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직후]‘007 스펙터’ 전편에는 한참 못 미친다

[텐아시아=정시우 기자]movie_image

공개날짜: 11월 6일(금) 오후 2시
공개장소: 롯데시네마 건대
감독: 샘 맨데스
배급: UPI 코리아
개봉: 11월 11일

줄거리: “Bond, My name’s James Bond.”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돌아왔다. 멕시코에서 일어난 폭발 테러 이후 MI6는 영국 정부에 의해 해체 위기에 놓인다. 자신의 과거와 연관된 암호를 추적하던 본드는 사상 최악의 조직 ‘스펙터’와 자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MI6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없는 상황. 본드는 사건의 비밀을 쥔 매들린 스완(레아 세이두)과 함께 스펙터의 비밀에 접근해 나간다.

첫느낌: 2012년 개봉한 ‘007 스카이폴’은 그러니까, 007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멋들어진 작품이었다. 냉전 이후, 싸워야 할 명분이 빈약해진 첩보영화들 사이에서 ‘스카이폴’은 그들이 왜 아직 필요한지를 증명해 보이는 멋진 한방이었다. ‘스카이폴’로 007에 입문한 샘 멘데스 감독은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율리시스’를 인용해 007 시리즈가 왜 지속돼야 하는지를 영리하게 증명해냈다. 완벽한 ‘부활’이라 할 만 했다.

샘 맨데스가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은 ‘007 스펙터’를 향한 기대감은 ‘스카이폴’에 상당부분 빚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팬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전작을 뛰어넘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결과부터 밝히자면, ‘007 스펙터’는 이야기에서도 액션에서도 전작 ‘스카이폴’에는 미치지 못하는 인상이다.

오프닝 액션신은 정말이지 짜릿하다. 멕시코 전통 축제 ‘죽은 자들의 날’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오프닝 액션신은 유려한 카메라 워크와 군더더기 없는 편집으로 시작부터 심박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고도 7300피트 헬리콥터 안에서 벌어지는 본드와 악당의 아슬아슬한 육탄전으로 보는 이의 넋을 쏙 빼 놓더니, 이어지는 샘 스미스(Sam smith)의 ‘라이팅스 온 더 월’(Writing’s on the Wall)에 맞춰 흐르는 오프닝 크레딧으로 황홀경은 안긴다.
007

문제는 그 이후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더블오(00) 살인면허를 처음 부여받은 것은 2006년 ‘007 카지노 로얄’에서다. 이후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 ‘007 스펙터’로 이어진 긴 여정의 중심에는 본드가 진실로 사랑했던 여인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의 007은 제임스 본드가 ‘알고 보니 적’이었던, 그럼에도 사랑했던, 여인 베스퍼 린드의 환영과 끊임없이 싸워나간 고단한 행보이기도 하다. ‘007 스펙터’에는 베스퍼 린드를 실질적으로 조종했던 조직 스펙트가 등장한다. 즉 ‘007 스펙터’는 본드가 베스퍼 린드와 진짜로 결별을 고하는 작품이자, 본드 개인의 어두운 과거와도 화해를 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리즈의 완결로 보이기도 한다. ‘배트맨 비긴즈’(2005)-‘다크 나이트’(2008)에 흩뿌려진 이야기를 한데 모아 해결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아쉽게도 ‘007 스펙터’는 앞서 펼쳐 놓은 퍼즐을 맞추는 솜씨가 매끈하지 못하다. ‘007’ 자체가 보통의 영화보다 레벨이 뛰어나다는 걸 감안하고 이야기 하자면,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다소 진부하고 액션은 허술하다는 느낌마저도 준다. 스토리에서 가장 고약한 것은 본드와 본드걸 매들린과의 관계다. 샘 맨데스는 ‘스카이폴’에서 본드걸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던 것이 내내 마음에 남았던 것일까. 이번에는 본드걸에게 사건의 주요키를 맡기고 운영하는데 뭐,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베드신으로 가는)키스야 이해할 수 있다. 매력적인 여자라면 일단 침대에 쓰러뜨리고야 마는 것이 본드의 마력이니까. 다만 두 사람 관계를 조금 더 밀도 있게 파고들지 못한 것이 패착이다. 본드와 매들린의 ‘인연/악연’ 설정은 수많은 액션 영화에서 봐 온 전형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

액션의 완성도는 더 큰 아쉬움이다. ‘스펙터’의 액션은 여러 부분에서 우연에 기대어 있다. 액션 스케일만 클 뿐, 아이디어가 단조롭다. 위기탈출 과정도 어물쩍. 액션들이 단단히 쌓여야 마지막 순간 쾌감이 클 텐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전체적인 스릴이 빈약하게 다가온다. 악당 한스 오버하우저 역의 크리스토프 왈츠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정말이지 의외. 크리스토프 왈츠의 능력을 방치한 것은 샘 멘데스 감독의 이력에 큰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다니엘 크레이그다. 선배 ‘007’ 피어스 브로스넌이 만들어놓은 슈퍼히어로적 007 이미지를 부수고 본드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입힌 것이 바로 다니엘 크레이그다. 조롱과 패러디의 대상으로 전락해가던 본드가 고독하면서도 강인한 남자의 상징으로 재평가 받기 시작한 것도 다니엘 크레이그 덕분이었다. ‘스펙터’에서 그는 여전히 섹시하다. 품위도 있다. 이전에 비해 다소 지쳐 보이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인가 싶기도. 최근 007 하차를 두고 말들이 많은데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하차보다는 다음 시리즈에서의 (과장 많이 보태) 명예회복(?)이 아닐까 싶다. ‘스펙터’로 시리즈를 마무리 하는 것은 그에게도 팬들에게도 아쉬움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다니엘 크레이그 본드와의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팬들에겐 조금 더 필요하다.

관람지수: 10점 만점에 7점

TEN COMMENTS, ‘007 스카이폴’에서 뒷걸음질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