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특집④] ‘응답하라 1988’,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 소녀 上

[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윤준필 기자, 한혜리 기자]

시청자들을 1988년 쌍문동의 추억으로 젖어들게 했던 tvN ‘응답하라 1988’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쌍문동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사랑과 우정, 추억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누군가의 친구로, 누군가의 가슴 아픈 첫사랑으로, 누군가의 가족으로, 누군가의 이웃으로 남은 ‘응답하라 1988’ 속 쌍문동 사람들. 그들은 떠났지만, 아직 우리는 그들은 보내지 못했다.

혜리종합

#사랑받아 마땅한 소녀, 성덕선(혜리)

반지하 삼형제 중 둘째딸이자 쌍문동의 분위기 메이커. 등수는 뒤에서 세는 것이 빠를 정도로 공부와 담을 쌓고 살지만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유쾌발랄 소녀다. 서럽게 자란 둘째이기 때문일까, 덕선이는 사랑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는 것 같은’ 선우와,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정환에게 마음을 줬었다. 그러나 선우는 언니 성보라를 좋아하고 있었고, 정환과는 생일선물로 줬던 분홍색 셔츠를 두고 작은 오해가 생겼다. 결국 덕선은 동룡에게 “왜 날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라고 묻는다. 덕선의 우문(愚問)에 동룡은 “남이 널 좋아하는 거 말고, 니가 누굴 좋아할 수도 있는 거야”란 현답(賢答)을 준다.

결국 덕선이 택한 남자는 덕선이가 스스로 좋아한, 그리고 덕선이를 좋아하는 최택이었다. 택은 일찍이 덕선의 진짜 매력을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공부도 못하고, 걱정도 없이 사는 철부지 같지만 덕선은 누구보다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택이 더 좋은 컨디션으로 대국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도 안 통하는 중국 호텔 직원에게 바디랭귀지로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간질로 쓰러졌던 반장을 응급 처치하는 것으로 모자라, 간질을 앓고 있다는 것을 들킨 반장이 친구들 앞에서 민망해하지 않도록 아무렇지 않게 도시락을 함께 나눠먹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또한 덕선은 매일 티격태격했었던 언니가 좁은 고시원에서 고생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까지 펑펑 쏟는 착한 동생이고, 아버지의 퇴임식이 꽃다발 하나에 끝난 것이 아쉬워 앞장서서 삼남매 특별 감사패를 제작하는 속 깊은 딸이었다. 누구도 말한 적은 없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덕선의 남편이 정환인지 택인지 관심을 쏟았던 것은 그만큼 덕선이가 우리의 감성까지 촉촉하게 적시는, 매력 넘치는 소녀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캡처

#바둑도 사랑도 지켜낸 승부사, 최택(박보검)

쌍문동의 슈퍼스타, 최택 9단. 택의 일거수일투족은 신문에서 택의 얼굴은 뉴스에서 만날 수 있다. 쌍문동을 넘어 대한민국의 슈퍼스타인 최택, 바둑판의 카리스마가 운동화 끈도 못 매는 쌍문동 희동이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우유도 못 까고, 라면도 맛없게 끓이고, 요거트 뚜껑도 못 따고. 택은 정녕 바둑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택에게 바둑 이외의 가장 소중한 걸 꼽으라하면 단연 아빠와 쌍문동 친구들이다.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빠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지만 택은 바둑과 아빠, 쌍문동 친구들만 있으면 다 괜찮았다. 요거트 뚜껑을 직접 못 따도 친구들이 따주면 됐고, 우산을 놓고 와도 아빠가 달려왔으니까. 그리운 엄마의 빈자리는 사랑하는 쌍문동의 이들이 든든히 채워주고 있었다. 택은 그런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해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아빠도 택도 말없는 성격 때문에 살가운 말을 건네진 않았지만, 서로가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건 쌍문동 모두가 알고 있었다. 친구들 역시 늘 자신을 바보라고 놀리지만 알게 모르게 챙겨주는 소중한 마음을 택은 고마워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친구들. 모두 똑같이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달랐더라. 어느 날부터 택에게 아빠만큼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바로 유일한 여자 사람 친구 덕선이. 엄마처럼 하나씩 챙겨주는 덕선이가 예뻐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덕선을 여자로 좋아하게 됐다. 그렇게 소중하게 품어온 마음이었는데, 친구 정환의 마음을 알아버렸다. 자신보다 일찍 덕선을 향했던 마음을. 택은 친구를 위해 단념하려 했지만 이미 커져버린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결국 사랑하는 친구 정환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빠에게 바둑을 하겠다고 처음 반항했던 그날처럼, 처음으로 욕심을 내버렸다. 택은 그렇게 바둑도, 사랑도 지켜냈다.

