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 소녀들의 첫사랑(인터뷰)

[텐아시아=정시우 기자]도경수(1)

인터뷰가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는, 대화가 끝났을 때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상대(인터뷰이)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다. 도경수와의 만남이 그랬다. 도경수는 인터뷰 내내 의외의 깊은 속내와 확고한 신념과 반듯한 성정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어떤 편견의 잔여물들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벗겨 나갔다. 무엇보다 자신이 쏟아낸 말들을 상대가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 이 친구가 지닌 진짜 매력이라 느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당신에게 내 진심을 말하고 있어요’가 느껴지는 솔직담백한 언어들. 왜 그가 수많은 소녀들의 첫사랑인지 짐작했다.

10. 아마도, 도경수는 수많은 소녀들의 첫사랑일 겁니다.
도경수: 제가요?(수줍게 소리 내어 웃는.)

10. 불특정 다수의 첫사랑인 건 어떤 기분인가요.
도경수: 어떤 느낌을 말씀드려야 할까… 너무 감사하기만 해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제 연기와 노래를 좋아해 주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희열도 느끼고요. 덕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10. 반대로 시선의 감옥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딜 가든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불편하기도 할 텐데요.
도경수: 공인으로서 많은 분들이 하는 경험을 못한다는 게 아쉽긴 해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제가 하는 경험을 못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전자와 후자의 크기는 같다고 믿어요. 그래서 나쁘지 않아요.

10. 비연예인들이 못하는 경험 중에 특별한 게 뭐가 있을까요. ‘이건 진짜 좋다’라고 느꼈던 도경수만의 경험.
도경수: 무대 위죠. 무대에서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눈을 보며 직접 소통할 수 있잖아요? 그 느낌은 진짜 경험해 보셔야 알 거예요.

10. 무대 위에서 객석의 반응이 보여요? 조명이 너무 밝아서 안 보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도경수: 2-3층은 사실 잘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스탠딩에 계신 분들은 다 보여요. 그 분들의 표정, 행동 하나하나 다 보이죠. 그게 안 보인다면 무대에서 팬들과 소통한다는 느낌을 아마 못 받을 거예요.

10. 그렇다면 배우로서는 어떤가요?
도경수: 그 경험도 직접 해보셔야 알 텐데.(웃음) 연기는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진짜 강점인 것 같아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감정들을 얻죠. 이게 진짜 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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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소설가 지망생 한강우를 연기했어요. 강우는 장재열(조인성)이 만들어 낸 분열된 자아, 잊고 싶은 아픔이었죠. 도경수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자아가 있겠죠?
도경수: 없지 않은 것 같아요. 음…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연기 안에는 모두 ‘나’라는 자아가 투영됐던 것 같아요. 제 안에 드러나지 않았던 어떤 것들이 극대화돼서 표현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10.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이준영을 연기했어요. 실제의 도경수도 뭔가 잘 잡히지 않는 고요한 바다 같은 느낌이 있는데, 언제 분노하나요.
도경수: 전, 화를 잘 안 내는 스타일이에요. 화도 안 내고, 어떤 이와 싸워 본 적도 없어요.영화 ‘카트’에서가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악을 지른 건. 그러니까 저는 스트레스든 분노든 억누르고, 또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에요.

10. 답답하지는 않아요? 왜 스스로를 억누를까요.
도경수: 습관 같은 거예요. 어릴 때부터 무의식중에 그랬던 것 같은데,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10.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그런 부담이 있었던 건 아닌가요?
도경수: 아니요. 그런 것도 없었어요. 그냥 마인드가 그래요.

10. 천성인가보네요.
도경수: 천성, 그런 것 같아요.

10. 스스로가 어른스럽다고 느껴요?
도경수: 아직은 멀었죠. 다만, 그런 마인드를 옆에 있는 분들에게 많이 배워요. 사회 나와서 많은 걸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만 손해인데, 왜 그런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어야 할까란 생각을 항상 해요. 덕분에 극복이 잘 돼요.

10. 감정 조절을 굉장히 잘 하는 것 같네요. 쉬운 일이 아닌데.
도경수: 그런 생각도 하긴 해요. 폭발도 해 보고, 여러 경험도 쌓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 그런데도 무의식중에 계속 누르는 것 같아요. 그 벽을 깨부수고 싶긴 한데, 쉽지 않네요.

