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형

정재형: 클래식, 파리, 예술. 또는 가요, 서울, 예능.
가장 대중적인 세상에서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 어떤 뮤지션의 이야기.

정재형
희야: 정재형이 짝사랑하던 초등학교 동창. 입학식날 보고 첫눈에 반했고, 희야가 피아노를 치는 걸 알고 부모님을 졸라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피아노에 큰 관심은 없던 탓에 연습을 게을리 했지만 피아노 선생님은 늘 정재형을 “베토벤”이라 칭찬했고, 이 때문에 그를 질투한 희야는 정재형이 피아노를 배운지 6개월째에도 악보를 못 본다는 사실을 알고 선생님에게 고자질을 했다고. 이 때 그는 “예쁜 사람이 늘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역시 예술은 늘 순수하거나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정재형은 희야가 전학을 간 뒤 피아노에 흥미를 잃었지만 학교 콩쿠르를 계기로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평소 연주회를 종종 다니고 그에게 콩쿠르에 나갈 복장으로 당시 인기 있던 ‘이원재 아동복’을 입히던 부모님의 지원 속에서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수줍은 감성소년과 음악의 만남.

베이시스: 쌍둥이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아연, 김연빈 자매가 정재형과 결성한 그룹. 자매는 대중음악을 하고 싶어 했고, 원래 알고 지내던 정재형에게 “곡을 써보면 어떻겠냐”며 함께 음악을 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 중이던 정재형이 대중음악을 하겠다고 나서자 교수들이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또한 그는 베이시스로 활동 전까지 대중음악, 특히 록과 재즈를 거의 몰라서 시험공부 하듯 음악을 들으며 베이시스의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베이시스가 데뷔하던 1990년대 중반은 서태지와 아이들, 넥스트, 패닉 등이 파격적인 음악으로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던 시절. 클래식을 바탕으로 팝, R&B 등의 요소를 끌어들이고, “이 세상에서 슬픈 노래는 다 스무 살에 나온다고 생각”했던 정재형의 우울한 감성은 ‘내가 날 버린 이유’, ‘작별 의식’ 등 바이올린 연주와 비장미마저 느껴지는 우울함이 함께하는 독특한 발라드를 탄생시켰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정재형은 학교 밖에서 대중을 만났고, 대중음악은 정재형을 만나 한 뼘 더 넓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서지원: 정재형이 처음으로 베이시스가 아닌 다른 가수를 위해 만든 ‘내 눈물 모아’의 주인공. 그는 클래식을 기반으로할 뿐 ‘가요’를 만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노래가 “클래시컬한 느낌”이 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머리를 염색하는 등 자신이 대중음악을 하고 있음을 드러내려고 했다고. 이런 시기에 작곡한 ‘내 눈물 모아’는 정재형이라는 이름을 지우면 작곡/편곡 모두 당시 유행하던 발라드의 패턴 안에서 드라마틱한 멜로디를 끌어냈고, 그에게 아직도 한으로 남아있는 서지원의 죽음과 맞물려 노래의 절절함이 대중에게 더 크게 느껴졌다. 이후 정재형은 여러 가수에게 곡을 주고, 영화 의 영화 음악에 참여하며 지평을 넓혀갔다. 그러나, 은 감독과 만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고, 대중음악 시장은 아이돌/댄스음악 중심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정재형은 창작의 고통을 느끼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Jacqueline: 정재형의 앨범 < for Jacqueline >의 주인공. 그의 집 위층에서 새벽이 되도 잠들지 못하는 여성에게서 영감을 받아 창조한 “구체적인 것 같지만 구체적이지 않은 모호한 존재”다. 데뷔 후 처음으로 매니저 없이, ‘이름 없는 사람’으로 살면서, 정재형은 처음에는 식당가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우울증에 빠지며 10kg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재형은 평범한 일상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됐고, 일상은 사색으로 이어지며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부담”을 덜고, “내 생각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글을 쓸 때도 방에 배인 물고기 냄새를 제거하려고 레몬과 식초로 구석구석 방을 닦았다고 할 만큼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예민함이 일상에서 사색의 순간을 발견하고, 그것을 드라마틱한 것으로 끌어내는 감수성으로 발전시켰다. 그렇게 일상은 예술이 되기 시작했다.

엄정화: 정재형의 절친. 1996년 방송사 앞에서 인파에 둘러싸인 엄정화가 우연히 베이시스의 차에 탔고, 그 후 “술을 죽도록 마셨”던 일을 계기로 친해졌다. 엄정화는 파리의 정재형과 서울을 잇는 가교였다. 엄정화 주연의 , < Mr. 로빈 꼬시기 > 등의 OST를 만들었고, 솔로앨범 < Self control >을 프로듀싱했다. 그러나, 유학 도중 발표한 의 ‘진주 귀걸이를 한 처녀’ 등에서 어둡고 관념적인 곡들을 쓰던 정재형은 사색과 관념보다는 그 순간의 감각을 표현하는 한국 댄스음악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작곡한 엄정화의 ‘Eternity’는 댄스음악의 비트였지만 그 비트가 건조하게 느껴질 만큼 반복됐고, 엄정화의 보컬도 덤덤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의 음악은 춤을 추기엔 너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베이시스 시절 클래식과 가요의 경계에 있던 뮤지션은 다시 사색적인 파리지앵과 서울의 가요 작곡가 사이에 놓였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예술성을 가졌기에 오히려 영화 음악을 제외하면 어디서도 ‘상품성’을 갖기 어려운 아티스트의 딜레마.

