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리, ‘본드걸’이 되다 (인터뷰)

[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스테파니 리

프레쉬(신선)하다. 스테파니 리를 만나자마자 느낀 감정이었다. 스테파티 리가 목소리를 알린 활기차고 당찬 “뉴트XX나” 광고처럼, 연신 밝은 에너지로 인터뷰에 임했다. 스테파니 리는 SBS ‘용팔이’에선 섹시한 스파이 신씨아로 변신했다. 드라마 데뷔작 종합편성채널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서는 나무늘보 같은 여고생 성윤 역을 맡았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어리버리한 모습은 성숙한 신씨아와는 전혀 딴 판이었다. 최정상급 모델이었던 스테파니 리가 연기자로 변신을 꾀한 건 오래 되지 않은 일이었다. 스테파니 리는 고작 두 작품을 한 신인 연기자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판이한 성격의 두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일찍이 스테파니 리의 매력을 알아챈 ‘선암여고 탐정단’ 감독 여운혁 PD는 그에게 ‘본드걸’이 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스테파니 리의 서구적인 이미지와 동양적인 마스크, 늘씬한 체형은 ‘본드걸’에 딱 어울렸다. 예언이 적중한 것일까. 스테파니 리는 신씨아라는 한국형 ‘본드걸’로 변신했다. 실제로 만난 그는 신씨아도, 성윤이도 아니었다. 발랄하고 통통튀는 그는 또 새로운 인물이었다. 스테파니 리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캐릭터를 완전히 흡수했다. 이는 스테파니 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스테파니 리의 다음 변신이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Q. ‘무서운 신예’라고 불려요. ‘용팔이’로 굉장히 인지도가 올라갔어요. 두 번째 작품을 인기리에 마친 기분은 어때요?
스테파니 리 :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굉장히 기쁘면서 감사해요. 신씨아가 워낙 매력적이었잖아요.(웃음) 저도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어요.

Q. 신조어 ‘걸 크러쉬(여자 연예인을 좋아하거나 여자에 반하는 것)’라는 단어를 알고있어요?
스테파니 리 : 그럼요! 저도 이번에 김태희, 채정안 선배님들에게 ‘걸 크러쉬’ 당해서 잘 알고 있어요. 채정안 선배님이 요가 하는 신이 있었어요. 제가 옆에 있었는데, 진짜 예쁘신 거예요.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했어야 하는데, 눈이 자꾸 초롱초롱 해져서. ‘걸 크러쉬’를 숨기느라 힘들었어요.(웃음)

Q. 스테파니 리에게 ‘걸 크러쉬’ 당한 여성 시청자들이 많아요.
스테파니 리 : 보이(Boy)도 크러쉬 당해야하는데. 하하. 사실 여자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진짜 기분 좋아요. 같은 여자가 인정해준다는 게 더 어려운 일이잖아요. 감사하죠.

Q. 전작 ‘선암여고 탐정단’과는 판이하게 다른 캐릭터였어요. 본인에게도 굉장히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 같은데.
스테파니 리 : 둘 다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성윤이는 여성이라기 보단 학생이잖아요. 끼도 없고, 바보 같으면서도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순수한 아이. 반면에 신씨아는 멋있는 여성이에요. 저한텐 언니 같았어요.

Q. 성윤이 때는 마냥 고등학생 소녀로만 보였는데, ‘용팔이’에선 농염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표현하기 힘든 섹시함이었을 텐데.
스테파니 리 : 신씨아를 연기하기 위해서 캐릭터의 배경, 과거를 많이 상상했어요. 비슷한 여성들이 주변에 있을까 둘러보기도 했고요. 사실 고모가 신씨아랑 조금 비슷한 점이 많아요. 당당한 비즈니스 우먼이랄까? 고모의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했죠. 외국 영화도 많이 봤어요. 영화 ‘미션 임파서블3’의 매기 큐나 ‘원티드’의 안젤리나 졸리 같은. 보는 족족 피디님께 말씀드리면서 거듭 상의했죠.

Q. 개인적으로 신씨아의 매력포인트는 목소리라고 생각했어요. 목소리가 신씨아를 완성시킨 느낌이랄까. 일부러 낮고 차분한 목소리를 내려 노력한 건가요?
스타파니 리 : 지금 제 목소리랑 신씨아 목소리는 매우 달라요. 신씨아는 굉장히 도시적인 여성이잖아요. 찔러도 피 안나올 것 같은. 차분한 톤이 어울리는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목소리 톤을 낮추려고 노력한 것뿐만 아니라 말 끝맺음, 발성 등 여러 가지 차이를 뒀어요. 차가운 신씨아지만 그 안에 따뜻함은 있어요. 태현(주원)을 향한 마음이요.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말투를 바꿨어요. 목소리 톤은 그대로 유지하되, 톡톡 쏘는 어투를 자제했어요.

