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둘 김예림의 ‘나’를 찾는 여정 (인터뷰)

김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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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김예림에 대한 몇 가지 편견이 있었다. 첫째, 그녀에게는 포크 음악이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는 점. 둘째, 김예림은 수줍음 많고 정적인 인물일 것이라는 점. 그녀에 대한 첫 번째 편견이 깨진 것은 지난 2013년. ‘올 라잇(All right)’을 부르며 춤을 추던 김예림은 기타 반주에 노래하던 모습만큼이나 매혹적이었다. 포크나 일렉트로닉 따위의 장르 구분은 김예림의 ‘인어’ 목소리 앞에서 사실상 무의미했다.

다소 끈질기게 남았던 두 번째 편견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무너졌다. 김예림은 부드러운 말투 속에 파도와 같은 동(動)을 담고 있었다. “아직 진짜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던 신중함은 곧 “뭐든지 해봐야 아는 거니까,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것이다”라는 대범함으로 연결됐다. 말 그대로 정중동의 여인.

지난 4월 27일 공개된 새 앨범 ‘심플 마인드(Simple Mind)’는 김예림의 두 가지 편견을 동시에 깨뜨린다. 댄스와 포크를 넘나듦은 물론, 시크함과 당돌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여기에 미스틱 89의 윤종신과 정석원, 포스티노를 비롯해 프라이머리, 빈지노, 샤이니 종현, 루시드폴 등 가요계 ‘어벤저스’들도 힘을 보탰다. 스물두 살 김예림은 이 앨범을 통해 무엇을 찾고자 했을까.

Q. 오랜만의 컴백이다. 소감이 어떤가?
김예림 : 지난 번 앨범을 발표한지 벌써 1년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이런저런 활동을 해서 딱히 오래 쉬었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앨범 발매는 오랜만이라 기분이 묘하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활동자체가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기도 하고 싱숭생숭하다.

Q. 새 앨범 ‘심플 마인드’를 소개해 달라.
김예림 : 처음부터 심플하게 가자고 구성을 했다. 목소리나 악기 구성에 있어서 화려하기보다 간단하게 구성했다. 외모적인 부분이나 가사의 캐릭터도 심플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Q. 참여 아티스트 라인업이 막강하다. 어떤 인연으로 모였나?
김예림 : 윤종신과 정석원은 회사에서 같이 프로듀싱을 맡아주신 분들이다. 다른 분들은 내 의견을 많이 반영해서 곡을 부탁드렸다. ‘아우(Awoo)’의 프라이머리는 전부터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바람아’의 빈지노, 피제이(PEEJAY)도 내가 먼저 요청을 했고 ‘노 모어(No More)’를 쓴 샤이니 종현이나 ‘종이새’의 루시드 폴은 먼저 곡을 주셨다.

Q. 종현의 디렉팅이 무척 꼼꼼했다고?
김예림 : 그렇다. 굉장히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얘기해줬다. 그만큼 내 목소리를 연구를 많이 해준 게 느껴졌다. 작은 부분까지 내 톤을 많이 생각해준 거 같다. 배울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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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람아’에서는 작사, 작곡에도 참여했다. 과거 ‘레인(Rain)’ 작사 당시 자신의 생각을 많이 담았다고 했는데 ‘바람아’도 본인 경험인가?
김예림 : ‘바람아’는 바람과 나무의 이야기이다. 나무에 여자의 캐릭터를 담은 것인데 가사 콘셉트는 빈지노의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나무(여자)의 마음이나 캐릭터가 나랑 비슷한 것 같다. 같이 이야기하며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녹아나는 것 같다.

Q. 윤종신, 퓨어킴과의 작사 스터디는 지금도 하고 있나?
김예림 : 요즘엔 못하고 있다. 다들 바쁘시다.

Q. 작사에 있어서 윤종신이 조언을 해준 것이 있나?
김예림 : 사실 윤종신이 조언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방치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만드신다.

Q. 작곡에는 처음 도전한 걸로 알고 있다.
김예림 : 워낙 힙합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콜라보레이션 욕심도 많았다. 그래서 피처링 개념보다는 작업물을 함께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던 중에 우연한 기회에 빈지노와 피제이를 알게 됐고 흔쾌히 작업 요청을 수락해줘서 자연스럽게 진행하게 됐다.

