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에서 세계로’ 김성희 교수가 청춘에 전하는 메시지 (인터뷰)

'나는 어제보다 오늘이 좋다' 저자 김성희 교수

‘나는 어제보다 오늘이 좋다’ 저자 김성희 교수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20대에 해야 할 일’, ‘~하려면 ~부터 해라’ 식의 제목이 구미를 당긴다. 그만큼 미래가 어둡고,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청춘의 표상이다. 구직난에 대한 보도는 몇 년째 계속된 단골 뉴스 소재가 됐다. 김성희 교수의 에세이 ‘나는 어제보다 오늘이 좋다’를 처음 접했을 때도 인생의 성공을 거둔 이가 전하는 흔한 이야기로 여겼다. 선입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꿈을 묻지 말라”는 파격적인 말부터 내일을 꿈꾸는 것이 아닌 오늘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까지. 김성희 교수의 경험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라’는 메시지가 아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김성희 교수는 옥스퍼드 대학교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Voice from Oxfrod)’ 대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객원교수, 중국 시안 자오퉁-리버풀대 초빙교수를 지내고 있다. 현재는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지식 공유 프로그램 ‘티톡스(T-Talks)’ 개발에 나섰다.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가 세계적 석학들과 유명 인사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것이라면, ‘티톡스’는 직위, 지위,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다룬다. 7~8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집중력을 높이고, 주제도 다양하게 담아 관심을 끈다. 미국판 TED의 유럽 확장판이라는 평도 있다.

이 모든 것은 50대의 나이에 옥스퍼드에 진학하면서 다시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김성희 교수의 배경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김성희 교수는 옥스퍼드 학생으로서 누렸던 지식의 향유를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하고자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를 탄생시켰다. 이어 자신의 도전과 옥스퍼드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불안한 청춘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티톡스’를 만들어냈다.

어머니 같은 인자한 미소로 자신의 이야기를 흐뭇하게 전하는 김성희 교수를 보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차 한 잔의 낭만과 함께 새로운 위로를 느낄 수 있게 됐다.

Q. 먼저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성희 교수 : 옥스퍼드 학생 시절부터 학생으로서 여러 상황을 즐겼어요. 그 전에도 학생을 위해서 활동했는데 학생이 정말 좋더라고요. 어느 분야든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을 수 있고, 옥스퍼드에는 글로벌 리더나 석학도 정말 많이 있고, 세계적 유명 정치인도 많이 왔어요. 그런데 그게 왜 옥스퍼드 관련한 사람만 누릴 수 있을까요? 참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데니스 노블 교수와 빌 더튼 교수가 저에게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를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Q.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에서 발전한 ‘티톡스’는 차 한 잔 마실 시간, 7~8분이 인상 깊었어요. 특별히 그런 시간을 정한 이유가 있나요?
김성희 교수 : 옥스퍼드가 원래 튜토리얼이 유명해요. 1:1로 하는 것이요.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는 길어요. 7분이라고 생각한 것은 럭키 세븐을 생각한 것도 있고, 중국에서는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니까 7~8분이라고 생각했죠. 하하. 더 짧아도 되요.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닌데 10분은 너무 긴 것 같아요. 모바일에서도 봐도 부담이 없는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가뜩이나 부담 많은 세상에서 부담 갖고 들을 필요가 없어요. 한 시간 강의를 들어도 필수적인 것은 15분 이내에요. 15분 이상이 되면 집중도 안 되고요.

Q. 저는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이란 말에서 낭만을 느꼈어요. 학생이나 직장인이나 수업이나 미팅이 끝나고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을 즐겁게 여기잖아요.
김성희 교수 : 맞아요. 제가 산악반이었는데 등산 갈 때마다 시골에 있는 다방이 지금도 그리워요. 거기서 산을 바라보며 자연을 즐겼죠. ‘티톡스’도 이제 같이 딱 들을 때 먹힐 것 같아요. 오늘도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는데 꽃이 만발했어요. 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있을까. ‘티톡스’는 어느 곳에서나 재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Q. 7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으셨나요?
김성희 교수 :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은 3분이 걸리지 않아요. 몇 십 초만에 그 사람을 알 수 있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요. 때에 따라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요. 굿리스너가 굿 스피커죠. 사람 표정을 보고 하잖아요. 말을 안 하는 것도 중요한 메시지가 있어요.