유희열: 같은 소속사 뮤지션. 일명 감성변태. 베이시스 시절 가창력을 증명한 정재형을 노래 못하는 가수들의 공연 에 끌어들였고, KBS 라디오 의 고정 게스트로 데려와 ‘음악요정’이란 왠지 민망한 별명의 소유자로 만들었다. 우아한 파리지앵의 이미지를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가끔은 어처구니없는 유머를 날리는 정재형의 모습은 낯설 수도 있지만, 정재형은 유희열과 함께 자연스럽게 자신의 취향을, 음악을, 캐릭터를 소개하며 대중과 가까워졌다. 파리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 for Jacqueline >은 정재형의 예술성이 대중과 보다 가까워지는 방법을 보여줬다. 일상의 순간순간들을 예민하게 잡아낸 뒤, 파노라마처럼 흐르게 하는 음악들은 여전히 사색적이다. 하지만 그는 각각의 곡마다 테마를 부여하고,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 for Jacquline >은 사색적이고, 영화음악적이며, 동시에 대중이 보다 익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전개를 가졌다. 사람들은 사색이 필요하고, 그 때 정재형을 원하기 시작했다.

이적: 정재형의 후배. MBC 와 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에서 이적은 정재형을 “이기주의가 사람으로 태어나면 정재형일 것”이라고 폭로했다. 정재형은 에서 ‘음악계의 이봉원’이라고 놀림을 받았고,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에 술에 취하면 마구 욕을 하는 뮤지션이 됐다. 그러나, 희야가 정재형에게 예쁜 사람이 늘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듯, 그는 파리에서 “모범적이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예술가에 대한 편견을 깬다. 영화음악에서 보여주는 정재형의 치밀한 전개는 일상의 어느 것 하나 쉽게 넘어가지 않는 그의 예민함이 있기에 가능하고, 그가 에서 준비중인 곡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과정을 드러내 상상력을 방해하는 건 추한 거”라는 음악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술가는 착하거나 진지한 사람이 아니라, 추하기도 한 일상을 아름다운 것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정재형은 예능에 나오면서 예술가를 희화화 시키는 대신 예술가의 일상을 대중에게 드러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있는 또 다른 음악에 대해 알게 됐다.

정형돈: 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정재형과 짝을 이뤄 노래를 부르게 된 미친 존재감의 개화동 오렌지. 정재형은 정형돈과 얽히며 아이처럼 싸우고, 이적과 유재석의 관계를 질투하며, 자신에 대한 엄청난 자신감을 보여주면서 멤버들 이상의 개그 캐릭터가 됐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음악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에서는 1-2초의 차이를 놓치지 않고, 완성되지 않은 곡은 좀처럼 미리 공개하지 않으며, 정형돈을 통해 탱고를 시도해보겠다는 음악적 욕심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앨범 는 마치 클래식 음악처럼 음악에 대한 해설지를 첨부한 연주 중심의 앨범이었고, < LE PETIT PIANO >는 제목 외에 어떤 설명도 없는 피아노 연주 앨범이다. 정재형은 대중과 친숙해졌지만, “대중이 내가 좋아하는 걸 쫓아오길” 바란다는 그의 음악관은 변하지 않았다. 마치 바로 앞에서 피아노를 치듯 각각의 건반 소리를 양쪽 스피커에 나누고, 피아노 페달 밟는 소리까지 선명한 < LE PETIT PIANO >는 각 곡의 테마에 맞춰 사색하듯 유유히 흐르다 그가 패턴을 바꾸는 순간 어떤 이미지들을 전달한다. < LE PETIT PIANO >는 듣는 사람이 집중하고 몰입하는 자세를 가져야만 응답한다. 대중음악을 하는 클래식 전공자였고, 파리지앵이었고, 음악요정이었으며, 이봉원을 닮은 뮤지션이다. 하지만, 무엇으로 바라보건 정재형은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수많은 대중 속에서, 눈여겨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예술가의 모습으로.

Who is next
정재형이 출연하는 의 멤버 박명수가 출연중인 MBC ‘나는 가수다’의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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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안내상이승철김성근 감독유아인토니 안류승범싸이윤상현김희철심형래정우성하정우진중권박신양배용준임성한 작가MC몽나탈리 포트만김희애이소라염정아김건모유세윤양준혁임재범이지아차승원박정현김수미성유리윤계상 – 정재형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