Q. 주변에 싱어송라이터들이 많다. 조언을 받은 게 있다면?
김예림 : 조언을 하기보다는 다들 내버려두더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믿고 맡겨줬다.

Q. 악기를 배우면 작곡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김예림 : 배우면 좋다고 하더라. 악기를 안 배워본 건 아닌데 조금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게 됐다. 시간이 되면 더 해보고 싶다. 피아노나 기타 중 하나가 좋을 것 같은데 기타는 손이 너무 아파서 피아노가 좋을 것 같다.

Q. 곡을 받는 것과 직접 쓰는 것의 차이가 있나?
김예림 : 곡을 쓸 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비트에 멜로디를 붙이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 그러다보니 키를 맞출 필요 없이 편한 멜로디와 가사를 붙이게 되서 작업이 좀 더 편했다.

Q. 작곡을 하면서 스스로의 보컬에 대해 새로 발견하게 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김예림 : 곡을 쓰면서 가사나 멜로디를 잘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녹음을 할 때에는 보통 디렉팅을 받으며 한다. 물론 이번에도 보컬에 대해 같이 얘기하며 진행했지만 내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녹음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목소리 연구를 많이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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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고 보니 ‘슈퍼스타K3’ 때와 목소리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김예림 : 목소리를 바꿔야겠다는 의도는 없었는데 여러 곡들을 받고 어울리게끔 부르다 보니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굉장히 재밌는 게 나도 몰랐던 목소리가 곡 작업마다 나오는 것 같다.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Q. 독특한 목소리 때문에 모든 노래를 김예림 화(化)한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김예림 :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악을 하면서, 욕심 같아서는 모든 장르를 다 하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을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야 듣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엔 김예림의 노래를 듣고 싶어’라고 되는 거니까.

Q. 이번 앨범에서는 장르가 많이 바뀌었다. 대중성을 의식한 건가?
김예림 : 대중성을 노린 건 아니다. 프라이머리나 작업한 곡도 그렇고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장르다. 재작년에 나온 ‘허 보이스(Her Voice)’앨범에는 90년대 작곡가들이 많이 참여했고 장르도 포크 음악이 주가 됐다. 이번엔 조금 더 요즘 느낌의 노래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장르를 경험하게 됐다.

Q. 팬들 사이에서는 춤이나 섹시 콘셉트에 대해 이견이 갈리는 것 같다.
김예림 : 춤은 ‘올라잇(All right)’때부터 췄던 건데 이번에 갑작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뭐든지 노래에 맞춘다. 춤을 추기 위해 노래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노래가 통통 튀는 멜로디고 신나는 느낌이 들어서 안무를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내 나이가 어리기도 하고 ‘이것만 해야 돼’라고 고집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싶다. 앞으로 놀랄 일이 더 많을 것이다.

Q. 인터뷰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더라. 특별한 지향점이 있나?
김예림 : 그런 걸 설정해 두지는 않는다. 윤종신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20대의 나이에서 김예림이 이런 걸 했으면 좋겠다’하는 부분은 있지만 최종적으로 ‘이런 가수가 돼야지’라고 정해 두지는 않았다.

Q. 하지만 ‘김예림의 색깔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예림 : 내가 지금 스물 두 살인데, 벌써부터 ‘나는 이거야’라고 말하는 건 자만인 것 같다. 나도 내가 누군지 아직 잘 모르고 남들도 아마 모를 것이다. 그냥 그 상태가 나인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굳이 정의 내리는 건 억지이지 않을까. 뭐든지 해봐야 아는 거니까 여러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가장 솔직하고 진짜 나인걸 찾았을 때, 듣는 사람도 ‘김예림은 이런 멋이지’라고 생각할 것 같다. 지금은 그런 것들을 찾으며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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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백기에 피처링 작업이나 객원 보컬 참여도 많이 했다. 본인의 앨범을 만드는 것과 어떻게 달랐나?
김예림 : 토이에서부터 프라이머리, 박명수까지 여러 사람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 다양한 곳에 발을 담가본 기분이다. 예행연습을 해봤던 것도 같고. 다른 사람들 곡에 내 목소리가 들어가다 보니 그 분들의 느낌에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내 앨범에서는 나 자신이 주체이기 때문에, 내 틀 안에서 보여줬던 게 있다. 그런데 피처링 작업을 할 때에는 그 틀을 벗어나도 된다는 자유가 있어서 재미있게 했다.

