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수배] 1월 넷째 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텐아시아=이은호 기자]1월 4주 신보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윤종신

사건명 2016 월간 윤종신 1월호
용의자 윤종신
사건일자 2016.01.15
첫인상 ‘처음’을 주제로 한 작품. 윤종신은 “처음이라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꽤 강렬해서, 그 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으며, 평소에 섬세하고 문학적인 가사를 쓴다고 생각했던 타블로에게 랩을 부탁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이 아트워크에 참여해 시너지를 발휘했다.
추천트랙 ‘더 퍼스트(The first)’. 윤종신의 어떤 전작과도 궤도를 같이 하지 않는다. 윤종신의 디스코그라피를 벗어나더라도, 이런 작법의 음악은 흔하지 않다. 묵직한 비트 위에 때깔 좋은 브라스가 울려대고, 세련된 기타 리프가 정점을 찍는다. 낯설지만 감각적이고, 놀랍지만 근사하다. 특히 제법 길게 이어지는 후주는 이태원, 가로수길 등지의 ‘핫플레이스’에도 잘 어울릴 만큼 힙하고 세련됐다.

정용화X선우정아

사건명 교감
용의자 정용화, 선우정아
사건일자 2016.01.15
첫인상 참으로 신기한 인연이다. 앞서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로 선우정아를 꼽았던 정용화는, 1년 후 실제로 그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정용화는 선우정아를 생각하며 ‘입김’을 작곡했고, 선우정아는 정용화를 생각하며 ‘불꽃놀이’를 썼다. 두 곡의 작사는 두 사람이 공동으로 맡아 콜라보레이션의 방점을 찍었다.
추천트랙 ‘입김’. 예상하건대, 선우정아가 첫 소절 ‘헬로우’를 부르는 순간 녹음실에서 감탄이 터져 나오지 않았을까. 선우정아는 그 한 마디의 노래를 통해 곡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전달하고 청자들을 몰입시킨다. 악기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슬그머니 곡의 주도권을 움켜쥐는 솜씨도 훌륭하다. 여기에 정용화는 안정적인 멜로디로 힘을 보탠다. 곡의 절정이 다소 애매하게 흘러가는 게 아쉽지만, 귀에 잘 붙는 멜로디임에는 틀림없다.

박혜리사건명 세상의 겨울
용의자 박혜리
사건일자 2016.01.18
첫인상 어쩌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박혜리를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정원영밴드를 통해서, 바드를 통해서, 두 번째 달을 통해서 혹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통해서. 박혜리는 그간 밴드 활동을 비롯해, 드라마 OST, 연극 음악감독 작업 등을 통해 여러 음악을 들려줬다. 이번 앨범 ‘세상의 겨울’은 박혜리의 첫 솔로 앨범으로 수록곡 전곡의 작사, 작곡, 편곡을 직접 맡아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뽐냈다.
추천트랙 ‘세상의 겨울(feat. 송용창)’. 아이러니하다. 에스닉한 정취가 물씬 풍기는 멜로디에서는 어쩐지 유쾌한 어조가 느껴지는데, 박혜리는 죽음으로 가득한 겨울을 노래한다. 혹 고단수의 비꼼인가 싶어 귀를 기울이니,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애수의 노래가 들린다. “오늘의 난 따뜻한 옷을 입고서 따뜻한 밥을 먹고선 아무렇지 않게”라고 실토(?)하는 박혜리의 목소리는 숫제 울음기를 머금고 있는 듯도 하다. 그러나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그녀의 슬픔과 고백이 위로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안녕하신가영

사건명 좋아하는 마음
용의자 안녕하신가영
사건일자 2016.01.19
첫인상 좋아서하는밴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다소 장난스럽게 보이는 이름이지만, 백가영은 스스로를 ‘안부형 뮤지션’이라 칭할 만큼 이름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첫 솔로 싱글을 발매한 뒤, 이듬해부터는 밴드에서 자립해 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발매된 첫 정규앨범 ‘순간의 순간’은 평단의 고른 호평을 얻은 데 이어 K-인디차트에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추천트랙 ‘좋아하는 마음’. 안녕하신가영의 음악은 단정하고 촘촘하다. 예쁜 목소리와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승부 보려는 계산, 그 얄팍한 수를 안녕하신가영은 두지 않는다. 시작은 가볍고 은근하지만, 점층적으로 소리를 더해가고 착실하게 감정을 채워나간다. 그래서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는 견고하다. 한 곡의 멜로디가 그러하고 앨범 전체의 트랙 구성 또한 그러하다. ‘좋아하는 마음’이 산뜻하게 문을 열면, ‘비를 기다려’의 보사노바 리듬이 기분 좋게 이어진다. 이어 눈물 쏙 빼는 ‘숨비소리’와 한결 차분한 ‘무표정’ ‘꿈을 꾸는 꿈’까지, 섬세한 곡 배치가 돋보인다.
출몰지역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KT&G 상상아트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이호석사건명 이인자의 철학
용의자 이호석
사건일자 2016.01.20
첫인상 어쿠스틱팝 밴드 아서라이그 출신의 이호석은 현재 이아립과의 프로젝트그룹 하와이, 집시음악을 연주하는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솔로 데뷔 음반 ‘남몰래 듣기’를 자체 제작해 발표했고, 정규앨범으로는 약 4년 만에 이번 ‘이인자의 철학’을 발매했다. 이호석은 자의적 성찰을 주제로 앨범을 완성,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서 느낀 사색을 담아냈다.
추천트랙 ‘유체역학’. 유체역학은 기체와 액체 등 유체의 운동을 다루는 물리학의 한 분야를 말한다. 이 트랙, 나아가서는 앨범 전체가 유체의 운동과 비슷하다. 매듭을 짓는다거나 답을 내리지 못한다. 구성은 단출하고 연주는 느리다. 그래서 노래는, 그냥 흘러갈 뿐이다. 사막 속을 걷는 듯 이호석의 목소리는 바싹 메말랐다. 흡사 고행자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러나 비워진 여백 사이로 묘한 감동이 밀려온다.
출몰지역 오는 2월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폼텍웍스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글,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
디자인. 김민영 kimin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