10. ‘순정’ 촬영하면서 배우들과 술을 즐겼다고 들었어요. 풀어질 때까지 술을 마시면 도경수는 어떻게 되나요?
도경수: 저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취하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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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오, 술 진짜 세구나!
도경수: 센 게 아니구요, 술을 얼마 못 마시기도 하고…. 저도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겨보고 싶어요, 제발! 그런데 그게 안 돼요. 안 취하려고 정신을 붙잡고 있는 건가…(웃음)

10. 스스로에게 많이 엄격하네요.
도경수: 없지 않아요.

10. 그런데 그에 대한 스트레스는 또 받지 않고요.
도경수: 네.

10. 뭔가, 무섭다.(웃음)
도경수: (놀란 눈을 크게 뜨며)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하하하하.

10. 농담이에요.(웃음) 친하게 지내는 조인성-이광수 형들은 그런 도경수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나요?
도경수: 그러니까 형들이 다 비슷해요. 개성들이 다들 있긴 한데, 뭐라고 해야 하나. 성격의 근본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다들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모인 것 같기도 하고요. 만나면 항상 그래요. “연애도 하고 해야 하는데, 남자들끼리 매일 모여서 뭐 하는 짓인가”라고요.(웃음) 가수 친구요? 제게 가수 친구는 엑소(EXO) 멤버들 밖에 없어요. 인성 형, 광수 형은 작품이나 연기를 떠나 그냥 사람과 사람으로 만난 느낌이 들어요. 사람 관계라는 게 서로 맞지 않으면 힘든 일인데,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10. ‘순정’에서의 열일곱 범실(도경수)은 수옥(김소현)의 곁을 맴돌 뿐, 고백은 하지 못해요.
도경수: 저는 그런 범실이 조금 답답했어요.

10. 도경수는 그러지 않는다?
도경수: 네. 저는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닌데.(웃음)

10. 그 부분은 또 ‘상남자’네요.
도경수: 고등학생일 때는 범실과 비슷한 면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면서 성향이 많이 바뀌었어요.2016020416192620256-540x810

10. 일할 때는 본인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편인가 봐요.
도경수: 네. 정확하게 표현해요. 너무 솔직한 게 단점인가 싶을 정도로. 그래서 걱정이 되는 것도 있어요. 가령, 제가 ‘순정’ 첫날 인터뷰에서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했나 봐요. 기자 분들이 쓰신 기사를 보고 진짜 많이 놀랐어요. 상처를 받았죠.

10. 대답한 것과 다른 의미로 기사가 나갔군요?
도경수: 네. 그래서 너무 아쉽더라고요. 기사를 보니 제가 “(김소현과) 키스를 못 해서 아쉽다?”라고 했던데, 그게 아니거든요.(일동 웃음) ‘순정’은 그 우산 키스가 맞아요. 그 정서가 정확해요. 그런데 입맞춤을 못해서 아쉽다고 기사가 나가니…(웃음)

10. 억울할 만해요. 영화에서 의미가 큰 장면이니까요. 그나저나, 두 번째 영화 만에 주연을 맡았어요. 가수로서도 각종 시상식을 섭렵했죠.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내고 있는데, 지금의 속도를 어떻게 느끼나요.
도경수: 항상 빠르다는 생각을 해요. 가수로서는 이미 많은 걸 이뤘고. 연기의 경우 사실 좀 아쉬운 게, 단역부터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다양한 경험치를 쌓은 후 큰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빨리 왔다고 해야 할까요? 빨리 기회가 온 만큼, 뭔가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작은 역할들을 많이 못한 게 아쉬워요.

10. 기회가 빨리 온 건 왜일까요. 단순한 운은 아닐 텐데요.
도경수: 엑소(EXO)가 굉장히 큰 것 같아요.

10. 만약 도경수가 엑소(EXO)가 아니었다면?
도경수: 이런 기회가 아마 없지 않았을까요?

10. 확실한 건 있어요. 첫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보여준 연기가 별로였다면 ‘순정’ 주연으로 캐스팅 됐을 때 논란이 있었을 텐데 잡음이 전혀 없었어요. 그건 도경수가 증명해 보인 게 확실하죠. 연기 논란은커녕 호평이 많은데, 어떤가요. 살짝 우쭐할 수도 있고, 반대로 부담 때문에 스스로를 더 채찍질 하게 될 수도 있는데.
도경수: 우쭐은 일단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채찍질 하면서 부담? 부담도 없어요.

