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머리를 비워내고 심장으로만 만든 노래”-1

10년 전 쯤 <이홍렬 쇼>에 산울림의 3형제가 출연했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 때 김창완은 OX 퀴즈를 풀면서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다”라는 이홍렬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10년 후 김창완을 인터뷰하면서 김창완이 정말 외계인일지도 모른다고 믿게 됐다. 때론 독특한 비유를 섞어 쓰기도 하는 그의 말들은 때론 두 번 세 번 생각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꾸 머리에 맴돌아 사람의 행동을 조종했다. 그건 깊은 연륜의 어른이 주는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인간의 고민쯤은 훌쩍 뛰어넘은 외계인이 건네준 인생에 관한 암호 같은 것이었다. 이 인터뷰를 읽는 분들도 어느 한 부분에서 그런 암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얼마 전 <MKMF>에서 에픽하이와 함께 출연했다. 무대 위에서 10대들의 시선을 받아보니 어땠나. (웃음)
김창완
: 낯설었다. 보는 사람들도 현장에서는 처음에 몇 초간 굉장히 낯선 표정이더라. (웃음)

귀마개가 인상적이었다. (웃음)
김창완
: 코디네이터 아이디어였다. 키스 리처드보다 멋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웃음)

“지금 음악 소비자들인 10대에게 배척당하고 싶지 않다”

당신은 에픽하이하고 함께해도, 귀마개를 해도 다 어울리는 것 같다. 불가사의하다. 10년 전에는 델리스파이스가 당신에게 존경을 보냈고, 이제는 에픽하이가 또 언급한다.
김창완
: 연말 공연 때는 후배들하고도 교류하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나는 지금 음악 소비자들인 10대에게 배척당하고 싶진 않았다. 그들에게 산울림을 알린다는 것도 나로서는 중차대한 문제니까. 이번에 낸 <The happiest>에는 그런 의미도 담겨있다. 산울림이 30년 넘게 사랑 받은 데는 ‘개구쟁이’나 ‘산 할아버지’가 사랑 받으면서 세월을 뛰어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부분이 컸다. <The happiest>도 새로운 세대가 산울림으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The happiest>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것 같지는 않다. 당신은 이 앨범에서 단 한순간도 타협하지 않은 것 같다.
김창완
: 이 앨범은 머리를 비워내고 심장으로만 만든 노래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인디 밴드들의 음악을 심사하면서 거기 나온 뮤지션들한테도 말했다. 음악마저 백지처럼 창백하게 만드는 시대에 백지 위에 진한 먹으로 써내려 가는 이 사람들이 음악의 전사라고.

그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온 건가.
김창완
: 이 앨범은 ‘Folklift’를 먼저 완성하고 나서 벌어진 순간적으로 만들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난 뒤, 어느 날 밤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Folklift’의 첫 번째 행인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내 동생을 데려가 버렸네’를 썼다. 그 다음에 두 번째 행을 썼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지게차만 보면 쫓아가서 발길질을 하겠지’ 그러다 펑펑 울고 잠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슬픔을 많이 치유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어떤 변화였나.
김창완
: ‘Folklift’를 완성하고 깨닫게 된 건, 우리는 모두 사랑의 상실 시대에 살고 있고, 우리는 사랑을, 행복을 찾는 사냥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거다. 행복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출발점이다.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의 주제가 그런 것처럼, 우리가 그 순간에 내 생의 완성을 하지 않으면 그건 의미가 없다. 그것이 내 생의 태도이기도 하고, 앨범에 담겨 있는 가장 큰 주제이기도 하다.

“겨우 아문 상처를 긁어내는 슬픈 노래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앨범도 그렇게 녹음한 건가. <The happiest>의 사운드는 어떤 소리도 깎아내지 않고 라이브의 생생함을 살려냈다.
김창완
: 앨범에 참여한 일본 엔지니어 나카무라나, 연주하는 우리나 한 마음이었다. 지금 연주하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 스냅 샷처럼 포착하느냐. 다른 모든 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어떻게 우리가 즐겁게, 행복하게 연주하는 순간을 잡아내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그런 날 것의 소리에 비해 ‘Folklift’의 멜로디는 평온하다. 혹시 처음에는 멜로디가 격했던 건 아니었나.
김창완
: 그렇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차분한 노래였다. 가사를 쓰고 나서 이게 어떤 곡으로 나올 수 있을까 하고 기다리는 순간, “아, 이거 좀 슬픈 노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었다. 슬프게 노래하고 싶지 않았다.

왜 그랬나.
김창완
: 상처를 건드리기 싫으니까. 겨우 아문 상처를 노래로 긁어내기 싫었다.

당신에게는 늘 그런 정서가 있다. 언제나 슬프면서도 그걸 직접 드러내지는 않는다.
김창완
: 내 인생의 책 중 하나가 <삶으로서의 은유>다. 나는 ‘무엇을 무엇이다’라고 규정 짓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이게 습관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은 가사도, 멜로디도 반복적으로 읊조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반복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는 처음에는 밴드의 공연을 듣는 것 같다가, 가사가 반복되는 사이에 내 인생의 순간들을 하나씩 돌아보게 만드는 세상으로 데려다 놓는 것 같았다.
김창완
: 우리에게 ‘모두가 순간을 산다’라는 게 그 노래의 주제다. 나는 여자로서, 남자로서, 열두 살로서, 예순두 살로서 순간을 산다는 게 주제이기 때문에… 이렇게 지나온 세월을 보니 모든 것이 순간이구나. 그것은 겪고 싶지 않은 불행한 순간을 겪으면서 터득한 인생의 모습이다. 그래서 반복적인 읊조림들이 매 순간에 대한 감상을 만들어내는 모티브를 갖고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미처 머리로 헤아리기 전에 가슴에 파문이 인다고 할까? 그러길 바란다.

인터뷰.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