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그리는 사람들⑤ 이솔미 안무가, 별자리 안무를 탄생시킬 때까지 (인터뷰)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퍼포먼스 없는 아이돌 음악은 앙꼬 없는 찐빵 아닐까. 아이돌 음악은 노래, 비주얼 그리고 퍼포먼스가 3박자를 맞춰 펼치는 콘셉트 음악이다. 그중 퍼포먼스는 보는 음악의 정점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케이팝 한류 열풍의 핵심. 잘 만든 포인트 안무 하나가 노래의 인기를 견인하기도 한다.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쏟아지듯 만들어지는 해외팬들의 댄스 커버 영상도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에 퍼포먼스를 만드는 안무가의 역할도 함께 커졌다. 3분여의 무대를 위해서, 아이돌 그룹의 뒤에서, 땀을 흘리는 안무가들을 만난다. (편집자주)

이솔미 안무가와 오마이걸

이솔미 안무가와 오마이걸

한 달에도 수십 개의 팀이 신곡을 발표한다. 그 사이에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의 어려움. 그런데 신비로운 분위기로 관심을 끌고 있는 팀을 발견했다. 바로 걸그룹 오마이걸이다. 오마이걸은 최근 발표한 신곡 ‘클로저(Closer)’로 별자리 안무를 탄생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퍼포먼스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8명의 멤버가 별자리 모양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소녀스러우면서 신비로운 동작으로 노래를 표현한다. 몽환적 분위기가 가득 담긴 ‘클로저’를 표현한 아주 잘 만든 퍼포먼스였다.

과연 누가 이런 퍼포먼스를 고안했는지 궁금했다. 유명한 안무팀의 단장일까 상상했다. 주인공은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안무가 이솔미(닉네임 : soulme)였다. 이솔미 안무가는 오마이걸의 데뷔곡 ‘큐피드’도 담당하면서 WM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시작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며 ‘클로저’ 안무 창작에 대한 겸손을 표현했지만,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확실했다.

이솔미 안무가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댄서 활동을 시작해 15년 이상 활동해온 전문가다. OPPA, 왁스, 백지영, 손담비 등의 안무팀에서 활동하다 댄스 강사와 더불어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소녀시대-태티서 ‘트윙클’, f(x) ‘핫 썸머(Hot Summer)’, 소녀시대 ‘다이아몬드’, EXID ‘아이 필 굿’, 지나 ‘투 핫(2 HOT)’ 등의 안무도 탄생시켰다. 감각이 뛰어났다. 파란만장한 인생 속에서 춤으로 자신을 버텨낸 이솔미 안무가에게 장인의 기운이 느껴졌다.

Q.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댄서 활동을 시작했다니 놀라워요. 가수가 아닌 댄서를 꿈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솔미 : 안무가가 좋아서요. 서태지와 아이들을 보고 저렇게 춤을 출수도 있구나 감탄했어요. 집에서 춤을 볼 수 있는 없어서 학교 앞에서 파는 테이프로 보고 들었어요. 그때 테이프로 외국 가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음악만 들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짝꿍이 꿈이 뭐냐고 물어서 춤을 추고 싶다고 했어요. 그 춤으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내 춤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걸 이야기했어요. 쪽지를 주고받다가 그 친구가 어느 날 주소를 하나 알려주더라고요. 저 대신 안무단에 전화를 한 거예요. 자기가 내 이름으로 연락을 해놨다고 해서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그때가 중3이었어요.

Q.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시작하지 못했을 꿈이었을 수도 있네요.
이솔미 : 중3 때 처음 시작해 그 뒤로는 학교보다는 댄서활동을 계속 했어요. 그 친구는 나름의 은인이죠. 아쉽게도 연락이 안 닿아요.

Q. WM엔터테인먼트와는 어떻게 인연이 됐나요?
이솔미 : WM이랑은 오마이걸이라는 걸그룹이 있다고 우연히 연락을 받게 됐어요. 그 친구들안무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큐피드’ 음악을 듣고 바로 다음 날 안무를 짰어요. 제 방식대로 짰는데 좋다고 해주셨어요.

