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신혜선 (1)

[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신혜선

My Name is 신혜선. 은혜 혜(惠)에 착할 선(善)이다. 부모님이 지어주셨다. 이름 덕분인지 주변에서 착하다고 말씀해주신다. 하하.

2013년 KBS2 ‘학교 2013’으로 데뷔했다. 많은 분들이 좋은 평을 해주셨다. 감사할 뿐이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이 모두 분위기가 좋았지만, 특히 ‘학교 2013’은 또래 친구들끼리 노는 느낌이었다. 나이대도 비슷했고. 다들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극 중 이름도 내 실제 이름이었다. 그냥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았다. 아직도 친구들이랑 연락한다. 자주 못 만나지만, 서로 뭐 하는지 정돈 다 알고 있다.

모든 역할이 다 변신이었다. ‘학교2013’을 시작으로, 케이블채널 tvN ‘고교처세왕’ 윤주,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 은희, 지금의 MBC ‘그녀는 예뻤다’ 한설까지. 어느 하나 비슷한 역할이 없었다. 그 중 윤주는 나에게도 큰 변신이었다. 나와는 달리 유혹적이면서도 당찬 캐릭터였으니까. 평소 섹시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스타일 적으로 변신도 재밌었다. 윤주 자체가 참 재밌었다. 성격도 쾌활하고 좋았다. 내면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느낌이었다.

내 성격 역시 때에 따라 달라진다. 역할이 다양했듯, 성격도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 모두 그런 것 같다. 한 사람이 한 가지 성격만 가지고 있지 않더라. 선천적인 성향 안에서 상황이나 무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역할로 계속 변신해서 그런지, 요즘 따라 변화를 많이 느낀다. 난 기본적으로 털털하긴 한데, 여성스러울 땐 여성스럽다. 때로는 보이쉬한 면도 있고. 잘 모르겠다. 털털하다는 게 성격 좋아 보이려 꾸미는 것 같아서 오그라들기도 한다. 분명한 건 난 편한 게 좋다. 하하.

‘오나귀’의 은희 역할이 가장 어려웠다. 은희는 사고로 꿈을 접은 내면적 아픔이 있는 친구다. 은희의 겉모습은 연약하지만 강하다고 생각했다. 아픔이 있다고 해서 마냥 어둡거나 슬프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삶의 희망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유제원 감독님이 “은희가 ‘오나귀’에서 가장 강한 애야”라고 말씀해주셨다. 확 와 닿았다. 부담감도 컸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싶더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힘이 나더라.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내가 언제 이렇게 예쁘고 착한 역할을 맡나 싶었다. 은희가 받아야 되는 칭찬을 내가 받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오나귀’는 친정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전작 tvN ‘고교처세왕’에 이어 유제원 감독님과 두 번째 작품이었다. 스태프들도 이미 다 아는 얼굴들이었다. 마음이 편했다. 원래 첫 현장을 가면 약간의 부담감이 있기 마련인데, 마치 친정에 가는 것처럼 편안했다. 덕분에 배우들과도 빨리 친해졌다. 첫 대본 리딩 때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이게 ‘오나귀’ 속 자연스런 호흡의 비결인 것 같다. 애드리브 같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못할 정도로 내가 봐도 자연스런 장면들이었다. 분위기가 좋고, 대본도 좋으니 노는 것처럼 연기했다. 가끔 리허설 구경하고 있으면 웃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하하. 감독님도 혼자 웃고 계시더라.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서로 속정이 많이 들었다.

신혜선

나는 또 새로운 역할을 찾는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굉장히 많다. 신인이니까. 독특한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다. 답답하고 멍 때리는 역할도 좋고, 사이코패스같이 섬뜩한 역할도 좋다. 완벽히 평범한 사람도 연기해보고 싶다. 한 가지 꼽을 수 없을 정도로 하고 싶은 게 많은 것 같다.

내 졸린 눈이 마음에 든다. 나는 밋밋하게 생긴 편이다. 눈도 시원한 편이 아니다. 쌍꺼풀이 두꺼워 졸려 보인다. 예쁜 눈은 아닌데, 난 이 눈이 마음에 든다. 화장법에 따라서 다양한 느낌이 나온다. 눈 때문인지 꽤 반전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학교 2013’에서는 털털한 혜선이, ‘고교처세왕’에서는 섹시한 윤주, ‘오나귀’ 은희까지. 은희 역할을 하면서 청순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내가 청순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앞머리를 길러보니, 이미지가 달라졌다. 그전까진 난 되게 보이시한 줄 알았다. 젖살이 빠지면서 여성스런 선이 나오더라.

못생겼다는 말보다 연기 못한다는 말이 더 서럽다. 연기자라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예쁘다는 말보단 연기 잘한다는 말이 듣고 싶다. 연기는 참 어렵다. 잘 표현해낸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어쩔 땐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주변에서 많이 물어본다. 많은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기를 하는 게 긴장되고 떨리지 않냐고. 해보면 그게 문제가 되진 않을 거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베테랑들이다. “쟤, 어떻게 연기하나보자”면서 쳐다보지 않는다. 같이 호흡하며 일할 뿐이다. 연기자에게 가장 큰 고충은 연기를 잘해내는 것이다. 그렇게 힘든 일인데도 연기가 하고 싶다. 연기 할 땐 다른 사람이 들어와 말을 하는 것 같다. 희열감? 같은 게 있다. 다른 인물의 삶을 산다는 자체가 재밌는 거 같다.

내 자신에게 위축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스스로 믿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잘 할 수 있어, 잘 될 거야’라는 믿음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 아직까지 ‘잘 안 되면 어떡하지, 못하면 어떡해’라는 걱정이 많다. 사실 고민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도 싫다. 다른 일이었으면 대충했겠지만 연기는 그렇지 못하는 것 같다. 미래가 걸린 일이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고민을 피할 순 없는 것 같다. 어서 시간이 흘러 이 불안감과 고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럼 좀 더 연기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