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우, 표정이 어쩜 그래요?(인터뷰)

[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배성우(1)

고백하자면, 배성우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호감은 아니었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년)로 그를 처음 만난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싶은데, 극중 형수를 성폭행하는 인간말종 철종을 두 눈 희번덕거리며 연기하는 그를 본 후, 정말이지 ‘행여 꿈에 나올까 무서우니 잊자’ 되뇌던 기억이 있다. 몇 개월 후, 연극 ‘트루웨스트’(2011년)를 보러갔다가 관객의 심장을 쉴 새 없이 가격해대는 ‘리’역의 배우 연기에 감명 받아 공연이 끝나자마자 프로필 탐색에 돌입했다. 그리고 필모그래피에 적혀 있는 바로 그것.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철종을 발견하고는 적지 않은 충격을 빠졌다. “동일 인물이었어?”

이후 배성우는 매번 그렇게 다른 느낌으로 나타나 자신이 머무는 공간의 공기를 장악하곤 했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 안면근육을 쥐어짜는 것 같지도 아닌데, 미세한 표정 하나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분위기와 뉘앙스를 풍기니 말이다. 때론 유머러스하게(‘베테랑’), 때론 애잔하게(‘뷰티 인사이드’), 때론 서늘하게(‘오피스’) 표정 하나로도 캐릭터를 다채로운 질감으로 빚어내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배성우 씨, 표정이 어쩜 그래요?”

Q. 영화에서 당신을 볼 때마다 놀란다. 매번 느낌이 너무 달라서. 진짜 배성우의 얼굴은 뭘까 싶기도 하다.
배성우: 하하.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때는 되게 조용한데, 흥이 오르면 또 진상부리고 그런다.(웃음)

Q. ‘오피스’에서는 표정하나로 상황 전체를 컨트롤 하더라. 얼굴만으로 호러와 슬픔과 애잔한 느낌을 모두 표현하다니.
배성우: 연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병국(배성우) 캐릭터가 등장하는 타이밍이나 장소, 시점 등이 긴장을 고조시킬 만한 상황들이었고. 감독님-제작사 대표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시긴 했다. “성우 씨는 선해 보이기도 하고 악해 보이기도 하고, 여러 느낌이 공존하는 얼굴”이라고.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한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좋게 작용한 것 같다.

Q. 배우에게 장점 같은데 어떤 면에서 단점이라는 건가.
배성우: 뚜렷한 느낌이 없는 게 아닌가 싶어서.(웃음)

Q. 거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배성우: 대부분의 남자들은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가 잘 생겼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하하. 그런데 요즘은 ‘왜 이렇게 살찌고 부었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꾸준히 쪄 오기도 했고. 이젠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그냥 두면 피하지방이 달라붙을 나이가 됐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이거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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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장 지방?(웃음) 술 마실 일도 많지 않나.
배성우: 하하하. 영화를 하면서 많이 마시게 됐다. 연극할 때보다 오히려 더 마신다. 영화는 함께 이야기 하며 만들어가는 구조다. 공동 작업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감독-스태프-배우들과의 술자리가 많다. 또 술을 마시다보면 기분이 좋아서 더 마시게 되고, 많이 마시다보면 더 땡기고, 뭐 그런… 아시죠?(웃음)

Q. 개인적으로 당신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건 연극 ‘트루웨스트’를 보고 난 후다.
배성우: 아, 누구와 (짝을 이뤄)할 때 봤나?

Q. 조정석.
배성우: 오호~! 원래 나는 (홍)경인이와 페어였다. 정석인 (오)만석이랑 페어였고. 그러다보니 둘이 만나 연습 할 일이 없었다. 기자 간담회 때, 얼굴 한 번 봤니? 공연이 올라가고 정석이 팀 공연을 봤는데, ‘우와 저 새끼가 저렇게 잘 했나?’ 놀랐다. 그렇게 보름 동안 공연을 하고 20일 정도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정석이와 페어를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호흡 한 번도 안 맞춰봤는데 당장?” 할 수 없단다. 스케줄 문제로 섞어야 한단다. 당일 날 가서 동선 한 번 맞춰보고 애드립 성으로 바로 무대에 올라갔는데, 죽이 너무 잘 맞았다. 정석이가 정말 여우같이 잘하더라고. 경인이와도 좋았는데, 정석인 또 정석이만의 매력이 있었다. 그 이후 오히려 경인이보다 정석이와 무대에 더 많이 서게 됐다.

