 대도사건

# 대도(大盜) 사건 : 대도 조세형 사건
‘대도(大盜)’ 큰 도둑을 뜻하는 단어. 이재한이 있던 199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도둑이 있었다. 바로 대도. 부유층의 집만 도둑질하는 간 큰 도둑이었다. 박해영이 있는 2015년, 납치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과거 대도사건의 용의자 오경태(정석용)였다. 이재한과 박해영의 본격적인 공조수사가 진행됐고, 대도사건의 진범은 오경태가 아닌 검사장의 아들 한세규(이동하)로 밝혀졌다. 한세규는 자신의 마약, 절도, 살인죄를 덮으려 대도 범행을 저질렀던 것. 오경태는 그저 한세규 거짓말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현실에서도 역시 ‘대도 사건’은 존재했다. 대도 조세형을 기억하는가? 1980년대에는 ‘현대판 홍길동’이라 불리는 조세형이 있었다. 부유층과 고위 권력층의 저택을 상대로 금품을 털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줬기 때문. ‘대도’라 불리우는 호칭 때문에 ‘시그널’의 대도 사건의 모티브라고 알려져 있지만, 두 사건이 가장 닮은 점은 바로 ‘다이아몬드’이다. 조세형은 고가의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훔치다 검거당한 바 있었다. 당시 모 국회의원의 재산이었던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시그널’에서도 블루 다이아몬드가 나온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국회의원으로 등장한 손현주의 물건이었으며, 극의 중심이 되는 핵심적 소재가 됐다. 이와 같이 대도 조세형의 사건은 ‘시그널’의 대도 사건과 유사하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조세형은 의로운 도적이고, 오경태는 억울한 도적이라는 것이다.

시그널 대교붕괴

# 대도사건 : 성수대교 붕괴사건
억울하게 범인의 죄를 뒤집어 쓴 오경태. 범인으로 몰린 것도 모자라 딸을 잃게 됐다. 바로 다리 붕괴 사고로. ‘시그널’ 속 대도사건에는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건이 얽혀있었다. 1994년 많은 국민들을 슬픔에 몰아넣은 ‘성수대교 붕괴사건’이었다. 부실공사로 일어난 끔찍한 사고는 49명이라는 사상자를 기록했다. 그 후 20여년의 시간이 흘렀고, 성수대교는 아름다운 새로운 다리로 재탄생했다. 마치 그 옛날, 끔찍한 사고를 잊었다는 듯이.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성수대교 부실공사로 인해 안타까운 피해 받은 사상자들을. 오경태의 딸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는 앞으로도 기억할 것이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tvN ‘시그널‘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