10. 부담도 없어요?
도경수: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채찍질 하면서 내가 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면 된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재미있게 연기를 하고, 그런 제 연기를 보시는 분들이 같은 감정을 느껴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해요.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라는 건 없어요. 그래서 “몇 만이 봤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안 좋아하고요. 진짜 보실 분들은 보시거든요. 보시고, 제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을 같이 느끼시면 저는 그걸로 만족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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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팬들이 엑소(EXO) 디오에게 바라는 것과, 배우 도경수에게 바라는 것은 다른 것 같아요?
도경수: 잘 모르겠네요. 다만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랬으면 좋겠어요. 제가 연기를 하든 가수를 하든 예능을 하든 함께 좋아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제가 어디에 있든 그 모습 자체를 받아주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진정한 팬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10. 도경수도 누군가의 그러한 팬이었나요?
도경수: 네. 저는 항상 그랬어요. 이 사람이 뭘 하든, 항상 신뢰하고 좋아했어요. 아,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팬 분들이 안 좋아할까요?

10. 그럴 것 같지 않은데요.(웃음) ‘연기자 도경수’와 ‘가수 디오’를 구분해서 쓰는 건 어떤 이유가 있나요?
도경수: 아니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왜 구분을 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고요. 확실한 건, 인간 도경수는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삼각형을 그리며) 디오가 있고, 도경수 있고, 인간 도경수는 이렇게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10. ‘인간 도경수’는 (가수)디오와 (배우)도경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도경수: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인물? 어디에서도 말한 적이 없는데, 이건(가수 디오-연기자 도경수) 제가 아닌 것 같아요. 진짜 도경수는 저만 알고 있죠.

10. 뭐랄까요? 대화를 할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연예인 하기에 최적화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요. 좋은 의미로요.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중심을 정말 잘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경수: 아, 그래요? 헤헤헤.

10. 합숙생활은 어떤가요? 남자들은 본인만의 공간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들었는데.
도경수: 저희가 숙소에서 방을 같이 쓰고 싶은 사람은 같이 쓰고, 혼자 쓰고 싶은 사람은 혼자 쓰는 시스템이에요. 저는 혼자 쓰고 있어요.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서요. 완벽하게 똑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잖아요? 어떤 사람과 성향이 안 맞으면 불편해요. 제가 또 작은 불빛 하나에도 잠을 잘 못 자요.

10. 도경수만의 공간에 있을 땐 혼자 뭐해요?
도경수: 영화를 많이 봐요. 최근 본 영화요? 극장에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봤어요. 지금 제겐 영순위의 영화인데 두 번이나 봤어요. 와, 처음 볼 땐 모든 걸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연기와 연출과 상황들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보고 나서 ‘접고 장사나 할까?’ 싶었어요. ‘나는 발톱의 때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웃음) 두 번째 볼 때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 번 보니까, CG부터 해서 극중 상황들이 다 보이더라고요. 극한 상황들을 오묘하게 다 피해가는 걸 보고, 놀랐죠. 연기를 하기 전에는 그런 게 아예 안 보였는데, 이젠 조금씩 보여요. 그게 또 너무 재미있어요.

10. 만약 이냐리투 감독이 러브콜을 보내온다면 어떻게 할래요?
도경수: 그럼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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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엑소(EXO)의 세계투어와 겹친 다면요?
도경수: (거두절미하게) 그럼 저는 투어를 먼저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의 근본은 엑소니까요. 너무 소중해요, 엑소는. 엑소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렇게 있는 거고요. 그리고 엑소는 단체생활이기 때문에 멤버 한 명이 빠지면 다른 멤버들이 불편함을 겪어요.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사실, 지금도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어요. 음악활동을 빠지지는 않은데, 다른 활동을 함께 못하는 게 너무 미안해요.

10. 도경수에게도 고칠 수 없는 단점이 있을까요.
도경수: 단점? 그런 두려움이 있긴 해요. 나는 평생 혼자 일 것 같다는 생각. 지금은 많이 덜어지긴 했는데, 그게 되게 두렵더라고요.

10.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데요, 외롭군요.
도경수: 그건 이 둘(가수 디오-연기자 도경수)이 아니라, 이 사람(‘나’)에게 있는 것 같아요. 조금씩 극복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행히 주변의 소중한 분들 덕분에 조금씩 덜어내고 있고요.

10. 외로울 때 어떻게 해요??
도경수: 그런데 사실, 저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10.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외로움을 좋아할 수도 있는 거니까. 굳이 멀리 할 필요는 없는 감정인 것 같아요.
도경수: 맞아요. 다만 가끔 위험할 때가 있긴 해요. 저 자신에게 독이 될 것 같을 때가.

10. 너무 깊게 파고드는군요.
도경수: 네. 몰입한다기보다는, 그냥 느껴져요. 그럴 땐 더 깊이 들어가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잡죠.

10.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도경수는 스스로를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도경수: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자존감도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저란 사람은.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