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의 기억을 더듬는 네 개의 단어들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의 기억을 더듬는 네 개의 단어들

감성변태, 매희열, 희르가즘, 유혈사태, 유희왕. 이렇게 많은 애칭이 붙었던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가 있었던가. 유희열이란 진행자를 중심으로 수많은 신조어를 만들어왔던 KBS 이 100회를 맞았다. 과거에도 100회 이상 방영한 음악 전문 프로그램들은 많았지만, 은 MBC , SBS 등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의 잇단 폐지에서 이뤄낸 것이라 의미가 크다. 이 100회에 오기까지 해온 것, 이룬 것, 그리고 우리에게 들려준 것들을 네 개의 단어로 정리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의 기억을 더듬는 네 개의 단어들매희열: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아이유, 윤하, 2NE1의 박봄, 카라 등을 바라보는 유희열의 눈빛을 이르는 말. 유희열이 노래하는 아이유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유 도망쳐”의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일들을 통해 유희열은 대중에게 ‘감성변태’로 불리기 시작했다. 라디오를 통해 보여준 자신의 모습을 지상파 TV에서도 캐릭터로 가져갈 수 있게 된 것. 주옥같은 명곡을 썼던 작곡가이면서 아이돌 가수에 대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유희열은 수많은 삼촌팬과 고모팬들이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유희열도 좋아하는데 뭐”라는 동질감, 또는 면죄부를 선사했고, 동시에 에 감정적인 몰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뮤지션이자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이면서도 뮤지션들을 ‘매의 눈’으로 쳐다보는 남자 MC로서의 재미는 이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첫 번째 요소였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의 기억을 더듬는 네 개의 단어들메이트와 카라 :에서 처음으로 방송에 모습을 보인 인디밴드 메이트. 유희열은 술, 담배를 못한다는 이들에게 유기농 인디밴드란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5회 방송에 출연한 메이트를 시작으로 윈터플레이, 윈디시티, 페퍼톤즈, 옥상달빛, 디어클라우드, 10cm 등 한 주에 한 팀씩 인디밴드가 출연했다. 의 음악적 다양성이 늘어나고, 대중은 유희열을 통해 인디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또한 카라도 5회에 깜짝 등장, ‘Rock You’를 좋아한다던 유희열에게 잊을 수 없는 무대를 마련해줬다. 유희열은 이 날 카라와 눈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수줍어하면서 많은 삼촌팬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인디와 아이돌을 오가며 은 대중성과 새로운 음악의 소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지금 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포미닛, 빅뱅 등과 10cm, 데이 브레이크, 옥상달빛 등 다양한 인디밴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의 기억을 더듬는 네 개의 단어들대 반전쇼: 크리스마스를 맞아 솔로들에게 “안일하게 연애활동을 한 것”에 대한 회개를 요구한 79회 공연. 정재형, 이적, 장기하와 얼굴들, 정엽, 김범수 등이 출연해 뮤지션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동시에 공연에 참여한 솔로들과 대화하듯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관객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솔로라는 키워드를 통해 감성적 허기를 음악으로 채우는 20-30대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한 무대였고, 시청자들에게 작은 연대감까지 느끼게 할 수 있었다. 은 시청자층을 음악적 취향으로 가르는 대신 아이돌 가수와 인디 밴드를 모두 좋아하는 문자 그대로 음악 팬, 특히 20-30대 층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그들이 을 시청하고, 그 무대에 오르는 다양한 뮤지션들을 받아들인다. 장르적 취향 이전에 다양한 취향을 받아들이는 어떤 세대의 정서를 파고들면서 만의 정체성을 찾게 된 셈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의 기억을 더듬는 네 개의 단어들이수근: 74회에 은지원과 함께 출연했던 이수근. 1996년 강변가요제에 참가했던 이수근의 참가곡 ‘동대문 남대문’를 유희열이 편곡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수근은 이 노래의 듣기에 다소 민망한 편곡을 공개하며 이 곡으로 10팀 중 9등, 혹은 10등을 하게 됐다는 말을 해 유희열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개그맨일지라도 진행자와 함께 음악에 대해 말하고, 실컷 웃을 수 있는 토크는 만의 장점이다. 유희열은 어떤 게스트가 출연하든 그가 게스트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하게 만들고, 음악이 주는 감동과 토크의 깨알 같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유희열은 그룹이 출연한 경우 그룹의 이름에 대한 어원부터 물어본다. 이미 자신이 음악적으로 잘 알고 있는 가수라도 팀 이름부터 시작해 그 가수를 시청자에게 천천히 접근하도록 만드는 유희열만의 자세다. 그 자세가 을 100회까지 오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