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연결고리④] 김은희 드라마의 평행이론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김은희 작가 작품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평행이론을 드라마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같은 작가에게서 ‘태어난’ 작품들이라면 더욱 그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2010년 SBS ‘싸인’을 시작으로 ‘유령’, ‘쓰리데이즈’ 그리고 ‘시그널’까지 한국형 스릴러라는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한 김은희 작가는 긴장감 있는 이야기 속에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녹여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제는 ‘김은희 작가’라는 이름만으로 기대감을 갖는 사람들이 대다수.

시청자들의 가슴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김은희 작가의 전작들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김은희 드라마의 평행이론을 점검해보고 앞으로 ‘시그널’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추측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김은희 작가 주인공 죽음

# 주인공들을 엄습하는 죽음의 그림자
‘싸인’의 주인공인 윤지훈(박신양)은 인기 아이돌 서윤형 피살 사건의 범인 강서연(황선희)을 잡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강서연의 손에 죽는 것. 지훈은 강서연에게 살해당함으로써 그녀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자신의 몸에 직접 남긴다.

‘유령’에서는 시청자들이 당연히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김우현(소지섭) 경위가 2회 만에 폭발사고로 사망,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우현의 모습을 한 천재 해커 박기영이 그를 대신해 진실을 좇는다. 가장 최근작인 ‘쓰리데이즈’에서도 대통령 이동휘(손현주)를 암살하려는 사람들과 그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대결 구도가 긴장감을 자아냈다.

‘시그널’의 주인공들 역시 죽음의 그림자 아래 있다. 이재한(조진웅)은 박해영(이제훈)의 시간을 기준으로 2차 무전에서 “내 무전은 여기까지”라고 말한 뒤 총성 한 발과 함께 실종됐다. 차수현(김혜수)은 납치 피해자를 찾는 도중, 범인이 설치한 함정에 빠져 죽었다. 재한과 해영의 노력으로 과거가 바뀌면서 다행히 부활했지만.

이처럼 김은희 작가의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죽음’과 상당히 가까운 곳에 머무르고 있다. ‘시그널’의 주인공들 중에서 남은 것은 박해영 한 명뿐이다. 해영은 과연 사신의 칼을 피할 수 있을까.

김은희 작가 1화

#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리니
지금까지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작품들은 1~2회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진실이 어떤 힘에 의해 은폐당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별개의 에피소드를 해결하면서 다시 ‘첫 번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싸인’ 초반부에서는 아이돌 서윤형 피살사건의 진범 강서연이 유력 대권주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간다. 주인공 윤지훈과 고다경(김아중)은 이와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권력이 은폐한 서윤형 피살사건의 진실에 접근한다.

‘유령’ 역시 마찬가지다. ‘유령’의 1~2회는 성접대 루머에 시달리던 유명 여배우 신효정(이솜)의 죽음에 말려든 천재 해커 박기영(최다니엘)이 이 사건에 연루됐던 김우현의 얼굴로 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김우현의 얼굴을 한 박기영은 이후 사이버 수사대의 팀장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며 신효정의 죽음 뒤에 숨어있는 조현민(엄기준)에게 다가간다.

‘쓰리데이즈’의 초반부는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세력이 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경호원 한태경(박유천)이 대통령 암살을 막으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통령 암살을 막은 뒤에는 과연 누가, 왜 대통령을 죽이려고 했는지 진실을 추적하는 모습을 그린다.

‘시그널’ 1~2회에서는 2000년 벌어진 김윤정 유괴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는 박해영과 차수현 그리고 이재한의 모습을 담았다. 특별한 공조수사 덕분에 유괴사건의 진범은 잡았지만, 이재한 형사가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실종됐다. 무전 또한 2000년의 이재한이 아니라 1989년 이재한으로 연결됐다. 이후 박해영은 이재한과 관련이 있는 미제 사건들을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해영과 재한의 무전은 다시 한 번 김윤정 유괴사건에 다다를 것이다. 해영은 재한의 실종을 막을 수 있을까.

김은희 작가 장현성

# 김은희의 페르소나, 배우 장현성
배우 장현성은 ‘싸인’부터 ‘시그널’까지 김은희 작가의 모든 작품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싸인’에선 이명한(전광렬)을 도와 사건을 은폐하는 J로펌의 대표, ‘유령’에서는 경찰청 내 권력 문제에 민감해하며 김우현을 예의 주시하는 경찰청 사이버 안전국장을, ‘쓰리데이즈’에서는 대통령 이동휘(손현주)를 암살하려는 대통령 경호실장을 맡았다.

지금까지 장현성이 김은희 작가의 작품에서 맡았던 역할들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싸인’의 장민석은 그동안 보좌하던 여당실세가 몰락의 위기에 처하자 그의 약점을 들고 야당 실세를 찾아간다. 하지만 거절당하고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된다. ‘유령’과 ‘쓰리데이즈’에서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시그널’에서 장현성은 출세욕과 과시욕이 강한 경찰청 수사국장 김범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시그널’ 김범주는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까. 절대 이재한 사건이 알려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그를 장기미제전담팀이 압박하고 있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SBS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tvN ‘시그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