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V│“음악으로 한 건 해보려는 건 아니다” -2

유세윤 스스로 “음악밖에 모르는 뮤지션의 패러디”라 말하지만 프로 뮤지션 뮤지와 그가 협력해 만들어내는 UV의 싱글들은 온전한 음악 창작물이다. 90년대 미국 랩음악과 R&B를 연상시키는 ‘쿨하지 못해 미안해’나 듀스에 대한 오마주라 해도 좋을 ‘집행유애’ 등은 단순한 흉내가 아닌 충실한 사운드의 재현과 재해석을 통해 복고의 새 유형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새 싱글 ‘이태원 프리덤’ 역시 그렇다. 80년대 유로댄스의 질감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한국형 ‘뽕끼’, 그리고 서울의 지형학을 담은 가사까지, ‘이태원 프리덤’은 과거에의 향수를 현재적 시점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답안과도 같다. 과연 이 창작물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지, 유세윤과 뮤지의 음악적 파트너십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뮤지션’ UV에게 들어보았다.

말한 것처럼 ‘이태원 프리덤’은 곡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 신시사이저부터 기타까지 리듬이 딱딱 맞는다.
뮤지 : 신시사이저도 실제로 80년대 악기다.
유세윤 : 뮤지가 그런 악기를 되게 많이 모은다. 빈티지 악기를 좋아한다.
뮤지 : 보통 편곡 작업을 할 때는 퀀타이즈라고 박자를 맞추는 기계로 박자를 정확히 맞추는 작업이 있는데, UV를 할 때는 그런 과정 없이 백퍼센트 연주로만 간다.

그래서 스타일 뿐 아니라 질감 역시 그 시절 음악에 가깝다. 노래 역시 의도적으로 80년대 보컬 디렉팅을 했다고 하던데.
뮤지 : 우리 둘은 항상 설정을 한다. 형, 어떻게 부를 거야, 너는 어떻게 부를 건데, 하며. 매 곡마다 서로 캐릭터를 부여하는데 이번에는 80년대 느낌이라 담백하게 부르려 했다.

“음악이 마케팅으로 가는 게 싫다”
UV│“음악으로 한 건 해보려는 건 아니다” -2
톤이 마치 과거 의 ‘짝꿍들’을 연상시켰다. 그런 면에서 뮤지는 어떤 음악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더라. 유세윤이 80년대 음악을 좋아하는 건 잘 알려졌는데.
뮤지 : 나나 세윤이 형이나 80년대 음악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둘 다 정말 다양한 음악을 좋아한다.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좋아하니까. 어릴 때는 장르를 구분 짓기도 했는데 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듣고 좋다는 걸 알게 된다. 다만 내가 못하는 건, 발라드. 발라드는 진짜 힘들 거 같다. 형은 뭘 못하지?
유세윤 : 음… 요즘 아이돌 그룹 노래?

사실 곡이 듣기에는 편하지만 구성은 은근히 복잡하다. 보통 가요처럼 1, 2절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변주가 들어간다.
뮤지 : ‘할렘 디자이어’의 뮤직비디오를 이미 ‘쿨하지 못해 미안해’ 전부터 패러디하자고 했었는데 우리 곡에서 좀 더 오리지널리티가 있으면 좋을 거 같았다. 단순한 진행이긴 한데, 멜로디 부분에 변화가 많다. 조금 더 지독하게 따라가면 너무 지나칠 수도 있어서 그 중간을 찾으려고 했다.
유세윤 :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할렘 디자이어’처럼 찍을 수도 있었다. 그랬으면 너무 웃겨서 아무도 못 이겼을 거 같다. (웃음)

