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수배] 10월 셋째 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사건명 뻘밭에서
용의자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김간지, 조까를로스, 까르푸황, 유미)
사건일자 2015.10.16
첫인상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하 불쏘클)은 재밌는 역사를 가진 팀이다. 리더 조까를로스는 1집을 발매하며 “이 앨범은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고 ‘고질적 뮤지션의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은퇴 시나리오를 밝히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나리오에 이들이 돈 때문에 다시 재결합할 것이라는 계획까지 포함돼 있던 것. 계획인지 우연인지 알 수 없지만, 불쏘클은 지난 2010년 정말로 은퇴를 선언했고 그로부터 3년 뒤 은퇴 번복을 알렸다.
추천트랙 ‘뻘밭에서’. 은퇴 번복 후 1년 6개월 만에 발매되는 앨범. 불쏘클 특유의 재치는 아직도 날카롭다. 뽕짝과 훵크가 결합된 불쏘클만의 블루스 역시 여전히 흥겹다. 노래는 장난스럽게 시작되지만, 가사에 귀를 기울이면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확인할 수 있다. 뻘밭에서 뒤엉켜 싸운다는 가사 속 ‘너와 나’의 모습은 불쏘클이 그려내는 지독한 블랙 코미디. 전작과 연결되는 앨범 커버 이미지도 눈여겨 볼만하다.
출몰지역 31일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 ‘비정의 플로어’를 연다.

파블로프

사건명 이럴 때가 아냐
용의자 파블로프 (류준, 박준철, 조동원, 오도함)
사건일자 2015.10.16
첫인상 파블로프는 고등학교에서 만난 10년 지기 친구들로 구성된 4인조 록밴드이다. 지난 2008년 첫 EP앨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발매하며 인디 씬에 데뷔했으나 이후 멤버들의 군 문제로 긴 휴지기를 가졌다. 지난해 정규앨범 ‘26’ 발매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디지털 싱글 시리즈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싱글은 ‘파블로프 식 사운드의 결정판’이라고 하니, 팬들에게는 반가운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천트랙 ‘이럴 때가 아냐’. 과거 장기하와 얼굴들이 ‘싸구려 커피’를 통해 ‘잉여 인간’들의 안타까운 단상(?)을 그려냈던 것과 비슷하다. “날씨가 좋았다는 것만 전해 들”었을 만큼 화자는 무기력했고, “이미 늦어버린 걸 나도 알고 있지만” 여전히 방을 떠나지 못한다. 책임을 미뤄둔 늦은 오후 혹은 인생의 어느 한 길목에서의 외침, “이럴 때가 아냐!” 파블로프는 과감한 사운드와 직설적인 연주를 들려주며 이 같은 외침에 힘을 더한다. 떼창이 울려 퍼질 공연 현장 또한 기대된다.
출몰지역 오는 11월 개최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전국 투어 공연에 참여한다.

코드 쿤스트사건명 패러슈트 (Parachute)
용의자 코드 쿤스트 (feat. 오혁, 도끼)
사건일자 2015.10.21
첫인상 타블로가 설립한 레이블 하이그라운드의 첫 작품. 하이그라운드는 출발부터 비범했다. MBC ‘무한도전’ 출연과 함께 단숨에 대세 반열에 오른 밴드 혁오를 영입했고, ‘천재 프로듀서’라 불리는 코드 쿤스트까지 데려왔다. “하이그라운드를 ‘꿈꾸라’ 선곡표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던 타블로의 소망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추천트랙 ‘패러슈트’. “코드 쿤스트와 오혁과 도끼가 만나 청춘에 대한 노래를 만들었다.” 앨범 소개를 듣고 반신반의했다. ‘청춘’은 이미 사골처럼 우려진 소재인 데다가, 코드 쿤스트와 오혁, 도끼는 최근 가장 ‘핫’하게 떠오른 인물들이다.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의심했다. 그러나 결과물은 훌륭하다. 세 사람은 자신의 청춘에 집중했고, ‘불안함’이라는 정서는 오히려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코드 쿤스트의 비트와 오혁의 만남 또한 인상적. 하이그라운드의 출발이 순조롭다.

딘

사건명 아이 러브 잇 (I Love It)
용의자 딘 (feat. 도끼)
사건일자 2015.10.22
첫인상 딘의 이름은 최근 관계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되곤 한다. 흑인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프로듀서로 데뷔를 알린 그는 신혁이 이끄는 줌바스 뮤직 그룹 소속 작곡가로 활동하며 엑소, 빅스 등의 음반 프로덕션에 송라이터로 참여했다. 이어 올해 중순, 에릭 벨린저, 밀라 제이, 앤더슨 팩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더불어 작업한 곡들을 미국에서 먼저 발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추천트랙 ‘아이 러브 잇’. 지난번 싱글 ‘풋 마이 핸즈 온 유(Put my hands on you)’ 발매 당시, 네이버 뮤직 페이지에 재밌는 댓글이 달렸다. “영어로 노래하니 외국 필이 느껴지는 건 당연하지. 한국어 가사 들고 와 봐라”는 내용. (우연이겠지만) 딘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말로 한글 가사를 들고 나왔다. 필(Feel)? 여전히 살아있다. 몽환적인 사운드, 힙합과 R&B의 조화가 엮어낸 그루브와 댄서블함 또한 일품. 조만간 딘 역시 자이언티나 크러쉬, 정기고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지 않을까.

에스나

사건명 에스나 더 싱어 (eSNa The Singer)
용의자 에스나
사건일자 2015.10.22
첫인상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꼭 에스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 같다.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3’에 출연해 라이벌미션까지 진출했으나 가사 실수와 함께 탈락했다. 그러더니 2013년에는 제작자 김도훈 사단에 합류해 작곡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휘성과 거미의 ‘스페셜 러브’, 매드클라운과 효린의 ‘견딜만해’, 그리고 2014년 최고의 히트곡 ‘썸’이 에스나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에스나는 전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추천트랙 ‘미,투데이(Me, today)’ 에스나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물이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소울 음악을 접하게 됐고, 이는 ‘미투데이’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소울 풍의 유려한 멜로디에서 에스나의 보컬은 더욱 돋보이는데, 곡 초반부 피아노 반주 위에서 자유롭게 리듬을 타는 벌스가 특히 매력적이다. 동시에 군데군데 가요적인 멜로디를 심어둬 익숙함을 꾀했고,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웅장암을 더했다. 작곡가로서의 활약도 눈부시지만 싱어로서의 행보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출몰지역 26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디 브릿지’에서 앨범 발매 기념 파티를 개최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