Q. 어떻게 안무를 짰어요?
이솔미 : 저는 음악을 들으면 바로 짜는 편이에요. 이런 그림이면 좋겠다고 상상을 하고 펼치는 거죠. ‘큐피드’를 들었을 때는 ‘빠르라르’ 부분에 나팔을 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팔을 불 듯이 만들었어요. 이때 이 친구들이 지휘를 하고, 그 지휘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것을 생각했어요.

오마이걸 별자리 안무

오마이걸 별자리 안무

Q. ‘클로저’ 별자리 안무가 화제가 됐는데, 어떤 아이디어로 출발했나요?
이솔미 : ‘클로저’는 노래가 들으면 다른 세계의 사람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오마이걸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애들은 이 음악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했는지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주에 있고, 외톨이라고 하고, 한사람씩 이야기를 들으니 재미있었어요. 뭐가 좋을까 생각을 했는데 이사님과 PD님이 별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별이라는 모티브가 생겨서 멤버들 하나하나의 별자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아린이 같은 경우는 아린이 파트에서 뭐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북두칠성을 떠올렸어요.

Q. 별자리 대형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이솔미 : 별자리를 많이 찾아봤어요. 진짜 많은 고민을 했어요. 운이 좋았던 게 그리다 보니까 탄생이 됐어요. 팬들의 반응 중에 승희가 메인보컬인데 왜 자꾸 끝에 있냐는 댓글을 봤어요. 구성을 만들다 보니까 나온 거예요. 맞물리는 부분이 많았어요. 나름 생각해서 만든 그림이에요.

Q.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이솔미 : 안무 동작이 힘들었어요. 조금만 벗어나도 섹시한 게 나오는 동작이 많았어요. ‘큐피드’ 때부터 시작해서 앉아있는 구성이 많은데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요즘 아이돌은 거의 서 있고, 처음 스타트 그림이 비슷비슷했는데 다르게 하고 싶어서 앉아서 시작했어요. 일어서기 위한 동작이 있는데 조금은 섹시함이 나오더라. 오마이걸은 아직 섹시하게 보이면 안 되니까 주의를 많이 기울였어요.

Q. 위에서 보는 별자리 안무의 동선과 앞에서 보는 동작을 동시에 생각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솔미 : 동선과 동작을 함께 정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춤을 만들었어요. ‘큐피드’ 때는 시안만 만들 때 다른 댄서들에게 부탁을 했고, ‘클로저’는 다른 댄서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어요. ‘클로저’는 처음부터 아이들과 같이 만들어 나갔어요. 외부 사람 하나도 없이 WM만의 힘으로 만든 것이죠.

Q. 뿌듯하겠어요. ‘클로저’ 안무 중 가장 뿌듯한 부분이 있나요?
이솔미 : 완성되고 난 뒤에 봤을 때 유아가 첫 파트 부를 때 모양이 정말 멋있어요. 그 동작을 소화하지 못하면 미워 보였을 텐데 애들도 노력해 그림을 만들어 냈어요. 제가 원하는 그림을 내줘서 ‘클로저’ 같은 경우는 특히 더 뿌듯해요.

