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왜 또 교복이냐고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길래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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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황성운 기자] 또 교복? 분명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박보영이라고 이 점을 몰랐을까. 그럼에도 박보영은 다시 교복을 입고 대중과 만났다.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주란으로. ‘또’라고 할 수 있지만, 교복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곳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속의 박보영이 있었다. 교복이라는 것만 같을 뿐, 박보영의 판단 기준은 교복이 아닌 시나리오였으니까.

한때는 고민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보이는 외모다. 성숙한 매력보다는 소녀 같은 풋풋함이 우선했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는 게 그녀가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성숙한 모습으로 나온다고 해도 관객들이 ‘성숙해졌네’라고 보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경성학교’에서 박보영은 많은 것을 보여줬다. 병약한 모습으로 시작해 ‘슈퍼 파~월’의 모습까지 신체, 감정 등 모든 부분에서 극심한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박보영이 모습이 가득하다. 이 작품에 꽂힐만한 이유는 이렇게 충분했다.

Q. 이제 교복은 그만 입어야 하는 거 아니냐.
박보영 :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웃음) 작품을 만나다보니 그렇게 됐다. 그리고 지금이 딱 그 시기인 것 같다. 교복을 입거나 아니면 멜로를 하거나. 그런데 지금 멜로 할 준비는 안 됐다. 또 사회 초년생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사실상 (작품이) 많지 않다. 그러다가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란 작품이 왔고, 사회 초년생의 모습을 표현한 거다.

Q. 멜로 할 준비가 안 됐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박보영 : 아직 준비가 안 됐다. 경험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결혼한 친언니에게 물어봤는데, 그 사람을 생각할 때 마음이 찌릿한 게 있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좋아한다는 건 뭔지 알겠는데, 제대로 된 사랑은 안 해본 것 같다. 그래서 그 마음을 잘 모르겠다. 경험을 하지 않고선 표현을 못할 것 같다. ‘늑대소년’ 정도의 표현은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Q. 연애를 못 해본 건가, 안 해본 건가.
박보영 : 정말 지금은 생각할 틈도 없다. 이전에 살짝 여유 있었을 때는 ‘나도 연애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지금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드라마를 하니까 대본이 나오면 외워야 하고. 조금 더 여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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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늑대소년’을 통해 소녀에서 숙녀로 간다 싶었는데 다시 어려지고 있다. 자칫 교복, 어린 이미지가 박힐 수도 있을 것 같다.
박보영 : 일단 교복이든 뭐든 시나리오가 재밌으면 하고 싶다. 그러고 나서 봤는데 교복이면 ‘괜찮을까’ 생각하게 된다. 회사에서도 아직까지 괜찮지 않을까 해서. (웃음) 그리고 갑자기 성숙한 모습으로 나온다고 해서 관객들이 ‘성숙해졌네’라고 보진 않을 것 같다.

Q. 한때는 어려보이는 게 고민 아니었나. 또 ‘늑대소년’ 때는 소녀와 숙녀의 경계선에서 어느 정도 실마리를 풀었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 마음이 변한 건가.
박보영 : 생각 안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다보면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좁아지고, 제한되는 것 같다. 작품 선택이라는 게 1차적으로 시나리오의 재미 여부다. 그렇게 해서 선택했는데 이건 다시 어려지는 것 같아서 ‘안 할래요’라고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또 아무리 성숙한 역할을 해도 ‘안 어울려’라고 한다면 소용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흘러가는 데로 맡기고 싶다. 그리고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는 사회 초년생이고, ‘돌연변이’도 교복이 아니라서 괜찮다. (웃음)

Q. ‘경성학교’ 역시 교복보다는 시나리오에 재미를 느껴 선택했을 텐데, 결과물을 본 소감은 어떤가.
박보영 : 주란의 감정 흐름에 관객들이 잘 따라갔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처음 영화를 보면 내 것만 보인다. 하나 걸러 잘못된 게 보였다. 감정적인 순서가 편집 과정에서 조금씩 변경됐다. 그래서 주란의 감정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뒷부분에서 주란이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런 표현들이 영화적인 요소로 잘 넘어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Q. 극 중 주란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박보영 : 극장을 나설 때 주란과 연덕(박소담)에 대한 마음이 안쓰럽고 먹먹했으면 좋겠다. 그게 시나리오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다. 좀 많이 안타깝고, 먹먹한 캐릭터인 것 같다.

