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LINE] 싸이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싸이 : 때는 바야흐로 2001년. 통통한 사내가 번쩍이는 재킷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그의 이름은 바로 싸이. 사내의 위협(?)적인 랩과 엽기적인 춤을 보고, 아마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으리라. “얘! 너, 양애취니?”

그런데 이 사내, 알고 보니 천운을 타고 났다. 데뷔곡 ‘새’는 발매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으며 사내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줬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당시 자숙 중이던 그를 자연스레 방송가로 복귀시켰다. 두 번의 군 생활은 ‘병맛’ 코드로 웃음 소재가 됐고, 축축한 ‘겨땀’으로 뭇 예능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방점은 미국 진출에서 찍힌다. 지난 2012년 발표된 ‘강남스타일’은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급기야 강제 미국 진출을 이뤄낸 것. 엽기가수 싸이는 그렇게 월드스타가 됐다.

10Line 싸이

양현석 :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수장이자 싸이의 절친한 형. 싸이는 지난 2003년 렉시(당시 YG 소속)의 곡 ‘애송이’ 작사와 랩 피처링에 참여한 인연으로 양현석과 친분을 쌓았다. 우정이 편안함으로 편안함이 신뢰로 바뀌면서, 싸이는 2010년 YG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YG는 “기성 유명 가수는 영입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고 싸이를 받아들였고 싸이는 단 한 푼의 계약금 없이 YG에 합류했다. 그 후 싸이는 YG의 지원 아래 월드스타로 성장했고, 최근 정규 7집 ‘칠집싸이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양현석과 소통했다. 그 덕분일까. 두 사람의 우정은 5년 후에도 유효했다. 싸이가 최근 YG와 재계약을 체결한 것. 그리고 계약금은, 이번에도 없었다.

‘강남스타일’ : 2012년 7월 15일 발매된 싸이 정규 6집 ‘육갑(6甲)’의 타이틀곡. 동시에 싸이를 월드스타 반열에 올려준 곡이기도 하다. “옵, 옵, 옵,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가사와 흥겨운 말춤에는 싸이 특유의 ‘B급 정서’가 농도 짙게 깔려있다. 발매와 동시에 국내 모든 음원사이트 1위를 석권하며 국내를 제패, 얼마 뒤에는 각국 팬들의 리액션 비디오가 업로드되며 해외 진출의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신의 한 수는 미국의 힙합가수 티패인의 트윗 한 줄. “이 비디오가 얼마나 놀라운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words cannot even describe how amazing this video is).” 그가 말한 비디오가 바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다. 이후 CNN은 ‘강남스타일’을 약 2분간 소개했고 유튜브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는 당신이 아는 그대로다. 저스틴 비버 소속사와의 에이전트 계약, MC해머·마돈나와의 합동 무대, 유튜브 조회수 24억 뷰 돌파 등등, ‘강남스타일’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씹어 먹었다.

‘무한도전’ : 싸이에게 예능계 제 2의 고향과도 같은 곳. (제 1의 고향은 ‘강호동의 천생연분’으로 예상된다.) 싸이는 2011년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참가해 노홍철과 함께 ‘흔들어주세요’를 탄생시켰다. 어디 그 뿐이랴. 당시 그는 ‘예능 신(神)’의 가호 아래 상의를 흠뻑 적신 ‘겨땀’으로 핵폭탄급 웃음을 안겼다. 함께 출연했던 정재형은 머리를 움켜쥐며 경악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즐겨 사용되는 ‘짤방’으로 남았다. 두 번째 출연은 2012년 싸이의 미국 진출과 함께 이뤄졌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속 ‘엘레베이터 가이’ 노홍철과 ‘그린 가이’ 유재석, 그리고 하하가 뉴욕으로 날아가 싸이, MC해머와 무대를 꾸몄던 것. 믿거나 말거나, 하하에 따르면 MC해머는 한국어로 “또 올거쥐?”라는 작별 인사를 건넸을 만큼 ‘무한도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싸이의 ‘무도 사랑’은 현재진행 형이다. 지난해 연말 콘서트 자리에서 ‘무한도전’을 언급한 것. 그는 “‘극한알바’를 보면서 ‘내가 저기에 나갔어야 했는데’ 생각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유건형 : 그룹 언타이틀 출신의 작곡가. 유건형은 싸이가 데뷔했을 당시 “골 때리는 신인이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처음 만났다. 음악과 술을 매개로 두 사람은 급속히 친해졌고, 싸이의 정규 2집부터 작업을 함께 했다. 정규 4집 타이틀곡 ‘연예인’을 기점으로 싸이와 유건형의 ‘케미’는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한다. 이후 발표된 정규 5집의 히트곡 ‘라잇 나우(Right Now)’ ‘예술이야’ 모두 유건형이 작곡에 참여했으며, 메가히트곡 ‘강남스타일’ 역시 유건형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이번 정규 7집 ‘칠집싸이다’에서도 유건형은 수록곡 전곡의 작·편곡자로 이름을 올리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싸이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파트너 싸이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내비친 바 있다.

