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수배] 11월 첫째 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허밍어반스테레오

사건명 도파민(Dopamin) 5-1
용의자 허밍어반스테레오 (이지린)
사건일자 2015.11.02
첫인상 이지린 원맨밴드인 허밍어반스테레오는 캐스커, 클래지콰이 등과 함께 국내 시부야케이 대중화에 앞서 왔다. ‘하와이안 커플’ ‘샐러드 기념일’ 등 허밍어반스테레오 특유의 말랑말랑한 가사와 멜로디는 여성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3부작 앨범을 발매한 뒤, 올해는 리소(Risso), 밴젝스(Ban:jax)를 영입해 프로듀싱 및 제작에 힘을 쓰고 있다.
추천트랙 ‘스투피드 (Stupid, with 슈가플로우)’. 허밍어반스테레오는 지난해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이 점점 펑키해지기 시작했다. 가사도 성숙해졌고, 점점 야해지더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번 신곡 역시 마찬가지. 감각적으로 직조된 사운드 위에 관능적인 보컬이 더해졌다. 가사 내용이 귀에 쉽게 들어오는 편은 아니지만, 슈가플로우의 쫄깃한 음색만으로도 충분히 야릇하고 발칙하다.

MM

사건명 콜 마이 네임(Call my name)
용의자 Mm (오디너리 피플, 플라워 바이올렛)
사건일자 2015.11.04
첫인상 Mm은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과 플라워 바이올렛(Flower Violet)이 결성한 팀이다. 오디너리 피플은 솔로 가수이자 걸그룹 작곡가, 그리고 최근 3집 앨범을 발매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플라워 바이올렛은 소속사의 오랜 연습생 생활과 보컬 강의를 거쳐 지금은 한창 작곡 공부를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음악과 해야 하는 음악 사이에서 갈등했던 두 사람은 Mm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추천트랙 ‘콜 마이 네임’. 김춘수의 시 ‘꽃’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 아기자기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나직하게 내려앉는 오디너리 피플의 목소리도 편안하지만, 가수 린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플라워 바이올렛의 보컬이 매력적이다. 특히 재즈 풍의 후렴구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돋보이는데, 악기 편성을 간단하게 한 것이 신의 한 수로 느껴진다. 긴 시간이 걸린 만큼, 긴 시간 지속되기를 바란다.

디어클라우드

사건명 실버라이닝
용의자 디어클라우드 (나인, 김용린, 이랑, 광석)
사건일자 2015.11.05
첫인상 디어클라우드를 설명하는 말이 ‘우울’에서 ‘희망’으로 변했던 순간이 있었다. 음울함은 옅어졌고 그 사이로 햇빛이 들 듯 밝음이 자리했다. 이 같은 기조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구름의 흰 가장자리라는 뜻의 실버라이닝은 밝은 희망을 의미하는 말. 디어클라우드는 어두운 현실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번 노래를 완성시켰다.
추천트랙 ‘실버라이닝’. 초반부터 드럼과 기타가 제법 강하게 몰아치며 귓가를 사로잡는다. 나인은 언제나 그렇듯 능숙하게 곡을 이어받아 흐름을 주도한다. 그의 탁성에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때론 아웃사이더의 초상인 것 같으면서도 때론 듬직하게 말을 건네 오는 것도 같다. 각 악기들은 꿈틀대는 생명력을 뿜어내고, 흐릿하게 이어지는 코러스에서는 관객들의 떼창이 저절로 겹쳐 들린다.
출몰지역 오는 20일과 21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백암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좋아서하는밴드

사건명 저기 우리가 있을까
용의자 좋아서 하는 밴드 (조준호, 손현, 안복진)
사건일자 2015.11.05
첫인상 “밴드 이름이 뭐예요?” “저희 그냥 좋아서 하는 밴드인데요?” “와~ 특이한 이름이네요.” 이름도 없던 어느 신생아 밴드는 그렇게 ‘좋아서 하는 밴드’가 됐다. 지난 2008년 결성돼 두 번의 멤버 교체를 겪은 이 팀은 이번 앨범에서도 한 차례 변화를 감행한다. 바로 외부 프로듀서의 영입. 밴드 우쿨렐레 피크닉의 멤버인 이병훈이 앨범 지휘를 맡아 좋아서 하는 밴드의 팀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추천트랙 ‘우린 서로를 모른 채’. 참 소박한데, 참 진실하다. 그간 본인의 곡은 본인이 직접 부르는 방식을 고수하던 좋아서 하는 밴드는 이번 앨범에서는 각 곡에 가장 적합한 보컬을 찾는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이 곡에서도 조준호와 손현이 모두 가창에 참여했다. 담담하게 이어지던 손현의 목소리, 고즈넉하게 이어지는 하모니카. 그 뒤로 조준호의 보컬이 힘 있게 밀고 나오는 순간, 당신은 아마 가슴이 덜컥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른다.

혜화동소년

사건명 눈을 감고 있을게
용의자 혜화동소년 (정현우)
사건일자 2015.11.05
첫인상 ‘소년’이라는 말에 속지 말 것. 혜화동소년은 인디 씬에선 이미 잔뼈가 굵은 뮤지션이다. 본명 정현우. 하드코어 밴드 프리마켓, 프레디하우스 등에서 베이시스트로 활약했다. 그러나 혜화동소년의 음악에서는 하드코어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델리 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 등 1세대 모던 록 밴드들을 수년간 연구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지난 2012년 첫 EP 앨범을 발매했으며, 최근에는 2주에 한 번씩 정기 공연을 열며 팬들과 만났다.
추천트랙 ‘눈을 보고 있을줘’. 혜화동소년의 미성을 달콤하고 싱그럽다. 하지만 ‘소년’ 혹은 ‘청춘’ 특유의 흔들거림이나 불안함의 정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밝고 희망차고 든든하다. 혜화동소년 본인 안에 쌓아놓은 내공이 이 같은 감성으로 발현되는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따뜻하다. 푸르고 깨끗한 이미지가 연상돼, 드라마 OST로 삽입해도 제법 인기를 얻을 수 있을 법 하다.
출몰지역 7일 서울 홍대에 위치한 네스트나다에서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