Q. 2012년 조정석 배우가 ‘건축학개론’ 납득이로 굉장히 큰 인기를 얻었다. 촬영 전에 “다 죽여 버려!” 응원했다고 들었다.(웃음)
배성우: 하하하. 촬영 전에 연락이 왔더라. “형, 나 연애코치 해 주는 역할인데 잘 할 수 있을까?” “에이~ 무슨 고민이야!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돼. 다 죽여 버려!”했다. 그런데 너무 죽여 버려 가지고.(일동 웃음) ‘건축학개론’이 ‘납득이개론’이 됐더라. 굉장히 즐겁게 본 영화다.

Q.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에서 만났을 땐 서로 든든했겠다.
배성우: 너무 좋았다. ‘쿵짝’이 워낙 잘 맞는다. 서로가 서로의 느낌을 아니까. 곧 개봉하는 ‘특종: 량첸살인기’도 함께 했다.

Q. ‘오피스’를 보면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이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에 당신이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배성우: 비슷한 느낌이 분명 있는 작품들이다. 내 경우엔, 두 작품 모두에서 피해자 겸 가해자다. 그 순서가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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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복남…’에서 연기한 철종은 형수를 성폭행하는 인간말종이었다. 영화가 개봉한 후 대중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고.(웃음)
배성우: 많이 먹었지. ‘김복남…’이 개봉하고 얼마간 캐스팅이 잘 안 됐다. 당시 매니저였던 친구가 방송국에 내 프로필을 들고 가면 다들 그랬다. “좋긴 한데 너무 세고 비호감이라…” 하하하. 그런데 ‘김복남…’보다 더 심하게 욕먹은 작품이 있다. ‘집으로 가는 길’(2013)의 추과장.

Q. 아, 굉장히 짜증났던 캐릭터…(웃음)
배성우: 하하하. 괜찮다. 자주 들었다. ‘김복남…’에서의 철종이 끔찍하고 뭔가 가까이 하기 싫은 더러운 캐릭터라면 ‘집으로 가는 길’의 추과장은 한대 패 주고 싶은 인물이다. 극장 상영 중에 관객석에서 “씨발~”이 나왔다.(일동 웃음) 어떤 아저씨가 추과장을 보다 “에이~씨발!” 했다더라. 기분 좋았다. 얄미운 역할인데, 진짜 미움을 받았으니까.

Q. 사랑스러운 캐릭터도 많이 했다. ‘모비딕’(2011)에서 연기한 도박 중개인 맹사장은 극에 활력을 넣어주는 캐릭터였다.
배성우: ‘모비딕’을 기점으로 감초 역할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인공 조력자 역할도 많이 들어왔고.

Q. ‘트루웨스트’도 그렇고 ‘모비딕’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봐도 그렇고. 등장할 때 마다 빵빵 터뜨리는 뭔가가 당신에겐 있다. 엇박자의 호흡이랄까. 웃음이든 뭐든 포인트를 잡는 타이밍이 상당하다.
배성우: 연극할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게 그 부분이다. 배우들끼리는 호흡이라고 얘기하는데,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 이런 것도 있지만, ‘한 호흡 쉬고 대사 치는 건’ 타이밍이다. 그걸 굉장히 신경 쓴다. 연극에서 관객들이 가장 임팩트 있게 받아들이는 요소는 대사와 동선이다. 흔히 ‘연극에도 클로즈업이 있다’고 하는데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없지는 않다. 하지만 대사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배우의 표정은 앞에 앉은 사람 빼고는 잘 안 보인다. 연극이라는 게 표정을 보려고 만든 메커니즘은 아니라는 거지. 표정이 ‘빵 퍼센트야’는 아닌데 더 확실하게 부각되는 요소들이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대사, 즉 승부처는 호흡인 거다. 대사의 간극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Q. 말맛 살리는 게 특히 재미있었던 작품은 뭔가.
배성우: 패트릭 마버가 쓴 연극 ‘클로저’다. ‘클로저’는 원본 대본, 직역한 대본, 번안한 대본, 공연버전 대본 모두 봤는데, 원본 대본이 진짜 최고다. 너~무 좋다! “예스!” “노!” 이것만 가지고도 정서를 쌓았다가 내렸다가 하는데, 계산이 너무 잘 돼 있다. ‘클로저’ 원본에는 또 호흡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대사 다음에 괄호 치고 ‘비트’라고 적혀 있다. 처음엔 “이게 뭐야?” 했는데, 알고 보니 호흡을 쉬라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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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반적으로 ‘포즈’라고 하지 않나?
배성우: ‘포즈’도 있다. 그러니까 어떤 건 괄호 치고 ‘비트’. 어떤 건 괄호 치고 ‘포즈’, 어떤 건 괄호 치고 ‘사일런스’라 돼 있다. ‘비트’는 아주 짧게, ‘포즈’는 좀 길게, ‘사일런스’는 오래 쉬라는 의미다. 그런 호흡의 길이가 굉장히 상세히 기록돼 있다.

