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고│아이돌의 늪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H.O.T가 본격적인 10대 아이돌 그룹 시장을 연 뒤, 한국에서 아이돌은 늘 가요 시장의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아이돌과 현재의 아이돌은 다르다. 아이돌의 데뷔 시기는 더 어려졌고, 그들을 소비하는 팬들은 더 이상 10대만이 아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요 시장이 고사 상태에 이르면서 아이돌 시장은 그래도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충성도 높은 팬들의 시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획사의 아이돌 마케팅과 상품 판매 방식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내의 대표적인 음악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를 중심으로 데뷔 전부터 시작되는 아이돌 마케팅에 대해 살펴봤다.

미니홈피 : 아이돌의 세계에 깊게 빠진 팬들은 인기 아이돌뿐만 아니라 연습생들도 관심을 갖는다. 이것은 프로야구의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팀의 2군 선수들도 관심을 갖는 것과 비슷하다. YG가 ‘여자 빅뱅’이라 소개한 그룹 SISTA의 멤버들은 이미 인터넷 상에서 종종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소속사에서는 멤버들의 미니홈피 및 인터넷상의 사진들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한다. SM이 소속 연예인의 미니홈피를 금지시키는 것은 유명하다. YG의 한 관계자는 “미니홈피에 간섭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회사 내부에서 체크하면서 이미지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말했다.

티저 : 과거의 아이돌 가수들은 모든 것이 데뷔 무대에서 결정됐다. 하지만 길게는 6~7년 동안 트레이닝을 거친 소속사의 재산을 그 무대에만 거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 기획사들은 데뷔 전 티저 영상들을 제작하는 것이 일반화 됐다. 소녀시대는 데뷔 당시 멤버들을 짧게 소개하는 티저 동영상을 발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시선을 모았다. JYP는 원더걸스의 멤버들이 ‘10점 만점에 10점’을 외치는 티저로 2PM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촌스럽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이것만큼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제목을 알리기 쉬운 방법이 없었다”고.

리얼리티 쇼 :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은 데뷔 전후로 리얼리티 쇼를 찍는 것이 일반적이다. 리얼리티 쇼는 아이돌의 음악 이전에 ‘아이돌’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돌 팬덤에 큰 영향을 미친다. 리얼리티 쇼를 통해 멤버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아이돌 팬들에게 어필하는 것. 그룹의 콘셉트에 따라 리얼리티 쇼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2AM과 2PM이 데뷔 전 찍은 M.net <열혈남아>는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도록 그들이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해프닝을 담았고, 빅뱅의 다큐멘터리는 멤버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 과정을 통해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멤버를 구성한 빅뱅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데뷔곡 :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는 최근 아이돌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다.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데뷔곡부터 그들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또는 자신들이 어떤 이미지의 그룹인지 분명히 한다. 샤이니처럼 팬층(누나)을 공략할 수도 있고, 2PM처럼 ‘10점만점에 10점’이라며 남자애들끼리 낄낄거리는 정서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 JYP의 한 관계자는 “일단 데뷔시키고 나서 반응을 보며 팬층을 정하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어떤 팬들을 공략하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생각하고 움직인다”고 말했다.

앨범 : 요즘 아이돌 가수의 앨범을 구입한다는 건 그 가수를 정말 좋아한다는 증명이다. 동방신기의 이번 앨범 < MIROTIC >은 30만장이 팔렸다. 이 수치 자체는 과거에 비하면 적은 것이지만, 아이돌의 열성 팬들은 그들의 앨범이라면 몇 장이든 살 의사가 있다. 동방신기는 < MIROTIC >을 A, B, C 등 여러 버전으로 내놓았고, 빅뱅은 2006년 데뷔 후 한국에서만 싱글 3장, 미니앨범 3장, 정규 앨범 2장을 냈다. YG의 한 관계자는 “음원이 아닌 음반을 사는 건 가수에 대해 더 많은 걸 담고 있는 고급 상품을 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빅뱅의 앨범은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재킷 디자인을 수작업으로 하고, 멤버들의 3D 종이인형을 넣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아이돌의 팬들은 그 많은 앨범을 다 살까?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이미 ‘감상용’ ‘보관용’ ‘증정용’을 나눠 사던 팬들이 있었다.

모바일 : 최근 아이돌 팬들에게는 UFO 문자 서비스가 인기다. 이 서비스를 하는 가수에게 문자를 보내면, 가끔씩 가수가 문자에 답장을 한다. 물론, 답장을 받을 확률은 로또보다는 높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하지만 받아야만 사랑인가, 원없이 주는 것도 사랑이다.

팬클럽 :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런 저런 커뮤니티에 가입할 수 있다. 그만큼 과거처럼 대형 팬클럽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획사에 가입금을 내는 공식 팬클럽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식 팬클럽에 가입할 경우 공식 팬미팅, 영상회 등에 팬클럽 단독, 혹은 우선 관람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 이상 좋은 팬 서비스가 있을까.

관련 상품 : 과거의 아이돌은 사진을 판매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팬의 전체적인 숫자가 줄어든 대신 팬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상품도 고가에 다양화 되고 있다. 세븐의 향수는 일본에서 초회 발매분량이 매진됐다. SM 소속 가수들의 연합 콘서트에는 동방신기의 티셔츠와 목걸이, 무릎 담요에 다이어리를 가져가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의 책상 앞을 모두 SM로고가 새겨진 상품들로 채울 수도 있다.

뮤지컬 : SM은 최근 뮤지컬 <제나두>를 제작했다. 이 작품에는 슈퍼쥬니어의 강인과 김희철이 출연했다. 빅뱅의 승리와 대성 역시 뮤지컬 <소나기>와 <캣츠>에 출연했다. 뮤지컬은 아이돌이 다양한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는 선택이다. 아예 드라마의 비중있는 배역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빅뱅의 탑은 이병헌이 주연인 <아이리스>에 출연할 예정이다. 아이돌 팬덤 내에서 인지도를 쌓을 만큼 쌓은 아이돌은 이를 바탕으로 보다 더 넓은 대중에게 어필하기 시작하는 셈이다. 다른 방식의 접근도 있다. SM은 소속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영화, 뮤지컬까지 직접 제작한다.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역시 아이돌 팬의 높은 구매력을 믿기 때문이다. SM의 오너인 이수만은 “동방신기가 이벤트를 열면 반드시 올 인원이 4만 명 정도 된다”고 말한바 있다. 지금 아이돌 시장은 이 절대적인 충성도의 소비자들을 얼마나 더 만드냐의 경쟁이기도 하다. 어쩌면 앞으로 아이돌의 팬들은 회사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로고가 새겨진 볼펜과 다이어리로 일을 하고, 그들이 디자인에 참여한 옷을 입으며, 그들의 회사가 제작하는 드라마나 뮤지컬을 볼 수도 있다. 그 전까지 열심히 일하자.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