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시그널’, 한 편의 영화를 그리다

[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시그널

tvN ‘시그널’ 1회 2016년 1월 22일 금요일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어린 시절 박해영(이제훈)은 같은 반 친구였던 김윤정의 유괴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진범을 목격했지만 어린 해영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이후 시간이 흘러 프로파일러가 된 해영은 유괴사건 공소시효 종료 3일 전, 사건과 다시 마주한다. 우연히 발견한 무전기에선 이재한(조진웅)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해영에게 유괴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결국 해영과 차수현(김혜수)은 공소시효 종료 20분 전, 진범을 찾게 된다.

리뷰
60분짜리 한 편의 영화. ‘시그널’ 첫 화의 소감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화면 색감, 스토리 전개, 배우까지 모든 게 다 영화처럼 보였다. 60분으로 압축된 수사 과정은 그 어떤 영화보다 스릴있었고 ‘쫄깃’했다. 일주일에 두 번, 영화 같은 고퀄리티 드라마를 만날 생각하니 시청자로선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응답하라 1988’ 이후 허전할 것 같던 마음은 ‘시그널’로 가득 채워질 것 같은 기분이다.

‘시그널’은 영화의 화법을 선택했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명확한 설명을 자제했다. 과거의 사건을 누군가의 대사로 설명하는 대신 어린 해영의 시선을 빌렸다. 만약 시선의 차용이 어설프고 허술했다면 시청자는 ‘시그널’을 어려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 정돈된 시선은 그 어떤 대사보다 정확한 내용을 그려냈다. 단순히 ‘시그널이’ 악독한 시어머니가 없고,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며느리가 없어서 ‘영화같다’라고 정의하는 게 아니다. ‘시그널’은 그간 드라마에선 보기 어려웠던 영화적 요소들을 보여줬고 색감, 소리까지 스크린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이재한 중심의 2000년과 박해영 중심의 2015년의 장면을 교차하여 보여줬다. 20여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무전 교신. 전개를 이끄는 핵심 요소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으로 풀어냈다. 반복되는 교차 시점에 조금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어렵지 않게 잘 녹여냈다. 이 덕분에 박해영과 이재한이 2000년 ‘초등생 유괴사건’으로 인연이 얽혀 있었던 게 밝혀졌고, 앞으로 그려질 두 사람의 더 많은 연결고리를 암시했다. ‘시그널’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적당히 궁금증을 일게 만들었고,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시청자가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라니, 이것이야 말로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올바른 시청자와의 소통이 아닐까.

오랜만의 복귀가 부담이었던 것일까. 주인공으로 나선 이제훈은 다소 힘이 들어간 연기로 극의 흐름을 저지했다. 이제훈의 어색한 모습은 마치 60년대 더빙영화를 연상케 할 정도였으니. 한예종 출신, 독립영화 주연 등 그를 둘러싼 수식어 때문에 우리가 그에게 너무나 큰 기대를 했던 것이었나. 2014년 SBS ‘비밀의 문’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나타난 이제훈의 모습은 기대보단 실망스런 결과를 남겼다. 이제훈이 어색한 연기를 극복하고 김혜수, 조진웅이란 연기 베테랑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앞으로 이제훈의 연기를 더 지켜봐야할 것이다.

수다포인트
– 무전기 건전지가 없다면, 충전식 아닐까요? 이게 바로 2000년 식 농담!
– 스캔들 커플로 깜짝 출연한 강소라, 임시완. 정말 깜짝 놀랐네요.
– 실제 공소시효는 폐지 됐습니다. 더이상 억울한 사람도, 고통 받는 사람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tvN ‘시그널’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