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치즈인더트랩’ 박해진, 등장만으로 설레게 하는 재주

치즈인더트랩

tvN ‘치즈인더트랩’ 3회 2016년 1월 11일 월요일 오후 11시

다섯 줄 요약
홍설(김고은)은 싸늘해진 유정(박해진)의 태도가 강아영(윤예주)과의 일방적 소개팅 탓이라 여겨 전전긍긍이다. 강 교수(황석정)의 조별과제 5조 조장이 된 홍설은, 비협조적인 조원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 결국 혼자 날밤 새워 발표준비를 하지만, 교수님께 들키고 만다. 유정은 백인하(이성경)-인호(서강준)남매가 집에 찾아오자, 아버지 몰래 그들을 박대한다. 홍설 곁의 인호가 신경 쓰이는 유정은, 설과 화해하고 집에 바래다주며 불쑥 ‘사귀자’고 한다.

리뷰
로맨스인 것 같은데 내내 뭔가 안심할 수 없는 긴장감이 돈다. 달콤하다 싶으면 어이없이 상황이 뒤집히고, 곳곳에서 엉뚱한 일이 터진다. 그런 소소한 일들로도 ‘드라마’가 되고 있다. 신기하게도, 특별한 사건이 없는데도 한 회 내내 긴장감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균질하게 말이다.

정말 ‘일상’을 닮은 듯한, 정말 주변에 ‘흔히’ 있을 것만 같은 인물들 속에서 위선과 위악의 변주곡이 끝없이 흘러나온다. 모든 평범함 속에는 이런 견딜 수 없는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그 속에서 혼자 튀고 빛나는 ‘유정 선배’. 그리고 진짜 흔한 대학생 같지만 실제로는 어디에도 없을 사랑스런 주인공 홍설. 박해진과 김고은은 그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딱히 기억나는 일 없이도,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3회에서 홍설은 한 고비를 맞는다. 이젠 화를 낼 기운도 없다. 그저 서럽다. ‘좋은 사람’이고 싶었지만 뭔가를 하면 할수록 코너에 몰리는 기분, 될 일도 안 되는 이유가 다 자기 탓인 듯한 무거운 마음이다. 이날의 에피소드들은 그렇게 지쳐가는 홍설의 심정을 결국 일상의 연쇄적 반응들로 ‘막다른’ 데까지 치닫게 했다. 유정의 여유와 홍설의 팍팍함이 대비되는 회였다.

이날 주요 사건은 강교수님 수업 발표준비다. 홍설은 떠넘기기를 당해 팀플레이 5조 조장을 맡게 된다. 혼자 밤새 준비하긴 했는데, 교수님께 들킨다. “자료는 깔끔하게 잘했어. 근데 누가 봐도 알겠다고. 한 명이 혼자서 다 준비했다는 걸.” 강교수님은 날카롭게 지적하고, 경영학과 3학년씩이나 된 나머지 조원들은 ‘외워 읽기’도 못한다. 학점은 D! 설마? 정말로 D.

홍설은 허탈하다. 그런데 사방에서 욕을 먹는다. 단짝과도 다툰다. “옆을 돌아볼 여유 따윈 없었다. 잘해왔다고 생각했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이런 독백은 어쩌면 누구나 일이 안 풀릴 때 내뱉는 혼잣말을 닮았다. 강 교수님의 지적이 아프게 꽂힌다. 정말 다른 애들이 못해낼 거 같으니 그냥 혼자 해버린 걸까. 그게 편하긴 했을까. 아니라고 외치고 싶지만, 오해만 살 것 같다. 어쨌든 그 억울함이 쌓여서인지 유정에게 화해를 청한다. 그거 하나는 건진 것이기를. 그런데 그것도 홍설 혼자만의 바람이었던 것일까.

수다 포인트
-D를 내린 강교수님의 엄한 꾸지람. “경영이 뭐니? 소통이야.”
-“왜 거절을 못해!” 유정은 진짜 홍설에게 좋은 사람일까.
-하지 못한 설의 속마음. ‘다들 나한테 잘못 살았다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돼요?’
-세상에서 제일 비싼 저녁, 삼각김밥 네 개.

김원 객원기자
사진. tvN ‘치즈 인 더 트랩’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