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 정작 짝패는 들러리로 만드는 이야기

<짝패>, 정작 짝패는 들러리로 만드는 이야기 18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는 민초들의 소외된 삶과 민중혁명, 그리고 그 격동의 시대를 통과하는 청춘들의 사랑과 고뇌라는 세 가지 이야기의 축으로 짜여 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피폐한 현실 속에서도 들꽃처럼 질기게 피어나는 민초들의 서사다. 주연 못지않게 뚜렷한 캐릭터와 생생한 욕망을 가진 그네들의 삶은 작가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통해 질박한 웃음을 선사하며 갈등의 상승곡선을 그리는 혁명과 청춘성장서사를 아래에서부터 든든하게 받친다. 더 나아가 그 유쾌함 이면에 깊숙이 자리한, 즉 장꼭지(이문식)에게 찾아온 변화처럼 외부의 힘에 의해 삶 전체가 언제든지 뿌리 뽑힐 수 있는 공고한 신분제 사회의 비극적 정조는 이 드라마에 진정한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정작 그 탄탄한 토대 위에 올려진 혁명과 성장의 서사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무엇보다 주인공인 천둥(천정명)의 성장이 더디고, 청춘들의 고뇌가 진부한 출생의 비밀 코드에 묶여있는 탓이 크다. 흔히 선악의 이분법으로 가기 쉬운 신분의 뒤바뀜이라는 클리셰의 한계를 걸출한 두 ‘짝패’ 캐릭터로 돌파해 갔던 극 초반의 신선함은 그들 성장의 유보와 함께 빛을 잃은 지 오래다. 귀동(이상윤)에 이어 어제 드디어 김대감(최종환)까지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것이 아직 각성조차 하지 못한 천둥(천정명)의 극적 변신에 미치게 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 이 모든 것이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공식을 해체하려는 작가의 전략일 수도 있으나, ‘짝패’의 활약과 존재감이 주변 캐릭터들의 그것보다 약하다는 것은 분명 의 큰 약점이다. 과연 ‘아래적(我來賊)’은 영원히 오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고도’와 같은 존재로만 남을 것인가. 어느 덧 드라마는 1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글. 김선영(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