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PEOPLE 2008│김명민에서 김연아까지

2007년 MBC <하얀 거탑>의 장준혁은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연 캐릭터였다. 그리고 이순신을 넘어 장준혁이 되었던 배우 김명민에게는 쏟아지는 찬사만큼이나 무거운 기대가 얹혔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는 그런 의미에서 분명 모험이었다. 국내 최초의 클래식 소재 드라마,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오케스트라 지휘자, 완벽주의자에 괴팍한 성질의 중년 남자. 소재, 구성, 캐릭터 중 무엇 하나 안전하지도 친숙하지도 않은 작품이었지만 김명민은 시놉시스를 받은 지 사흘 만에 <베토벤 바이러스> 출연을 결정했고 5개월 동안 클래식 공부와 지휘 연습에 매달렸다. 그리고 ‘강마에’로서 그의 귀환은 대성공이었다. 베토벤과 같은 고전 시대 음악가가 현대로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오만한 목소리 톤과 표정, 머리 끝부터 발끝은 물론 눈썹까지 캐릭터에 맞춘 스타일링, 드라마가 아니라 공연 실황을 보는 착각이 들게 하는 지휘 연기까지. 김명민이 만들어 낸 강마에의 강력한 ‘포스’는 수많은 시청자들을 이 독특한 드라마로 끌어들였고 ‘똥덩어리 바이러스’‘마에니즘’을 유행시켰다. 결국 <하얀 거탑>에서 대박 시청률보다 얻기 힘든 중년 남성들의 눈물과 공감을 얻어냈고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남녀노소 모두로부터 사랑받으며 작품의 대중적 인기까지 책임졌던 김명민은 ‘국민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고도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아니, 어쩌면 김명민은 이제 자신이 선택하는 드라마를 ‘국민 드라마’로 이끌 힘이 있는 거의 유일한 배우인지도 모른다.

2008 highlight
오합지졸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나씩 모이다가 후반에야 제대로 된 공연 장면을 보여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베토벤 바이러스>는 5회에 강마에가 지휘하는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공연 장면을 내보냈다. 정희연(송옥숙)의 ‘리베르탱고’ 연주와 ‘경기병 서곡’, ‘헝가리 무곡 5번’ 등 비교적 친숙한 클래식을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강마에의 모습은 25분이라는 긴 시간 내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 날을 기점으로 지상파 3사 수목 드라마의 시청률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10 points
출연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연기력 지수
착한 내게 자꾸 나쁜 맘을 먹게 하는 유부남의 매력 지수
음란한 패션 어울림 지수
독설을 들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마조히즘 지수

2009 preview2009년을 내다보기에도 김명민은 지금 너무 바쁘다. <베토벤 바이러스> 종영 후 오스트리아 화보 촬영을 다녀오자마자 파리로 촬영을 떠난 그는 돌아오는 대로 국내에서 광고 일정 등을 소화한 다음 바로 일본으로 출국해 <베토벤 바이러스> 프로모션 활동에 들어간다. 연말에는 뉴질랜드나 호주에서 광고 촬영이 있어 차기작 영화 및 드라마 관련 미팅은 2009년에야 시작할 수 있다니, 강마에 보다 더 바쁜 김명민이 과연 올해 연기대상 시상식에는 참석할 수 있을까?

일주일에 3개씩, 일 년이면 150여개가 넘는다. 매주 KBS <개그콘서트>를 통해 방송되는 ‘달인’은 2008년, 끊임없는 잽으로 시청자라는 거대한 상대를 쓰러트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병만이 있다. ‘진짜 웃기는 사람’으로 인정받기까지 무려 8년 동안 잽을 날려 왔던 그에게 ‘달인’은 지난 세월동안 거쳐 온 모든 코너의 집대성이자, 온갖 개그 실험의 보고서인 셈이다. ‘무림남녀’의 슬랩스틱, ‘불청객들’의 캐릭터라이징, ‘착한 사람만 보여요’의 연기력, ‘주먹이 운다’의 타이밍 감각, ‘예술의 전당’의 상황 통제력은 ‘우리 병만이가 달라졌어요’의 브릿지 개그라는 형식 안에서 버무려져 ‘달인’으로 완성 되었다.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것이다. 개그 침체의 시기에 독야청청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콘서트>와 그 안에서 일 년 내내 성공적인 잔재미를 만들어 내는 김병만은 오래 지속되는 강력함으로 지난 일 년 간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너지라 할 수 있다.