윌 아이 엠(will i am) : 블랙아이드피스의 리더이자 솔로 가수, 훌륭한 프로듀서. 싸이의 수많은 미국 친구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서 ‘대디(DADDY)’의 작사·작곡·편곡과 ‘로큰롤베이비(ROCKnROLL baby)’의 피처링에 참여했다. 싸이는 컴백에 앞서 진행한 V앱 ‘싸이리틀텔레비전’에서 “윌 아이 엠과 듀엣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출세했다”면서 “작사, 작곡가로서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런가하면 더블타이틀곡 중 하나인 ‘대디’는 윌 아이 엠의 ‘아이 갓 잇 프롬 마이 마마(I got it from my mama)’의 성(性)전환 버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수출을 노린 곡답게 빌보드 차트 97위에 안착했으며 미국 타임지 선정 최악의 노래 4위에 오르는 등 다방면으로 관심 받고 있다.

김장훈 : 싸이의 공연 스승. 싸이와 김장훈은 지난 2009년 공연 기획사 공연세상을 설립하고 합동공연 ‘완타치’를 개최했다. 2011년 막을 내린 이 공연은 매 해 공연예매율 1위를 기록했으며(인터파크 티켓 기준), 2년 연속 100억 원 대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싸이는 그간 여러 자리를 통해 자신의 모든 공연 기술은 김장훈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밝혀 왔으며, ‘싸이리틀텔레비전’에서도 “가수가 된 이후 체육관에서 공연을 하는 게 꿈이었다. 그걸 이루게 해준 사람이 김장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때 두 사람은 불화설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지난 2012년 9월 김장훈이 올린 SNS 글이 문제가 된 것. 싸이는 당시 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장훈을 찾아가 오해를 풀고자 노력했고, 결국 다음달 10월 열린 싸이의 공연에 김장훈이 깜짝 등장, 함께 소주를 나눠 마시며 화해했다.

싸이코 : 놀랍게도, 싸이의 팬클럽 이름이다. 싸이는 ‘싸이코’라는 단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우선 싸이라는 예명 자체가 싸이코(Psycho)에서 따온 것이고, 데뷔 앨범이자 정규 1집의 타이틀 역시 ‘싸이코 세상에서 온 싸이(Psy From The Psycho World)’이다. 싸이의 콘서트장에서도 “싸이 짱” 대신 “싸이코”라는 연호가 더욱 흔하다. 이들의 응원도구는 무척이나 독특하다. 바로 검은 봉지와 신문지. 데뷔 초 싸이의 공연장에는 검정 쓰레기봉투를 뒤집어 쓴 팬들이 신문지를 둘둘 말아 의자를 두드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정말이지 그 가수에 그 팬이다.

‘나팔바지’ : 정규 7집 ‘칠집싸이다’의 국내용 타이틀곡. 싸이스러움이 무엇인지 온 몸으로 보여주는 노래다. 싸이는 지난달 30일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그간 ‘미국병’을 앓고 있었음을 고백하며 “올 초 대학 축제 무대에 서면서부터 제정신이 들었다.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이 직업을 택했는데, 왜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서 음악을 할까라는 생각을 깊이 했다. 이후부터 그동안 준비한 노래를 새롭게 재정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바로 ‘나팔바지’다. 펑키한 기타리프에 리드미컬한 멜로디, 몸이 절로 들썩인다. ‘나팔 나팔 나팔바지’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도 빼놓지 않았다. 뮤직비디오는 또 어떤가. 휘황찬란한 색상의 나팔바지를 입고 몸이 부수어져라 춤을 춰대는 싸이는, ‘B급 감성’ 중 가장 A급이지 않을까.

Who is next. 싸이 소속사 식구 차승원의 ‘삼시세끼’ 밥상을 함께 한 정우

글,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조슬기 기자 kelly@, YG엔터테인먼트, SBS ‘좋은아침’ 방송화면,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