앞서 서로의 캐릭터 잡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 곡에서는 듀오로서의 UV 역시 두드러진다. 유세윤의 보컬과 뮤지의 보컬이 톤과 스타일이 확실히 다른데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나.
유세윤 : 우리는 항상 똑같다. 뮤지가 데모 MR(Music Recorded)을 만들기 전에 어떤 진행에 어떤 느낌이면 좋겠다고 회의를 하면, 어느 날 뮤지가 만들어 놓는다. 거기에 멜로디와 가사를 붙여보고 내가 여기 이런 게 들어가면 좋겠다고 하면 뮤지가 작업하는 방식이다.
뮤지 : 보통 우리 집에서 작업이 이뤄지는데 그 전에 가끔 서로 전화나 문자를 한다. 이거 재밌지 않을까? 그렇게 오케이를 하고 코드 진행을 내가 만들면 멜로디와 가사를 동시에 쓴다. 부르면서 가사 만드는 방식을 좋아해서. 가사들은 거의 헛소리에서 나온다.
유세윤 : 아무렇게나 흥얼거리다가 이거 좋은데 하고.

그게 딱딱 들어맞나.
뮤지 : 너무 딱딱 맞는다. 나는 진영이 형이 음악적으로 뭐 하나 바꾸자고 해도 안 바꾸는데 (웃음) 세윤이 형이랑 할 때 처음으로 마음을 연 거다. 형이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게 신경 안 쓰인다. 이런 거 어떨까, 저런 거 어떨까 하면, ‘그래? 그건 무슨 느낌인데?’ 하며 작업하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꽁꽁 싸매고 멋있게 갈고 닦으려고만 하고 여유는 없던 내 모습이 변한 것 같다. 멋있는 것도, 촌스러운 것도 마음먹으면 다 할 수 있는 건데, 그 중간선을 찾게 된 것 같다. 요즘은 작업할 때 30분 이상 안 걸리는 거 같다. 1차적인 논의는 열심히 하지만 이런 모습이라고 데모를 내는 건 30분이면 된다.
유세윤 : 딱 하나다. 서로 직업이 아닌 거다. UV가. 모임 자체가 즐거운 모임이다. 도박과 마찬가지로 따려고 하면 안 주는 게 하늘이다. 되게 신기한 건데, ‘따려 하면 못 따는 구나, 그러면 잃겠다는 마음으로 해야겠다’ 하면 그 역시 따려는 욕심인 거다. 그조차 버린 완전 순수한 마음일 때 하늘이 뭘 준다. 참 우습지. 그게 우리 상태인 거 같다. 얻으려고 하지 않는. 녹음할 때도, 뮤지는 내게서 안 나오는 걸 굳이 끌어내려 하지 않는다. 음악으로 한 건 해보려는 것도 아닌데 억지로 끌어내려 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나.
뮤지 : 이번에도 ‘형, 이거 진영이 형까지 썼는데 안 되면 좀 그렇지 않나?’ 하니까 ‘안 되는 게 더 웃긴데?’ 그러더라. 내가 좀 마음이 따끔따끔할 때마다 형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승부에 집착 안 하려고.

그래도 전과는 다른 부담이 있지 않나. ‘쿨하지 못해 미안해’ 때만 해도 재밌는 해프닝이었는데 그 이후로 싱글을 낼 때마다 관심을 받으니.
유세윤 : 그게 이번에는 회사에서 제작비를 받아서 한 거라. 그냥 우리끼리 하는 거라면 세트를 안 지었겠지. 사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세트는 좀 들어간다. 그런데 그러면 결국 지원한 만큼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음악이 마케팅으로 가는 게 싫으니까.
뮤지 : 형은 자기 때문에 누군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유세윤 : 대가가 있는 걸 너무 싫어한다. ‘이태원 프리덤’에 대해 회사에서 무리한 마케팅을 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회사가 돈 벌어야 하는 건 알겠지만 우리의 느낌을 끝까지 가져가야 예쁜 돈이 발생하지.
뮤지 :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티저를 준비하자고 했다. 회사에서는 여러 사람이 알고 여러 사람이 사서 그걸로 대가를 치루는 게 좋고,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거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놀자고 시작했던 걸 지금 와서 기대해달라고 하는 게 안 맞지.
유세윤 : JYP에 UV가 출몰? 도대체 무슨 일을? 그런 거 너무 싫다. 워워워워. 그런 거 자제하고 알리지도 않고 음원 나오는 날까지 쉬쉬했다.