Q. 배우 입장에서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자신의 리듬에 맞게 호흡을 조율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나.
배성우: 맞다. 실제로 “왜 내 호흡을 작가가 마음대로 해?”라고 하는 배우도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이걸 굳이 왜 썼을까’라는 생각. 필요 없는데 썼을 것 같지는 않았다. 작가가 쓴 이유를 분석해 보니까 왜 쉬는지 알겠더라. 실제로 대본에 맞춰서 하면 정서가 굉장히 근사하게 나온다.

Q. 사실, 우리가 평가하는 건 결과론적인 거다. 생각해보면 당신이 극적인 캐릭터를 만난 게 아니라, 캐릭터가 당신을 만나 극적으로 변한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배성우: 같이 만들어 간 거다. 영화는 연출이 같이 가주지 않으면 안 나오는 것 같다.

Q. 그렇게 대답할 것 같아서 다시 질문하자면, 왜 ‘배역을 따 먹는다’고 하지 않나. ‘모비딕’ 맹사장도 시나리오 상에서는 전형적인 캐릭터였던 걸로 안다. 그런데 당신을 만나 뻔한 캐릭터가 아닌 개성 있는 인물로 재탄생한 거지.
배성우: ‘모비딕’ 제작사 팔레스픽처스 대표님이 연극 ‘트루웨스트’를 보러 왔었다. 촬영과 편집이 끝나고 개봉을 앞둔 시기였다. 연극이 끝나고 오시더니 “‘모비딕’ 잘 나왔어요” 하더라. 그래서 “아, 잘 나왔어요?” “영화는 모르겠고, 성우 씨는 잘 나왔어요. 편집을 거의 안 했어요.” “그 말은 진짜 칭찬이네요.” 했다. 잘 나왔다는 건 그냥 하는 말일 수 있는데, 편집을 안 했다는 건 진짜 나쁘지 않았다는 의미니까. 하하.

Q. ‘모비딕’에서 호흡을 맞춘 황정민 배우와 ‘베테랑’에서 다시 만났다.
배성우: 정민 형과는 학전 선후배다. 같이 공연 한 적은 없다. 그런데 학전끼리는 뭔가 반가운 게 있다. ‘모비딕’ 때 내가 워낙 알려지지 않은 상태니까 감독님이 캐스팅을 주저했나보더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맹사장은 시나리오 상에서 아저씨에다가, 뚱뚱한 이미지였거든. 그런데 나는 정민이 형보다 어리고 뚱뚱한 것도 아니었으니 고민이 됐을 게 당연하다. 그때 ‘김복남…’을 본 정민 형이 감독님에게 “쟤 괜찮아! 고민하지 마.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해 줬다고 들었다. 고마운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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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복남…’도 그렇고 ‘오피스’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코너에 몰린 사람들 이야기다. 당신도 연기를 하면서 코너에 몰린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배성우: 있지. 10년 넘게 연극을 꾸준히 했다. 그러다가 ‘모비딕’이 끝났을 무렵 영화 쪽으로 입지를 굳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극을 조금씩 덜어내기 시작했다. 두 쪽 모두 신경 쓰는 게 힘들기도 했고, 영화를 하다보면 연극 연습을 잘 못 나가게 될 텐데 그러면 다른 배우들에게 민폐고 하니까. 그때 마침 영화도 소강상태가 왔다. 작품이 갑자기 똑 끊긴 거다. 1년 동안 작품이 거의 없었는데 그때 너무 힘들었다. 돈도 연극할 때보다 더 못 벌었고, 돈도 돈이지만 함께 사는 엄마와 동생(배성재 아나운서)을 볼 낯이 없었다. ‘벼랑 끝에 왔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Q.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배성우: 그럴 때 어떤 배우는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기도 하는데, 나는 연기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났다. 기껏해야 입시레슨 정도? 그런데 그것도 내가 생각하는 걸 함께 이야기 나누는 정도지, 이게 과연 그 학생 입시에 도움이 될까하는 회의감이 있었다. 그래서 ‘에이, 연극을 다시 열심히 하자’ 해서 연극을 닥치는 대로 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영화가 몰려왔다.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던 해의 바로 다음 해가 가장 바빴던 것 같다. 연극-드라마-연극 안 가리고 다 했거든.

