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연결고리③] 11과 23의 ‘시그널’

[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시그널’에서는 11시 23분, 그리고 11과 23이라는 숫자가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오후 11시 23분, 정확한 시간에 시작되는 과거와 현재의 신호,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며 오열하는 영화관의 11번 좌석, 11년 차이로 발생한 과거와 현재의 트라우마. ‘시그널’에서 11, 그리고 23을 따라가는 것은 드라마를 더 깊게 파고드는 중요한 단서다.

시그널 11시 23분 종합

#11시 23분, ‘시그널’ 무전의 비밀

과거의 이재한(조진웅)과 현재의 박해영(이제훈)을 잇는 무전은 어느 날 오후 11시 23분 정확히 시작됐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될 때, 시계는 어김없이 11시 23분을 가리키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11시 23분의 법칙’이 박해영의 시간 속에서만 성립한다는 점이다. 이재한의 시간 속에서 박해영과의 무전은 시간에 별다른 구애를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굳이 오후 11시 23분일까. 가장 크게 설득력을 얻고 있는 주장은 현실에서 박해영과 이재한이 단 한 번 마주친 시간이 바로 이 시간, 11시 23분이라는 추측이다. 2000년 8월 3일, 김윤정 유괴사건의 목격자인 어린 박해영은 진범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는다. 그러나 꼬마였던 박해영의 말에는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고, 진범의 정체가 담긴 쪽지를 속에 꼭 쥔 박해영은 계단을 뛰어내려가다 이재한과 부딪힌다.

이재한과 계단에서 부딪히기 전 화면 속 시계는 11시 17분께를 가리키는데, 박해영이 망설이다 뛰어나간 것을 고려해 볼 때 박해영과 이재한은 11시 23분, 현실에서 단 한 번 만났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11과 23, ‘시그널’에 숨겨진 숫자의 비밀

시그널 영화표

11번, 12번 영화표
박해영으로부터 다음 피해자가 자신이 짝사랑하던 김원경(이시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재한은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김원경을 찾아 나선 이재한은 진범인 자신의 아들을 숨기려던 버스기사 이천구(김기천)에게 속아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고, 결국 김원경은 시신으로 발견된다. 시간이 흘러 이재한을 만나게 된 김원경의 고모는 생전 김원경이 이재한을 많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려주며 김원경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영화표 2장을 건넨다. ‘개그맨’이라는 영화표의 자리는 11번과 12번. 영화를 보러 가 김원경을 떠올리며 오열하는 이재한 옆으로 마-11이라는 영화관 자리가 선명하게 눈에 띈다. 참고로 11과 12를 더하면 23이 된다. 시청자를 음모론자로 만드는 ‘시그널’의 힘이다.

시그널 김원경 김윤정

-11년 차이로 세상을 떠난 여자들
박해영과 이재한은 가까운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공통적인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박해영은 어릴 적 반 친구였던 김윤정 유괴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다. 어떤 여자가 김윤정을 데려가는 것을 본 박해영은 다음날 김윤정이 유괴사건의 피해자가 됐다는 충격적인 진실에 맞닥뜨렸다. 범인이 줄곧 남자로 지목되는 것을 본 박해영은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경찰은 진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너무나도 어렸던 박해영은 결국 김윤정을 지키지도,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알리지도 못했다.

이재한 역시 짝사랑하던 여자를 연쇄살인범의 손에 잃었다. 박해영과의 무전으로 김원경이 다음 피해자가 될 것을 미리 알았지만, 어긋난 부정에 이재한은 결국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지 못했다. 박해영의 친구 김윤정은 2000년에 죽었고, 이재한이 짝사랑하던 김원경은 1989년에 죽었다. 두 사람은 11년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

tvN 제공

-11과 23, ‘진실’과 ‘궁예’ 사이
이재한은 1989년에 순경으로 경찰 임용이 됐고, 2000년에 실종됐다. 경찰 생활 11년째 생사도 모른채 자취를 감춰버리게 된 것. 또한 이재한이 경찰 임용이 된 해인 1989년은 1967년생인 이재한이 23살이 되던 해였다. 박해영은 이재한이 경찰이 되던 해인 1989년에 태어났다. 김윤정 유괴사건이 일어나던 해인 2000년 김윤정은 12살로 경찰 브리핑에 보고되는데, 박해영 역시 김윤정의 반 친구로 1989년생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박해영이 이재한에게 “이 무전이 왜 시작됐는지, 왜 하필 우리 두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이런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혼란만 가져온다. 부디 몸조심하라”고 인사를 남기고 무전기를 버린 때는 바로 11월이었다. 과연 드라마 속 숨어있는 단서를 찾는 이른바 ‘궁예’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일까. 아직도 숨어 있는 단서 찾기는 ‘시그널’을 보는 또다른 재미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tvN ‘시그널’ 방송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