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데렐라맨>│나의 도플갱어가 재벌 3세라면?

나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있다면, 그리고 그가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좋은 조건 안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마지막으로 그가 나와 역할을 바꾸길 원한다면 내가 원하는 꿈을 위해 나의 인생을 잠시 포기할 수 있을까. 이런 꿈같은 이야기를 그리는 MBC 드라마 <신데렐라맨>의 제작발표회가 4월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제작발표회에는 제작사 코어콘텐츠미디어 김광수 대표를 비롯해 연출을 맡은 유정준 감독, 극본을 쓴 조윤영 작가, 배우 권상우, 윤아, 송창의, 한은정이 참석했다.

동대문 코디네이터, 재벌 3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다

<신데렐라맨>은 제목 그대로 가난한 주인공이 인생역전을 이루는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조윤영 작가가 인정하는 것처럼 얼굴이 똑같은 패션업체의 후계자와 동대문 시장 코디네이터가 역할을 바꾼다는 설정은 기본적으로 ‘왕자와 거지’ 모티브에서 출발한다. 이처럼 제목부터 설정까지 모든 것이 동화적이지만 한국 최대 의류시장이자 역동적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동대문 시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리얼한 열정을 담아내 “경제 불황에 취업난이 겹쳐 괴로운 시기에 밝고 즐거운 얘기를 시청자에게 들려줄”(유정준 감독) 계획이다. ‘왕자와 거지’ 모티브가 드라마의 사건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라면 동대문 출신의 악바리 오대산(권상우), 서유진(윤아) 대 재벌가 출신의 이재민, 장세은의 대결 구도는 드라마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모든 주인공이 신데렐라도 되고 싶고 신데렐라맨이 되고 싶어 하는”(조윤영 작가) 상황에서 펼쳐지는 이런 대결 구도가 성공을 향해 움직이는 청춘의 다양한 초상을 그릴 수 있다면 이 동화 같은 드라마는 의외로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재벌 3세와 ‘텐프로’ 코디네이터를 오가는 이중생활자 오대산, 권상우
이번 드라마 안에서 권상우는 거대 패션업체 소피아 어패럴의 후계자 이준희와 동대문에서 ‘텐프로’를 위한 작업복을 코디하는 오대산을 연기한다. 쉽지 않을 1인 2역에 대해 본인은 “외모적으로 왔다갔다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지만 그의 팬이라면 댄디한 모습과 캐주얼한 모습의 두 가지 버전 권상우를 볼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특히 돈도 관심도 귀찮다는 이준희와는 반대로 100억 원을 모으겠다는 야심 하나로 아득바득 돈에 달려드는 오대산 캐릭터는 그의 전체 이력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이준희의 인생까지 대신 살아주는 오대산은 권상우라는 배우를 통해 과연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 될 수 있을까.

동대문 시장을 혐오하는 파리 유학파 디자이너 서유진, 윤아
이번 제작발표회의 사회자는 윤아에게 “K동네에서 새벽이로서 MBC를 힘들게 했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그녀의 성공적 연기 데뷔를 언급했다.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이 KBS 일일드라마 안방 불패의 정점에 있던 드라마라는 것을 떠올리면 연기자로서의 윤아를 검증하는 진정한 데뷔작은 이번 <신데렐라맨>이 될 것이다. 특히 소녀시대에서도, <너는 내 운명>에서도 깜찍하고 참한 이미지였던 그녀가 파리 패션학교 에스모드 출신의 자존심 강한 디자이너 서유진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동대문에서 꼬장꼬장한 자존심을 억누르고 오대산 수하의 디자이너로 지내야 하는 서유진을 제대로 연기한다면 윤아는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후계자 경쟁 넘버 2인 서자 출신 왕자님 이재민, 송창의
보통 드라마의 악역 재벌 2세는 제대로 된 인격을 제외하면 모든 걸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소피아 어패럴 이강인 회장과 재혼하며 준희의 의붓형이 된 이재민은 혈통의 핸디캡 때문에 기업의 후계자가 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그에겐 열등감이 있고, 성공에 대한 집착이 있다. 때문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유진 대신 신용금고 회장의 딸 장세은(한은정)과의 정략적 결혼에도 주저함이 없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볼 때마다 나쁜 남자라고 말해준다”고 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기획실 과장으로서 미친 듯 일에 몰두하는 재민의 모습은 쉽게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전작 <신의 저울> 장준하를 통해 이지적 이미지를 보여줬던 송창의는 “야망과 냉철함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며 재민 캐릭터를 만들어 낼 예정이다.

돈으로 학벌을 산 부잣집 출신 디자이너 장세은, 한은정
돈 많고 얼굴도 예쁘지만 자신만이 최고인줄 아는 장세은은 사실 조금 전형적인 재벌가 악녀 캐릭터다. 모델 일을 하다가 디자이너와 의견충돌이 일어나자 런웨이 한복판에서 디자이너의 뺨을 때린 일이 있을 정도로 욱하는 성격에, 신용금고 회장인 아버지를 졸라 파리 명문 패션스쿨에 기부금 입학을 할 정도로 과시욕이 강하다. 하지만 전형적 캐릭터일수록 오히려 딱 맞는 이미지의 캐스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도회적 이미지의 한은정은 장세은을 연기하기에 상당히 어울리는 배우다. “한 가지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의상을 보여줄” 그녀를 통해 장세은 좀 더 화려하고 도도한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관전 포인트
<신데렐라맨>이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권상우의 1인 2역 연기 소식 때문이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이미지를 만드는 건 헤어스타일의 변화와 안경 등을 통해 가능하겠지만 이 둘이 한 신에서 조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제작진은 10억여 원에 달하는 모션 컨트롤러 카메라를 3일 동안 임대해서 ‘왕자와 거지’ 모티브를 실사화했다고 한다. 유정준 감독에 따르면 첫 회 마지막 부분에서 두 명의 권상우가 조우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새로운 영상 기술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4월 15일 9시 55분에 방영되는 <신데렐라맨> 1회에 채널을 고정하기 바란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