 

류준열종합

#쌍문동에 남은 영원한 첫사랑의 아이콘, 김정환(류준열)

어릴 때부터 뭐든 양보하고 참는 것에 익숙했던 정환이었다.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형편에 선천적인 심장 질환으로 아픈 형까지, 정환은 한 번도 ‘내 것’을 소망하지도, 소망할 수도 없었다. 어린 정환의 일기장 속에는 늘 내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형과 덕선의 것들로 빼곡하다. 꼬마 정환은 마라도나가 꿈이지만 심장병 때문에 뛸 수 없는 형을 대신해 마라도나가 되기로 마음 먹고 축구를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조금 더 자란 정환은 영화 ‘탑건’을 보고 파일럿을 동경하는 형을 보며 파일럿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늘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던 아이 정환에게 처음으로 갖고 싶은 ‘첫사랑’이란 것이 생겼다. “못생겼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퉁명스럽게 굴었지만, ‘첫사랑’ 덕선의 얼굴만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웃음이 나고, “열두시 전에는 들어오겠다”던 덕선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정환의 방 불도 꺼질줄 몰랐다. 등굣길에는 괜히 신발끈을 묶었다 풀기를 몇 번, 입김이 나도록 추웠던 어느 비 오는 날, “일찍 다니라”고 던지듯 안겨준 우산과 함께 소년 정환의 심장도 터져나갈 듯 뛰었다.

그런데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친구 택 역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정환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덕선을 알지만, 덕선만큼이나 사랑하는 택을 위해 애써 부정하고 마음을 정리하려 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두드리는 덕선을 외면하면서 한쪽으로는 덕선을 향한 사랑을 조용히 키워간 정환은 마지막 결심을 하고 덕선에게 달려가지만, 결국 덕선을 놓치고 만다. 그러나 끝까지 “내가 덜 절실해서, 내가 더 망설여서”라고 자신의 탓으로 가혹한 운명의 결말을 돌린 정환은 장난인 듯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공개고백으로 긴 첫사랑에 마침표를 찍는다. 덕선에게 응답받지 못했던 너무도 절실한 사랑은 대신 시청자들에게 뜨겁게 응답받았다. 정환은 그렇게 ‘모두의 가슴 아픈 첫사랑’으로 모두가 떠난 쌍문동에 영원히 남았다.

이동휘종합

#이런 친구 같은 남편감 찾습니다, 류동룡(이동휘)

좋은 옷, 유행하는 운동화는 죄다 신을 수 있을 만큼 부족함 없이 컸지만 그저 부모님의 무관심이 서러워 오토바이를 타는 철없는 소년 동룡은 1988년 딱 그 시절에 살아있을 것만 같은 친근한 모습이다. 수업 시간도 모자라 독서실에서까지 늘 넘치게 잠을 보충하는 동룡이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것은 정말 필요한 때에 ‘쌍문동 5인방’ 중 가장 빛나는 지혜를 발휘하기 때문. 정환이 예전과는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에 고민할 때 “너네 아버지 풀어주는 게 가장 쉽다”고 조언한 것도 동룡이었고,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나봐”라고 외로워하는 덕선에게 “덕선아, 넌 어떠냐고.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거 말고 너,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냐고. 남이 널 좋아하는 거 말고 네가 누굴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따뜻하면서도 따끔한 조언으로 덕선의 사랑 찾기에 도움을 준 것 역시 동룡이었다. 게다가 패배에 힘들어하던 택에게 “져서도 안 되고, 징크스도 안 돼. 똥을 싸도 냄새가 나면 안돼”라는 재치 넘치는 멘트로 택의 마음 속 매듭을 가장 먼저 풀어준 것도 바로 동룡이었다. 과연 ‘동룡도사’라고 불릴 만한 영험함이다. “파르페를 처음 먹어 본다”고 잔뜩 신난 덕선을 놀리면서도 파르페 2개를 모두 양보하던 동룡의 따뜻한 마음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동룡의 진짜배기 매력은 가랑비에 옷 젖듯 조용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셨다.

장진리 기자 mari@ 윤준필 기자 yoon@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