2008 highlight
16년 동안 미각을 잃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는 ‘설태’ 김병만 선생님이 등장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귤에 이어 레몬, 양파, 청양고추, 태국 고추, 고추냉이, 생강, 감식초를 김병만이 차례로 먹어 갈 때 마다 웃음은 환호성으로, 비명으로 바뀌어 갔다. 코너 사이의 브릿지였던 ‘달인’은 이날 장장 8분 30초간 방송이 되었고, 시청자들은 “더 이상은 없다”며 코너의 아이디어가 극한에 왔음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후 달인은 2008년 내내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로 인기를 얻었다.

10 points
살신성인 지수
안 해 봤으면 말을 않는 정직함 지수
한결같은 콧수염의 재활용 의심 지수
수제자와 그의 아버지를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 지수
그래도 키는 컸으면 하는 바람 지수

2009 preview
“연기를 계속 하면서 <개그콘서트>를 지금처럼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목표다. 다른 개그맨들은 버라이어티에 진출하기도 하지만, 나는 어쨌든 연기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제의도 제법 들어와서, 고르는 중이다. <개그콘서트>안에서 새로운 코너를 구상중이기도 하다. 새로운 코너에 대한 아이디어는 뭐, 항상 갖고 있는 거니까.”

19.3%. 김연아가 출전한 피겨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의 시청률이다. 과거 김연아 팬클럽 승냥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김연아의 피겨 ‘실력’이라는 것은 대회 수상과 전문가의 의견처럼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식’이자 김연아 인기의 일부 요소였다. 하지만 그녀가 2월에 입은 고관절 부상을 극복하고 쇼트 프로그램 곡 ‘죽음의 무도’와 프리 스케이팅 곡 ‘세헤라자데’로 돌아왔을 때 그 ‘실력’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또 확인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이제 김연아 출전 경기는 ‘닥본사’ 프로그램이 되었고, 사람들은 경기 다음날 마치 어이없는 드라마 줄거리에 대해 얘기하듯 그녀의 롱엣지 판정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다. 특히 그녀의 경기 시청률이 그녀가 출연한 SBS <더 스타쇼>의 6.3%를 훨씬 상회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부담감 없이 피겨‘도’ 하고 팬 미팅도 하고 CF도 찍는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 아이돌이었던 그녀는 이제 역으로 빙판 위에 선 피겨 선수일 때 가장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존재가 되었다. 대중이 스포츠 스타를 소비하는 방식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김연아는 자신의 ‘실력’으로 그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고 있다.

2008 highlight
10월 26일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김연아가 검은색 의상을 입고 새 쇼트 프로그램 ‘죽음의 무도’를 연기하자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스파이럴 시퀀스 중에 허공을 쳐다보는 연기도 압권이었지만 무엇보다 마지막 동작에서의 표정과 눈빛은 국민 여동생으로만 알았던 그녀에게 세계 일류 선수다운 카리스마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줬다.

