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지윤호 (1)

[텐아시아=장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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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지윤호. 예명이다. 본명은 윤병호. 밝을 병(炳), 지킬 호(護)를 쓴다. 집안이 ‘정’자 돌림을 써서 원래 이름은 윤정희였는데, 너무 여자아이 이름이라 7살에 개명했다. 지금도 누나와 사촌들은 나만 빼고 모두 가운데 ‘정’이 들어간 이름을 쓰고 있다. 지윤호라는 이름은 지금의 회사 대표님이 지어주셨다. 당시에 몇 개 후보가 있었는데 제일 예쁜 이름이라 선택하게 됐다. 지금은 내 이름처럼 편하지만 어색할 때도 있었다. 인상이 센 편인데 지윤호라는 이름 덕분에 전체적인 느낌이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오디션 역할은 권은택이었다. 드라마화 되기 전부터 웹툰은 봤었다. 그러다 거짓말처럼 오디션 기회가 왔고, 권은택 역할로 오디션을 보게 됐다. 사실 권은택 역할은 잘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도 있었지만(웃음). 오디션장에서 내가 양아치 느낌을 나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웃음) 오영곤이라는 역할을 한번 읽어보라고 하셨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오영곤과는 성격이 정반대다. 실제로는 낯도 많이 가리고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기가 힘든 성격이다. 다른 사람 눈치도 많이 보고 내성적이고 무뚝뚝하다. 그런데 한 번 친해지면 단번에 풀어진다. 특히 친해지면 능글맞아진다고 하더라. 나도 몰랐는데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다(웃음). 어리숙하고 말도 잘 못한다. 연애할 때도 남자답게 너 좋다, 이렇게 말 못한다(웃음).

오영곤을 표현하기 위해 내 안에 있는 가장 보잘 것 없는 나를 꺼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다 같은 마음인데 그걸 정우성 선배님처럼 표현하느냐, 오영곤처럼 표현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 안에 있는 아주 작은 단서를 찾아서 극대화하려고 했다. 주위에 연애하는 친구들, 그리고 특히 여자인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남자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싫은지 많이 물어봤는데,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맞다고 생각할 때, 대화가 필요한데 오히려 일방적으로 얘기할 때, 불같이 화내다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경우처럼 감정이 들쑥날쑥할 때, 이런 대답들이 나오더라. 모두 조합해서 촬영 전까지 내 걸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생각하는 오영곤은 순수한 사람이다. 오영곤의 모든 행동은 순수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이란 남 비위도 맞출 줄 알아야 되는 건데, 오영곤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 아닌가.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말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설이한테는 정말 좋아하는 감정으로 말하고, 유정한테는 정말 경멸하듯이 말한다. 정말 순수하게 사랑하고, 정말 순수하게 경멸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나 역시 연기는 계산이지만, 감정을 표현할 때는 계산 없는 순수한 감정 그 자체다. 오영곤은 표현 방식이 잘못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욕먹는 게 목표였다. 지금 너무 좋다. 인생의 끝까지 욕을 한 번 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물론 연기가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욕이지. 이렇게까지 많은 욕을 해주시니 너무 감사드린다(웃음). 화가 풀리도록 더 심한 욕을 해도 나는 그것 또한 감사하게 받겠다. 내 목표가 이뤄진 거니까. 욕을 먹으면 만수무강한다는데, 그래서인지 매일이 매우 활기차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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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인더트랩’ 6회 편의점신은 개인적으로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오영곤의 첫 등장이니 임팩트가 있어야 하지 않나. 정말 잘 해야 되는데 ‘치즈인더트랩’ 중에서도 가장 처음으로 찍었던 신이었다. 내가 많이 부족했고, 그게 티가 많이 났다. 방송으로 보고 내 자신에게 너무 실망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욕심이 났던 장면이라 가장 많이 신경을 썼는데도 아무래도 현장이 처음이니 그게 그대로 보이더라. 다행히 많은 분들이 오영곤 욕을 해주시는 건(웃음) 내 연기가 달라졌다기보다는 현장이 편해지고, 상대 배우 분들이 다들 잘 받아주시니까 내가 잘 숨겨진 것 같다. 모두 다 감사한 일이지.

내 연기에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어준 팬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팬미팅을 했는데 속으로는 걱정을 했다. 다른 선배님들은 워낙 계속 많은 작품들을 했던 분들인데, 나는 아니고. 한 사람도 내 앞에 안 오면 어떡하지, 너무 민망할 것 같은데, 속으로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저한테도 와서 좋은 말 해주셔서 그 상황 자체를 즐기려고 했다. 그래야 후회 없을 것 같았다. 그 때  ‘연기 짱’하고 바로 가 버린 친구가 정말 기억에 남는다.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서  ‘따봉’ 해주고 갔는데 너무 고맙더라. 큰 힘이 됐다. 제가 부족한 건 제가 잘 알지만, 응원해주니까 정말 큰 힘을 받았다.

가족들이 기뻐하는 게 첫 번째 행복이다.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신다. 드라마 보고 처음 통화한 게 아직도 기억난다. 정말 고생했다고 하시더라. 날이 갈수록 주위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오나보더라. 특히 어머니가 정말 행복해 하신다. 데뷔한지 6년인데 저도 빨리 잘 되고 싶고, 엄마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어머니들도 자식 자랑이 삶의 낙이라고 하지 않나. 빨리 해드리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부족한 게 너무 많았고, 패기로만 되지 않더라. 요즘은 제가 전화하면 항상 웃으신다. 예전에도 늘 웃으셨지만 느낌이 다르다. ‘치즈인더트랩’ 방송 전에는 논다고 하면 한숨 쉬셨는데, 요즘은 답부터 다르다. 놀아야지, 뭐 필요한 거 있어(웃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나가 있는데 누나는 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 촬영하기 전부터 너무 걱정했다. 너 따위가 이런 큰 역할을 맡아서 ‘국민 발연기’라고 평생 못 나오는 거 아니냐고 했다(웃음). 저한테 기대치가 너무 낮았다는 걸 느낀다. 누나도 고생했다고 툭, 얘기하는데. 누나한테는 복수로 보여주는 거고, 부모님한테는 효도로(웃음).

데뷔 6년차,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처음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도 심해서 정말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치즈인더트랩’을 만나게 됐다. 정말 감사하고 벅찼다. 내가 이런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다니 그냥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이제 주제넘게 댓글도 달리고, 제 이름도 불러주시고(웃음) 너무 감사한 일의 연속이다. 더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고, 무슨 역할이든 최대한 많은 연기를 하고 싶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