오마이걸 별자리 안무 중 태양, 정면샷(위쪽)과 부감샷

오마이걸 별자리 안무 중 태양, 정면샷(위쪽)과 부감샷

Q. 오마이걸 멤버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솔미 : 효정이는 제일 언니잖아요. 막내 같을 때도 있어요. 승희랑 같이 분위기를 업시켜요. 승희는 끼가 많아서 애들을 웃겨줘요. 자기가 힘들 때도 힘든 것을 티를 안내도 애들에게 힘을 줘요. 효정이도요. 미미는 제가 보기엔 춤을 제일 잘 춰요. 미미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옆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안무를 짜고 있을 때 같이 정리해주면서 도와줬어요. 지호는 조용히 할 일 다 하는 친구예요. 만약에 다른 친구들이 어질러 놓으면 자기가 정리를 다 해놓고 안 한 척 티를 내요. 다른 스태프들이 일할 때도 도와줄 것 없냐고 물어봐요. 아린이는 진짜 막내예요. 귀엽죠. 옆에서 잘 어우러져요. 진이는 자기 자신에게 못난 것을 못 보는 친구예요. 티를 안내지만 여려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게 매력이 있어요. 유아는 인형 같이 생겼잖아요. 자기는 자기 얼굴이 예쁜 줄 몰라요. 예쁘다고 해도 다른 멤버들이 다 예쁜데 어떡해야하냐고 물어요. 또 어떻게 노력해야 하냐고 물어요. 혼자 노력하는 스타일이어서 자기 이야기를 좀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비니도 노력파예요. 멤버 모두가 노력파인데 비니는 저에게 꾸중을 많이 들었어요. 그전에 다른 회사에서도 많이 혼났다고 했는데 혼만 나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아 힘들었다고 고백하더라고요. 그런 걸 지적해주고 고쳤어요. 비니는 또 말을 어른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어요. 오마이걸 친구들은 정말 조화가 좋아요. 리더 효정이가 팀을 챙기면 그 안에서 승희가 분위기를 챙기고, 미미가 춤을 정리해요.

Q. 오마이걸 그룹 자체의 매력이라면 무엇일까요?
이솔미 : 긍정이요. 긍정, 노력. 노력을 안 하면 긍정이 강해도 그 긍정이 보이지 않는데 한 명이 아파서든 상처를 받아서든 그런 것에 있어서 서로 조언을 해주고, 위로를 해줘요. 만약 제가 안무로 혼을 내거나 누군가 춤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할 수 있어’라고 말로만이 아니라 밤새 연습을 같이 하면서 도와줘요. 그 모습이 참 기분이 좋아요. 다른 아이돌도 많이 봤는데 오마이걸은 정말 잘될 것 같아요. 인성부터 됐어요. 저는 춤도 춤이지만 인성을 가르치고 싶어요.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너희들도 아티스트지만, 이사님, 스태프들도 조명 뒤의 아티스트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것을 효정이가 확 와 닿게 들었나봐요. 효정이가 모든 사람이 아티스트라는 말 잊지 않겠다고 말하더라고요. 그게 정말 좋았어요. 그만큼 노력도 하는 친구들이에요.

이솔미 안무가

이솔미 안무가의 인스타그램(@soulmelee)에는 안무가의 춤도 볼 수 있다

 

Q. 15년 넘게 댄서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힘든 적은 없었나요?
이솔미 : 제 인생은 파란만장해요. 사람들이 제 인생을 들으면 소설을 쓰라고 할 정도예요. 저는 트라우마로 수영을 못하고, 지금 무릎도 수술해야 하고, 몸이 많이 망가졌어요.

Q. 그렇게 힘들었는데 그만두고 싶었을 것 같아요.
이솔미 : 그래서 그만뒀었어요. 그만두고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생각하며 집에서 몇 달을 울면서 지냈어요. 디스크도 있었는데 디스크 치료비도 없고, 소문이란 소문은 안 좋게 나고,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들으면서 사람을 만나는 게 싫었어요. 대인기피증도 생겼어요. 이 바닥이 좁다 보면 없던 이야기도 나오는 곳이에요. 그러다 한 지인 분이 제가 계속 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댄스 강사를 주선해주셨어요 그때가 4년 전이었어요. 그 분의 말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Q. 지금은 괜찮은가요?
이솔미 : 허리는 지금도 통증클리닉에서 주사를 맞고 있어요. 제 별명이 24시 응급실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허약해서 많이 고생했어요. 그래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이게 꾀병인지 진짜 아픈 건지 느껴져요. 그게 꾀병이면 화가 나요.