Q. 그 전까진 스테파니 리라는 배우에 대해 의문이 있었어요. 연기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할까. 인터뷰 준비하며 전작을 다시 보니, 지금과 연기에 있어서 완벽한 차이를 두더라고요. 부던한 노력이 느껴졌어요.
스테파니 리 : 성윤이와는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니까, 다르게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사실 ‘용팔이’ 3화 첫 등장에선 굉장히 어색한 모습이었어요. 부담스런 장면들도 많았고요. 이게 좀 의도된 부분이었거든요. 어눌함과 부담스런 모습으로 교포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누구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당황하잖아요. 신씨아라는 새로운 인물로 태현에게도, 시청자분들께도, ‘얘는 뭐지?’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싶었어요.

Q. 맞아요. 가끔 어눌한 발음이 들릴 때도 있었어요. 한국어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나 싶었는데, 설정이었나봐요.
스테파니 리 : 신씨아는 더 오버해서 혀를 굴렸어요. “데드 오얼 라이브” 이렇게. (웃음) 영어랑 한국어랑 쓰는 발성자체가 달라요. 혀의 움직임도 다르고요. 힘든 점도 있었어요. 신씨아는 한국어랑 영어를 섞어서 말했잖아요. 그게 참 헷갈렸어요. 한국어 발음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스테파니 리

Q. 스테파니 리에게 ‘선암여고 탐정단’의 한국 고등학교 문화가 꽤 생소했을 것 같아요. 
스테파니 리 : 워낙 하고 싶은 역할이었어요.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미국에 있을 때 한국에서 여고를 다니는 친구들이 동영상을 보내준 적이 있어요. 진짜 재밌게 놀더라고요. 아이돌 춤노래도 따라하면서. 굉장히 부러웠어요. ‘선암여고 탐정단’에서는 배우들이 모두 연령이 비슷했어요. 그래서 실제 고등학생들처럼 재밌게 촬영했어요. 같이 출연한 걸스데이 혜리한테 춤도 배웠어요.(웃음)

Q. 아직도 어려운 한국 문화가 있나요?
스테파니 리 : 벌써 한국 온지 5년이라서, 어려운 건 전혀 없어요. 하하.

Q. 반면 ‘용팔이’에서 신씨아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설정이었잖아요. 대사나 제스쳐 등이 익숙해서 더 편하게 연기했을 거 같은데.
스테파니 리 : 음, 신인이기 때문에 편한 건 없었어요. 다 어려웠어요. (웃음) 그래도 교포 설정 때문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순 있었어요. 신씨아는 태현과 이 과장(정웅인)을 들었다 놨다 하는 ‘쎈’ 캐릭터잖아요. 처음에 감독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연륜이 느껴져야 하는데, 실제 나이는 어리니까. 엄청 노력했어요. 점점 나를 신씨아에게 맞춰갔어요.

Q.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
스테파니 리 : 촬영하기 전부터 신씨아 옷, 머리, 메이크업을 하고 다녔어요. 대본 리딩 때도 무조건 ‘신씨아 룩’을 풀 착장 하고 갔어요. 남들에게 신씨아로 비춰진 만큼, 연기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한 번은 대기시간에 화장을 지우고 맨 얼굴로 돌아다녔는데 하필 주원 선배님을 만난거에요. 저는 맨 얼굴이라는 걸 까먹고 있었거든요. 선배님이 제 얼굴보고 놀라시면서 “어? ‘뉴트XX나’하고 왔구나”라고 하시더라고요. ‘무슨 소리지?’했는데, 대기실에 돌아와서 거울을 보고 “옴마야!”라면서 소리질렀어요. 하하.