Q. 정재일의 팬이라고 들었다. 같이 작업을 해볼 계획은 없나?
김예림 : 아직 뵌 적도 없다. 아쉽다. 뵙고 싶다.

Q. 소속사 식구 조정치가 정재일과 친분이 있는 것 같던데.
김예림 : 친분이 있는 줄 몰랐다. 요즘엔 조정치도 잘 못 본다. 한 번 물어봐야겠다.

Q. 박지윤, 퓨어킴, 장재인 등 미스틱 여가수들 대부분이 월간 윤종신을 거쳐갔다. 김예림의 참여 계획은 없나?
김예림 : 살짝 티 안 나게 참여한 적은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계속 활동을 하다보니까 윤종신이 직접 부탁을 안 하는 것 같다. 월간 윤종신 작업을 하면서 가끔 ‘이런 거 같이 해보면 좋을 텐데’라고 말씀은 하신다. 워낙 일이 많아서 직접 제안을 못하시는 것 같다. 언젠가 하게 되지 않을까.

Q. 혹시 욕심이 났던 곡이 있나?
김예림 : 2013년 월간 윤종신 11월 호 ‘길’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뒷부분에 허밍으로 참여한 곡이다. 원래는 윤종신이 같이 하자고 했었다. 어쩌다 보니 다 하지는 못하고 뒤에만 참여를 했는데 무척 좋아하는 노래다.

Q. 투개월로 활동할 계획도 있나?
김예림 : 당연히 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아직 우리가 어리기도 하고. 아직 대윤이가 공부 중이라 시간이 걸리고 있긴 하지만,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둘 다 음악에 대한 욕심도 있고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언젠가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투개월과 김예림은 장르나 색깔에 있어서 구분해 가는 것인가?
김예림 : 그렇다. 많이 다를 것이다. 도대윤이 가진 성향도 있고 내가 가진 성향도 있어서 같이 하다보면 그 중간의 색깔이 나올 것 같다. 달라야 한다고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둘에게 베스트인 음악이 나올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이나 윤종신과 작업하는 곡들을 하고 있어서 투개월과는 색깔이 많이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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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스틱 오픈런 5월 라인업에는 김예림이 없더라.
김예림 : 활동 중이라 당분간은 오픈런 무대에 설 계획이 없다.

Q. 단독 공연을 해보고 싶지는 않나? 발표한 곡이 많아서 래퍼토리가 나올 것 같다.
김예림 : 작게라도 시작을 해보고 싶다. 공연하는 걸 즐거워하고 나만의 공연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었다. 빨리 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잘 갖춰서 하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 미스틱 레이블 공연 때 2~3곡정도 부르기도 했고 간간히 페스티벌에서도 작게나마 내 공연처럼 해봤다. 되게 재밌더라. 그런 경험들을 많이 쌓아서 나중에 내 공연을 잘 만들고 싶다.

Q. 이번 활동을 하며 특별히 다짐하고 있는 게 있나?
김예림 : 일단 너무 오랜만에 활동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기다려주셨던 분들, 음악을 좋아해주셨던 분들이 있어서 힘이 된다. 계속 그때의 내 모습들을 담은 모습을 내는 게, 나중에 돌아봤을 때 사진 앨범을 보는 것처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에 충실하고 싶다.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다.

Q. 어느덧 데뷔 3년 차다.
김예림 : 그간 한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다. 할수록 느끼는 게 내가 잘할 수 있는걸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런 걸 할 때 가장 즐겁기도 하고.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지만, ‘이런 것들을 더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은 든다. 예를 들어 음악적으로도 좀 더 송라이팅을 발전시켜서 나만의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 경험도 많아지다 보니 ‘이렇게 하면 더 소통할 수 있구나’하는 것도 알게 되고. 라디오나 방송도 하면 할수록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노하우가 생긴다.

Q.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달라지는 게 느껴지나?
김예림 : 그렇다. 예를 들어 예전에 받았던 노래를 시간이 지나서 아무 생각 없이 불렀을 때 작곡가가 ‘지금 더 잘 부르네’라고 한 적이 있었다. 자연스러운 생각이나 경험의 쌓임 덕분인 것 같다. 또래처럼 대학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이 나름대로 쌓이는 것 같다. 물론 노력도 많이 하고 연습도 해야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게 있는 것 같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