Q. 주란의 감정 변화는 이해됐나.
박보영 : 감정적으로 이해는 된다. 주란은 계모 손에 버려진 건데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 준 친구가 연덕이다. 그리고 약물의 영향도 있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건강도, 자신감도 되찾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없어지는 거니까, 그 분노의 감정은 충분히 이해됐다. 다만 이걸 표현하는 건 조금 걱정됐다. 뭔가를 보여줘야 하니까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Q. 시나리오를 봤을 때 영화 후반부에 대한 나름의 상상을 했을 것 같다. 그것과 실제 영화를 봤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박보영 : 상상하긴 했는데…. 감독님께 계속 물어봤던 것 같다. 연출은 감독님이 하시는 거니까 ‘괜찮아’라고 하면, ‘괜찮겠지’ 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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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언론시사회 때 언급한 촬영 중 한계를 느꼈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박보영 : 감정적인 면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앞부분 감정들이야 기존에 했던 거여서 괜찮았는데, 그 이후로 표현하는 감정은 처음 느껴보는 게 많았다 사람을 들어 올릴 때도 그렇고. 감독님께서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너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거울을 보고 혼자 연습해보기도 하고, 내가 쓰지 못했던 얼굴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이 얼굴이 좋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다. 특히 뒷부분은 어느 정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모니터를 봤을 때 좀 더 표현했으면 좋겠는데, 생각처럼 안 될 때도 있었다. 또 나는 많이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모니터를 보면 그렇지 않고. 그런 데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Q. 배경이 학교다보니 또래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박보영 : 열정이 대단하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예전에 내 모습이기도 했는데. 그리고 (화면에) 조금만 걸려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한다. 그런 것을 보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Q. 엄지원이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연기적으로 선배였을 것 같다.
박보영 : 집에 딸만 셋인데 그중에서 둘째라서 중간 역할이 익숙한 것도 있고, 엄지원 선배님은 너무 선배님이다. 그래서 선배님이 오시면 그동안 정리되지 않았던 게 정리된다. 선배님이 나오면 아주 해피한 날, 안 나오는 날은 조금 신경 쓸게 많은 날이다. (웃음) 그리고 학생 중에서는 대부분 어리거나 동갑인데 엄청 순수하다. 이것저것 많이 물어본다. 그 모습이 정말 귀여운 거다. 교복이나 잠옷 입고 와서 초롱초롱하게 물어보면, 콘티 보여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곤 한다. 연기가 처음인 친구들도 많았고, 그래서 더 챙겨주고 싶더라. 기술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은 충분히 도와줬다.

Q. 그래서 같이 ‘잣’을 까면서. 하하. (언론시사회 당시 이해영 감독이 쉬는 시간마다 박보영이 동료 배우들과 잣을 깠다고 말한 바 있다.)
박보영 : (웃음) 그날 유카(공예지)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신이어서 대부분 운동장에서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랬는데 감독님이 잣나무 열매를 가져오더니 촬영 팀에 ‘이거나 까고 있어’라고 던져주고 가셨다. 그래서 까놓은 잣을 하나 먹었는데 오빠들이 하나를 먹었으면 두 개를 까야 한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까야 할 잣의 양이 너무 많아졌다. 근데 그렇게 잣을 까는 동안 서로 전작들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친해졌다. 그 다음 현장에 갔을 땐 이전과 다른 친근함이 있었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어감이 그래서 그렇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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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박소담과 호흡은 잘 맞았나. 가장 많이 붙어 다녀야 해서 호흡이 중요했을 것 같다.
박보영 : 경험이 많지 않은 친구다보니 주눅 들지 않을까 했는데, 카메라 앞에서 전혀 떨지 않더라. 나는 예전에 너무 떨어서 걱정했는데 기우였던 거다. 또 기술적인 부분은 알려줄 수 있어도 연기는 터치하기 어렵다. 조심스럽다고 해야 하나. 연덕은 소담 씨가 확실히 생각하는 게 있고,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는 거니까.

Q. 기억에 남는 신이 있다면.
박보영 : 엄청 많다. 수중 촬영도 기억 많이 나고. 산속에서 달려가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Q. 맞다. 수중 촬영 힘들었겠다.
박보영 : 진짜 힘들었다. 딱 두 장면인데 이틀 찍었다. 머리가 헝클어지면서도 예뻐야 하고.

Q. 그럼 와이어는 할만 했다.
박보영 : 그것도 너무 어렵다. 그리고 길어야 한다. 날아가면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멋지지 않더라. 한계를 많이 느꼈다. 액션은 확실히 한계가 있구나, 빨리 마음을 접었다. (웃음)

Q. 못 하는 게 너무 많은 것 아니냐. 멜로도, 액션도. (웃음)
박보영 : 좋아는 해봤다. (웃음) 그렇게 기사 나가면 안 되는데. 사랑 연기 안 주면 어떻게 하냐. 곧 할 수 있다.

Q. 그럼 노출은.
박보영 : 노출연기는 생각도 안하고 있다. 잡지 화보할 때 가끔씩 그런 컨셉트를 준다. 과거에는 ‘아이고, 안 되는 구나’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도 어색하다보니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랬는데 최근 했던 건 그나마 조금 괜찮아진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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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7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박보영 : 지금 매우 재밌다. 주위에서 잠도 못 자고, 죽었다고 너무 겁을 주셨다. 현장 호흡 자체가 빨라서 ‘어라’ 하는 게 있는데 촬영 감독님도 ‘늑대소년’ 같이 했던 분이고, 감독님도 정말 좋으시다. 나중에 방송 시작하고 나면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다. 과거 드라마 할 때 무서웠던 기억이 많다. 혼도 많이 나고 두려웠는데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더 재밌게 임하고 있다.

Q. 또 최근에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촬영을 마쳤다. 몇 달간이지만 연예부 기자로 살아본 느낌은.
박보영 : 기자들 정말 대단하다. 그 영화 하면서 내 할 일은 안 하고 기자들을 보게 되더라. 영화 속에서 인터뷰 장면 나오는데 ‘요즘 기자분들 이렇게 안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래서 언론시사회가 가장 무섭다. 아무래도 영화적인 요소가 있고, 극 중에서 수습기자인데 말도 안 되는 일도 많이 친다. 또 ‘충격’ 이런 자극적인 타이틀도 많이 쓴다. 그런 고충들이 있구나 싶었다.

Q. 매번 인터뷰할 때 다작을 이야기했는데, 사실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엔 좀 다작처럼 보인다. 드라마 끝날 때 즈음에 작품 들어가면 딱 맞겠다.
박보영 : 참 좋다. 다작처럼 보이는 게. 드라마를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돼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매번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거라는 기대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다음엔 어떤 새로운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 또 어떤 친구의 삶을 살까 궁금하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