김성희 교수

김성희 교수

Q.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에서 ‘티톡스’로 발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성희 교수 : 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서 동기부여 스피커를 중요시하고 있는데요. 대학생은 대학생대로, 대학교 1~2학년 학생들까지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고민할 거예요. 그만큼 힘들어요. 대학교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의 미소가 안 나와요. 청년기의 특징이 불안이에요. 그런 과정을 겪었고, 내 자식이 겪었고, 내 손주가 겪을 건데 지금 고민하는 이 순간에 모티베이션도 제공하고, 영감도 주고 싶어요. 그게 원하는 것이에요. 옥스퍼드가 좋은 게 지적인 것을 느낄 수가 있어요. 그런 조건이 주어졌어요. 또,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요. 미국, 독일 각양각색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재미있어요. 글로벌 잉글리쉬 시대인데 , 논네이티브 스피킹 잉글리쉬가 대세에요. 우리가 인터뷰할 때 발음도 틀리고, 의미도 약간 틀리지만, 전체 문맥에서 의미가 전달되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문법과 억양에 중점을 둬요. 옥스퍼드 학생들도 메시지뿐만 아니라 자기가 현재 영어를 잘하는 데 다른 사람의 실수에서 배우기도 해요.

Q. 지위, 나이, 직업 관계없이 여러 사람이 참여한다고 들었어요. 학생까지도요. 주제가 다양할 것 같아요.
김성희 교수 : 저는 학생들한테 주제를 안 줄 것이에요. 경험한 것 중에 7분을 이야기하면 되요. 동기, 지식, 건강 등 일반적인 이슈도 좋아요. 건강은 특히 큰 이슈죠. 외국 사람들은 자기 몸에 대해서 오픈시켜요. 춤추러 가면 휠체어 탄 사람도,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 사람도 와서 즐겨요. 깁스를 몇 십 년 한 사람도 춤춰요.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죠. 처음에는 옥스퍼드를 중심으로 하는데 일반 사람들에게도 오픈시킬 것이에요.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가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펼칠 것입니다.

Q. 유럽판 TED라는 말도 있는데요. 미국 TED와 어떤 차별화를 두나요?
김성희 교수 : 우리는 10% 이내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저 바닥에서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소중한 메시지가 있을 수 있어요. 차별화는 중요하지 않아요. ‘티톡스’를 하면서 젊은 학생들을 참여하게 하고, 그 학생들 하고 모든 것을 나누는 것이죠.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에요. 우린 직원들한테도 무엇을 할지 요구하지 않아요. 그냥 무엇을 했는지 보여달라고 하죠. 그러면 훨씬 더 잘하더라고요. 물론, 처음엔 먼저 다 가르치죠. 하하. TED와 한국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같은 모델이 있으니 마음 놓고 할 수 있어요. 경쟁할 생각은 없어요. 함께 더불어 좋은 것을 나누자는 생각이에요.

Q. 교수님의 주변을 보면 정말 조력자가 많은 것 같은데요. 인복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김성희 교수 : 인턴 한 명을 뽑아도 그 사람의 표정을 봐요. 그 사람의 테크닉 스킬은 발전시킬 수 있지만, 표정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사람을 참 좋아해요.

Q. 싫어하는 사람을 만난 적은 없으신가요? 사람들이 사회생활에서 겪는 대부분 문제가 인간관계잖아요.
김성희 교수 : 한국인라서 무시를 당한 적은 있어요. 초창기에는 우리나라를 알아주지도 않았어요. 88 서울올림픽 이후에 달라졌어요. 그 전에도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중국, 일본, 싱가포르였어요. 지금은 중국, 일본, 한국이죠. 토론할 때도 항상 아시아 이슈를 다룰 때 꼭 한국이 언급되요. 개인적으로는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성을 들여요. 포기하지 않아요. 제가 싫어하는 사람은 자기 일을 컨트롤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내 사람을 만들 수 있어요.