Q. 그때 행복했나.
배성우: 행복했다. 단순히 돈을 벌려고 했다면 ‘아이 피곤해’ 했을 거다. 그런데 내게 연극은 말 그대로 ‘플레이’거든. 노는 거. 항상 플레이를 한다는 생각으로 한다.

Q. 언제 배우로 살게 될 거란 예감을 했나.
배성우: 그냥 얼떨결에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우리 때는 대부분이 의사, 변호사, 판사 이런 걸 대답했다. 획일화 된 교육의 폐해지(웃음) 다들 그러니까 재미가 너무 없더라고. 그래서 ‘무슨 직업을 이야기해야 재미있다고 할까’ 생각하다가 “전 영화배우가 될 거예요” 그랬다. 그때 다들 웃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정말 그쪽 방향으로 운명이 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거, 괜찮은데?’ 싶었던 거지. 마침 교회에서 연극을 하면서 연기에 흥미도 있었다. 그런데 또 용기는 없어서 예고를 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고3 원서 쓸 때 뜬금없이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했다. 내가 이과였거든?(웃음) 담임이 “너, 도대체 왜 그러냐?” 하더라. “어차피 대학 못 갈 같은데, 연극영화과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했다.

Q. 그래서 예감대로 합격은 했나.
배성우: 아니. 6수를 하고 대학에 들어갔다. 내가 서울예대 97학번이다. 나이로는 91학번이어야 하는데, 97년도에 들어간 거다. 그때 동기 중에 (김)희원이 형과 친했다. 형은 더 늦게 들어왔다. 잉여 인간이었던 거지.(일동 웃음) 사실 형은 19살부터 대학로에서 연극을 해서 당시 굉장히 잘 나가는 배우였다. 그때 동기로는 박건형, 마야. 송창의, 이천희…아,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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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창시절에도 연기적으로 남달랐나.
배성우: 전혀. 그때 또 친했던 게 (박)혁권 형이다. 혁권이 형은 선배였는데, 형이 군대를 다녀오면서 우리와 어울리게 됐다. 그런데 둘이 연기를 진짜 못했다. 서로 놀렸다. “우리 연기 진짜 못해” 이러면서.(웃음) 그러다가 졸업하고 대학로에 와서 연극을 했는데, 아직도 기억난다. 어느 순간 서로가 서로의 연극을 보면서 “우와~! 우와~! 우와! 우리 연기 늘었어!” 하면서 기뻐하고 있더라.(일동 웃음) 연기를 끝내주게 잘한 건 아닌데, 정말 늘었더라고.

Q. 연기는 진화하는 거라고 생각하나?
배성우: 아니.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웬만큼 하다가 조금씩 정리되면서 깊어지는 거지, 연기가 팍 느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는 조금 별난 케이스였던 거고. 그건 아마도 우리의 색을 어느 정도 찾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마다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있지 않나. 결국 나의 색이 무엇인지 찾아서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Q. 지난해에 ‘몬스터’를 시작으로 일곱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올해에도 ‘베테랑’ ‘뷰티인사이드’ ‘오피스’ 등 많은 수의 작품을 소화하고 있고. 예견하건대 갈수록 작품 수는 적어지고, 대신 캐릭터가 커지지 않을까 싶다.
배성우: 그랬으며 좋겠다. 나 역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다.(웃음) 그러기 위해 조금 더 중심을 잘 잡고 나만의 색이 확고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지금껏 많은 색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은 하나의 색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어떻게 보면 배우는 개개인이 메소드니까. 그리고 배역이 커지면 출연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작년보다는 올해가 조금 더 그렇게 돼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다보면 나만의 색이 조금 더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