10 points
신체 비율 지수
카로틴 섭취 지수
멸종 동물 환기 지수
주위에 없길 바라는 엄마 친구 딸 지수

2009 preview

김연아의 소속사 IB 스포츠는 김연아의 2009년에 대해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2월에 열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준비할 시간은 1년 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급적 팬 미팅 같은 부수적 행사는 자제할 계획이지만 “올해 목동에서 진행된 것과 같은 아이스쇼는 팬들과의 약속을 위해 매년 진행”한다고 하니 내년 3월에 피겨 시즌이 끝난 후에도 그녀의 연기를 실제로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롯데 자이언츠는 하나의 팀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현상에 가깝다. 부산 팬들의 유별난 롯데 사랑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7년 동안 성적이 바닥을 치던 팀이 시즌 초반 가장 먼저 10승을 올리며 상승세를 타자 이 팬덤은 부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과거 이 팬덤의 바깥에서 롯데 팬들의 열성적 응원을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하던 사람들은 ‘부산의 히딩크’ 로이스터 감독의 지휘 아래 염원이던 가을야구 진출에 접근하는 여정을 지켜보기 시작했고, 홈이 아닌 잠실과 목동 구장도 반 이상 점령하고 경기장에서 ‘강민호 송’과 ‘가르시아 송’을 부르며 디씨 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에 따로 롯데 갤러리를 개설하는 롯데 팬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 팀이 부산 사직구장에 간 것은 이 독특한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롯데를 응원하러 갔다기보다는 사직구장의 열기를 체험하러 간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는 롯데자이언츠에 대한 팬들의 응원이 그들만의 축제를 넘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이끄는 새로운 문화가 됐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한 대상에 대한 팬덤과 그 팬덤 자체에 관심을 갖는 또 하나의 팬덤. 올해 롯데가 27년 프로야구 역사상 한 시즌 최다 관중을 모은 건 우연이 아니다.

2008 highlight
9월 16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는 순간은 야구판 ‘꿈은☆이루어진다’였다. 그것은 한 시즌의 선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성적이 밑바닥인 팀을 7년 동안 지지해준 팬들의 기다림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10 points
타 구장 접수 지수
C1 판매 공헌 지수
암표 프리미엄 지수
주제가 창작 지수

2009 preview
내년에도 롯데는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까. 그건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봄부터 팬들의 응원 열기를 달아오르게 할 요소들은 충분해 보인다. 올해 돌풍의 핵심 로이스터 감독과 용병 가르시아도 잔류했고, FA 최대어 중 하나인 홍성흔도 영입했다. 실력뿐 아니라 팀 분위기를 잘 살리는 것으로도 유명한 홍성흔의 가세는 가뜩이나 ‘우리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한 롯데의 결속력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박미선은 1988년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지금 박미선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세상을 바꾸는 퀴즈’와 MBC <명랑 히어로> ‘두 번 살다’, KBS <해피투게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대한민국 국민고시>에 고정 출연하는 MC다. 최근에는 남편 이봉원과 함께 SBS <우리집 라디오>의 DJ까지 맡았다.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 엄마’로 출연했을 때는 물론 지난 20년 동안 박미선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적은 없었지만 올해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은 적도 드물다.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이면서 드러난 ‘아줌마이면서도 우악스럽지 않은’ 박미선의 캐릭터는 <명랑 히어로>에서 이모나 큰 누나 같은 느낌으로 프로그램의 허심탄회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하고, ‘세바퀴’에서는 다른 유부녀 패널들의 센 발언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 예쁘고 참하고 능력 있는 방송인이 사실은 남편의 사업 뒷바라지 때문에 오랫동안 가장 노릇을 하며 고생해왔다는 사실과 그 일화를 <해피투게더>에서 웃으며 털어놓는 모습은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동병상련의 정마저 느끼게 하며 박미선의 입지를 굳혔다. 가수는 노래로, 배우는 연기로 자신을 드러내거나 감출 수 있지만 MC는 자기 자신이 프로그램 그 자체가 된다. 튀지 않으면서도 재치 있고, 독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한 박미선의 진행이 ‘우량주’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 박미선의 영역을 넘볼 이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신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다.

2008 highlight

<해피투게더> 첫 출연 당시 ‘도전 암기송’ 코너에서 ‘박명수를 웃겨라’에 도전했던 박미선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분장으로 박명수를 웃기려 했지만, 결과는 박명수의 싸늘한 비난 뿐. 하지만 박미선의 ‘개그인생 최악의 굴욕’은 순식간에 인터넷의 화제로 떠올랐고, 이 때를 기점으로 박미선은 <해피투게더>의 고정 출연자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10 points
같이 찜질방 가고 싶은 언니 지수
식당 아주머님들 서비스 유도 지수
가정문제상담소 홍보대사 적합성 지수
박명수를 웃기는 미션 수행 성공 지수

2009 preview
“1주일에 하루도 쉴 새 없이 빡빡한 일정이지만 계속 불러주시는 곳들이 있다 보니 새 프로그램도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내년에는 다시 연기를 해보려는 계획도 있다. 그래서 건강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