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으로 산다는 것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BBC <공룡 대탐험>처럼 공룡을 CG로 실사화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달 24일부터 26일까지 밤 9시 50분에 연속 방영되는 3부작 다큐멘터리 EBS <한반도의 공룡> 시사회가 19일 오후 3시 용산 CGV에서 진행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EBS와 올리브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EBS 최초로 극장 시사회를 열고, 구관서 EBS 사장이 직접 나와 강한 자부심과 기대를 드러낼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의 CG와 음향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런 수준의 CG는 미국,뉴질랜드,한국 만이 가능”

<한반도의 공룡>에는 부경고사우르스와 해남이크누스 등 한국 지명이 결합된 학명으로 등재된 공룡을 비롯해 8천만 년 전 한반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 8종이 소개된다. 이들 종을 등장인물 삼아 주인공인 타르보사우르스 점박이가 냉혹한 약육강식의 공룡 세계에서 성장하고 숲의 제왕으로 군림하다가 죽음을 맞는 과정이 다큐멘터리의 기본 서사를 이룬다. 점박이라는 주인공 이름과 정보보다는 서사에 중점을 둔 구성은 약간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주 시청자 중 하나가 될 어린이들에게는 쉽고 재밌게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공룡>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과거 국내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CG다. “공룡 영상 제작은 영상 기술의 척도고, 이번 다큐멘터리 수준의 CG 제작이 가능한 건 뉴질랜드와 미국, 그리고 한국 밖에 없다”는 올리브 스튜디오 민병천 감독의 말대로 공룡의 색상과 질감은 디테일하고, 움직임 역시 비교적 자연스럽다. 민병천 감독이 인정한대로 공룡이 걸으며 땅에 발이 닫을 때는 조금 뜨는 느낌이 들지만 비슷한 수준의 해외 다큐멘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부족한 예산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만한 성과다. CG로 완성된 공룡이 걸어 다니는 숲의 풍경 역시 상당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8천만 년 전 공룡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된 실사 촬영 장소는 뉴질랜드다. 이번 다큐멘터리의 자문을 맡은 전남대 허민 교수는 “8000만 년 전에 있었던 침엽수와 유카리투스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촬영 장소 선정의 이유로 들었다. 이 외에도 체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OST 작업과 공룡의 몸통과 부리 모양까지 고려해 재현한 울음소리 등은 시청자의 귀도 즐겁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과학 프로그램과 유아 프로그램을 확대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한반도의 공룡>은 그 연장선이자 미래”라는 구관서 사장의 말대로 <한반도의 공룡>은 넉넉함과는 거리가 먼 제작 여건 속에서 좋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100명에 가까운 스태프가 1년 동안 매달린”(민병천) 프로젝트다. 마지막 소감을 밝히다가 울먹이며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던 연출자 EBS 한상호 PD의 깊은 감회는 시청자들의 관심으로 보답 받을 수 있을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