“아내에게도 풀지 못한 음악적 마음을 풀게 됐다”
UV│“음악으로 한 건 해보려는 건 아니다” -2
그렇게 결과물 자체에 집중하면서 로커의 이미지를 패러디한 닥터피쉬와는 달리 실제로 창작을 하는 뮤지션이 됐다.
뮤지 : 궁합이 좋다. 같은 노래를 나 혼자 불렀으면 좀 무겁게 느껴졌을 거고, 세윤이 형 혼자 불렀으면 코미디로 봤을 텐데, 둘이 만나면서 예쁜 선이 생기는 거 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하자면 코믹한 요소가 음악성의 한 부분이 됐다. ‘신촌은 뭔가 부족해’ 같은 가사는 웃기면서도 핵심을 찌른다.
유세윤 : 그 가사 엄청 고민했다. 그만한 표현이 없는데 신촌에서 싫어할 거 같은 거다. ‘강남 너무 사람 많아, 홍대 사람 많아, 신촌은 뭔가 부족해’ 한 번에 쭉 갔다가 불안해서 다시 녹음 한 게 ‘신촌은 골목이 많아’였다. 실제로 골목이 많더라. (웃음) 그랬다가 이건 우리가 즐기는 일인데 설마 오해하겠느냐 하는 생각으로 그대로 갔다.

이처럼 코미디나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하나로 묶일 수 없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찾은 느낌이다.
유세윤 : 완전 신난다. 방송 시작하고 3, 4년 정도 지나서 너무 답답했다. 시스템에 갇혀서 표현을 시청자에 맞추고 PD에 맞추고 하기 싫은 캐릭터도 연기해야 하고. 그 땐 내가 코미디에 질린 줄 알았다. 지금 보니 시스템에 질린 거더라.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이건 너무 안 맞는다. 그렇게 너무 답답하던 시기에 해소가 된 게 쇼핑몰이었다. 내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니 이 안에서 나는 자유로우니까. 그러다 결혼을 하고, 흐흐흐흐. 잘 놀지도 못하겠고, 부인은 놀라고 하는데 미안해서 놀지는 못하겠고, 또 답답해질 찰나에 멋진 취미를 갖고자 해서 시작한 게 음악이었다. 뮤지한테 음악 배워보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뮤지도 뭔가 해소의 창이 필요했던 것 같다.
뮤지 : 나는 내 즐거움을 찾을 거란 기대보다는, 형이 예전부터 음악 좋아하는 걸 알아서 거기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형 덕분에 나 역시 달라지게 됐다. 전에 음악 활동 하며 남을 레슨해주고 그럴 때가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못 따라하면 이기적인 불만이 생겨서 남 가르치는 건 못 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형한테 무슨 방법을 알려주면 그 이상을 보여줬다.

그 이상이라면?
뮤지 : 음악도 목소리를 이용한 일종의 연기인데, 연기자들이 녹음을 한다고 그게 그대로 응용될지는 또 다른 거다. 그런데 그걸 이미 흡수하고 음악이라는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더라. 몸짓이나 표정이. 나도 신기했지. 예상한 거 이상을 보여주니까. 마이크를 대고 ‘형, 뭐라도 해봐’ 하면 한다. 나도 그건 안 된다. 열 번 하면 여섯 번 정도 되는 건데 형은 열 번 하면 아홉 번은 하니까. 나로서도 작곡과 작사를 교류하는 첫 파트너가 생긴 거다. 완전 마음을 연 건 처음이다. 아내에게도 풀지 못한 음악적 마음인데.
유세윤 : 앨범 나오기 전, 미니홈피에 올린 ‘쿨하지 못해 미안해’ 데모가 있는데 뮤지가 그냥 해보라고 해서 한 방에 날 것 그대로 간 거다. 그 데모가 되게 좋다. 언제 한 번 앨범에 실어볼까 생각 중이다.

뭐랄까, 두 사람이 결혼 생활에서 못 푸는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기도 하다.
유세윤 : 이제는 음악밖에 할 게 없다.
뮤지 : 뭐 할 거 없어? 뭐하지 형? 이러면 음악이나 하자고 한다.

글, 인터뷰. 위근우 기자 eight@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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