Q.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기억도 있겠어요.
이솔미 : WM에 와서 제일 뿌듯했어요. 저를 인정해주셨어요. PD님, 이사님, 권태범 안무가한테 고맙다. 권태범 안무가가 정말 고마워요. 여기 와서 진짜 긍정적인 힘을 많이 줬어요. 또 오마이걸 친구들이 진짜 똑똑해요. 어떤 한 멤버가 못 알아채도, 알아들은 멤버가 그걸 이해하고 멤버들과 이야기를 해요. 이전까지 함께 작업했던 아이돌 중에 가장 기특해요.

Q. 댄서 활동을 하면서 내가 봐도 멋있었던 무대가 있었나요?
이솔미 : 트러블메이커의 ‘트러블메이커’. 제가 생각지 못한 안무가 나왔어요. 현아와 장현승은 또 그런 퍼포먼스를 받쳐줄 수 있는 아티스트예요. 무대 자체가 살았던 안무였어요.

Q. 안무를 짤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뭔가요?
이솔미 : 솔직히 안무를 짜 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중요시 여겨요.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요즘 해외에서 안무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안무 잘 짜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많아요. 해외에서 짰다고 하는 안무를 보면 의아한 것도 많아요. 그리고 해외 안무가와 국내 안무가와 대우가 달라요. 국내 안무가의 작품이 더 좋을 때도 많아요.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의 몸을 더 잘 알고 그 특성을 이해하고 어떤 춤을 춰야지 파악해서 시너지가 나오는데 왜 무조건 외국 것이 더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Q. 안무가로서 꿈이 있다면요
이솔미 : 제 연습실을 만들어서 어린 친구들부터 제대로 키우고 싶어요. 제 스타일대로 제 안무로 애들을 만들어 대회에도 나가고 싶어요. 진짜 어린 학생들을 키우고 싶어요. 돈 때문에 힘들어 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돈 때문에 팀에 들어가려는 친구들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연습 페이를 주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댄서들이 어려워요. 중국에서도 연습 페이를 주는 것을 봤는데 우리나라는 댄서에 대한 예우가 너무 열악하다. 그것도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Q. 제발 이거 하나 만큼은 제발 고쳐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나요?
이솔미 : 지불에 대한 것이요. 제일 나중에 챙겨줘도, 안 되면 안 챙겨줘도 되는 게 댄서 페이라고 하더라고요. 가수든 연예인이든 재능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 누군가는 춤을 춰요. 그 춤을 위해 안무가가 있는 것인데 그것을 무시해요. 회사 대 댄서가 아니라 댄서 대 댄서 사이의 갈등도 많아요.

Q. 춤도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아요.
이솔미 : 정말 어리지만 춤을 잘 추는 애들도 많고, 잘하는 애들도 많아요. 학원 수업을 할 때마다 자기 방식대로 춤을 출 때 박수를 쳐요. 제가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렇게 해서 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리지만, 집이 잘 살아서 취미처럼 하는 친구도 있고,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다들 춤이 힘들어서 그만두지 않아요. 다른 요인으로, 사람 때문에 힘들어 그만두는 경우도 있어요. 상처를 받지 않고, 그 춤을 놓지 않고 조금 더 발전해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댄서가 되고픈 친구들에게 조언을 부탁해요.
이솔미 : 너무 돈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돈은 어찌됐든 노력의 성과가 있을 때도, 내가 분명히 노력했을 때도 그 대가를 받지 못할 때도 많아요. 댄서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돈 하나 때문에 내 생활이 힘들다고 그만두는 것 말고, 다 필요 없고 건강이 더 중요해요.

Q. 이솔미 안무가에겐 춤이란 무엇인가요?
이솔미 : 춤이란 마침표이고 싶지만, 마침표이고 싶지 않은. 춤을 가지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어요. 이 춤이 하나에서 끝나서 이 춤으로 인해 발전하는 내가 되고 싶어요. ‘나는 안무가야’라고 정의되거나 마침표가 되고 싶지 않아다. 발전하고 싶다는 의지예요.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이솔미 안무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