김성희 교수

김성희 교수

Q. ‘티톡스’에 대한 소개 중에 유럽과 아시아의 가치를 다룬다는 말이 있는데 유럽과 아시아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김성희 교수 : 옛날에는 중국 학생이 있으면, 중국만 다루는 것이 아니었어요. 중국 학생이 유럽에 있으면서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극복을 했는지, 앞으로 이것을 극복할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이런 식으로 중국은 내가 시안 자이퉁 리버풀 대학에 초빙교수로 있기 때문에 총장님과 함께 협력하고, 한국에는 서울대 공대와 협력하기로 했어요.

Q. 한국 버전 ‘티톡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김성희 교수 : 서울대와 먼저 시작하고 다른 대학과 공공 기관, 회사, 대형 언론사 등과도 콜라보레이션 할 예정입니다. 학생들과 그들이 관심있는 직장 기관등과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고 싶어요. 학생과 CEO의 만남을 많이 가지려고 해요. 옥스퍼드에서 이런 만남을 많이 해요. 중요한 간부들과 토론의 장을 펼치죠. 학생들이 미생이었을 때 겪은 것을 끝냈어요.

Q. ‘티톡스’를 알리기 위해 SNS 힘도 많이 필요하실 텐데요.
김성희 교수 : 맞아요. 저는 페이스북을 열심히 해요. 책 때문에 열심히 하게 됐는데 페이스북을 보니 세상에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앞으로 ‘티톡스’에서는 멘토링 시스템도 가지려고 해요. 미디어에 노출시켜서 조회수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쓸 때 한 명이라도 내 책을 읽고 감명 깊게 읽는다면 저는 행복해요. 버킷리스트를 길게 해서 처음부터 김 샐 필요는 없어요. 저는 실패는 없다고 봐요. 내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그때그때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게 더 중요해요.

Q. ‘티톡스’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성희 교수 : 소외된 계층들과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돈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그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빛을 느끼고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Q. 소외된 계층과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하셨는데요. 꿈을 이루고 싶어도 돈이나 취업 같은 현실적 장벽에 많이 부딪히는 게 사실입니다.
김성희 교수 : 젊은 소외된 계층을 가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요즘 너무 우울증이 많고, 텅 빈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이 자기 자신을 알 수 있게 정말 더 큰 자극을 받으면 자기가 받은 자극이 희석이 되잖아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굉장히 편안하게 쉬면서, 도서관에서도 창밖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티톡스’를 듣는 모습을 상상해요.

Q. 자기계발서 같은 건가요?
김성희 교수 : ‘티톡스’는 화자의 경험을 통해서 생각하게 하는 것이지 ‘~하세요’라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해요. 생각하게 하는 것을 좋아해요.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으면서 자신을 생각해보는 거죠.

Q. 특강도 많이 하시는데요. 마지막으로 특강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말은 무엇인가요?
김성희 교수 : 강연할 때마다 다른데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조금 늦어도 괜찮아. 조금 돌아가면 어때’입니다. 학생들이 굉장히 힘들 때 계속 떨어질 때 저는 제 책에서 ‘최선의 선택이 베스트는 아니다. 차선의 선택도 여러분의 베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나봐야 안다는 것이죠.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도 있는데 출세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중요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출세가도가 출세가 아니에요. 1년 동안 어떤 경험이든 하고, 어쩔 때는 힘든 경험을 하고, 내가 대학생인데 신발 정리만 하고 있느냐 탓할 시간에 신발을 잘 정리하면 내일은 그 보스가 훨씬 나은 일을 시킬 것입니다. 나한테 주어진 일에 정말 열심히 하면 되요. ‘왜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하고, 고통을 당해야 해’라기 보다 내가 그렇게 고통스럽기 때문에 내가 어려운 지경에 처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 일은 항상 업 앤 다운이 있으니까. 우리가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고, 그 범주를 벗어나 나가야만 공기를 마시고, 햇빛 샤워도 할 수 있어요. 경험을 통해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박수정 기자 soverus@tenasia.co.kr
사진. 김성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