Q. 또래친구들과 연기한 전작과는 달리 ‘용팔이’에선 많은 선배배우들을 만났어요. 선배들과 같이 호흡해보니 어땠어요?
스테파니 리 : ‘용팔이’에선 제가 막내였어요. 소현이(박혜수) 빼고는. ‘선암여고 탐정단’ 때랑은 분위기가 완전 달랐어요. 선배님들이랑 함께하는 만큼 긴장도 많이 했는데 진짜 많이 배웠어요. 친구들이랑 했을 땐 연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정도였지만, ‘용팔이’에선 선생님께 배우는 느낌? 또, 어른들이랑 같이 있으면 집중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특별한 조언이 있었나요?
스테파니 리 : 음, 많은 분들이 조언해주셨어요. 가장 많이 만났던 주원 선배님은 긴장 풀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농담도 건네시고, 장난도 치시면서 분위기 자체를 편하게 만들어 주셨어요. 리허설 때는 직접 신씨아 연기까지 해주시면서 어떻게 눈빛을 처리해야하는지 알려주셨어요. 정웅인 선배님도 ‘여기선 이렇게 해 보는 게 어때?’라며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많은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았죠.

Q. 액션이 화제였잖아요. 지적이고 섹시한 모습에서 스파이로. 화끈한 변신이었어요. 연기하면서도 즐거웠지 않았나요?
스테파니 리 : 즐겁기보다는 긴장을 많이 했어요. 드라마 촬영장이 워낙 급박하잖아요. 당시에 저한테 주어진 기회는 원 테이크 밖에 없었어요. 선배님들도 계셨고, 한 번에 기회였기 때문에 부담감이 엄청 컸어요. 그래도 열심히 싸웠습니다. (웃음)

Q. 섹시한 모습으로 액션도 펼치고, 다채로운 모습 보여줬네요. 지난 텐아시아와 인터뷰 때 ‘선암여고 탐정단’ 여운혁 감독님이 ‘본드걸’하라고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참고 : 텐아시아 인터뷰 My Name, ‘선암여고 탐정단’ 스테파니 리 (1)) 지금와서 보니 그 예언이 적중한 셈이네요.
스테파니 리 : 맞아요! 여운혁 감독님 감사합니다. 하하.

Q. 신씨아 역은 앞서 말한 ‘걸 크러쉬’를 일으킬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신인으로서 그런 캐릭터를 만난 느낌은 어땠나요?
스테파니 리 : 굉장한 행운이었죠. 매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난다는 거 자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회 온 거 자체가 천운이었죠. 정말 감사해요. 저도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운만 믿고 있었던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어요.

Q. 자신이 연기한 신씨아에 만족하나요?
스테파니 리 :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사실 아직까지 많이 부족해요. 연기가 참 어려운 일이에요. ‘뚝딱뚝딱’ 만들 수 없는 거잖아요. ‘용팔이’ 때는 잠도 포기하고 매일 여기에만 매진했어요. 생각보다 긴장도 덜 했고요. 최선을 다한 제 자신을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어요.

스테파니 리

Q. 대학입학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연기를 위해서인가요?
스테파니 리 : 미국에서 먼저 검정고시를 봤어요. 모델 활동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미국 검정고시가 한국에서 인정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에 한국 검정고시를 봤어요. 한국 대학을 정말 가고 싶었거든요. 제가 한국에서 연기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연기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에 들어가면 연기를 차근차근히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어요.

Q. 모델로선 정상을 찍었지만 배우로서는 이제 고작 두 작품을 끝낸 신인이에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일텐데, 어때요?
스테파니 리 : 확실히 행동이 달라져요. (웃음) 처음엔 ‘군기’가 바짝 들어있다가도 선배가 되면 편해지기 마련이거든요. 연기를 할 땐 다시 신인이 된거잖아요. 몸 자체가 긴장상태인거에요. 며칠 전에 회사를 갔는데, 모델 후배가 인사를 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90도 인사를 했어요. 후배가 엄청 당황했었죠. 하하.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제 모습이 너무 좋아요. 제 나이가 그럴 나이잖아요. 아직은. 모든 게 재밌어요.

Q. 그동안 굉장히 매력적인 역할을 맡았잖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뭔가요?
스테파니 리 : 하고 싶은 역할은 많아요. 이제 시작했으니까요. (웃음)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나랑 비슷한 역할? 실제 내 성격처럼 발랄하고 풋풋한 여대생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알콩달콩 연애 연기도 할 수 있겠죠? 하하.

Q. 신인 공식 질문이에요. (웃음) 앞으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스테파니 리 : ‘어떤 연기자’보다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연기자’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해요. 아직 연기를 배우고 있는 입장이에요. ‘연기자’로 불리는 날이 온다면 진짜 기쁠 것 같아요. 연기자, 배우… 두 단어는 뭔가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쳐요. 나중에 “직업이 뭐에요?”라고 물어보면 “연기자에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인 것 같아요.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