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아저씨, 멋져요

김태훈│아저씨, 멋져요
냉정하게 말해 는 원빈의 영화다. 그가 아닌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아저씨는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답고 눈물겹다. 그래서 원빈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동력으로 삼은 영화는 그를 제외한 배우들에게는 무덤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의 조역들을 이제 막 열을 가한 팝콘처럼 하나하나 튀어 오른다. 악랄한 만석(김희원)-종석(김성오) 형제와 킬러 람로완(타나용 웡트라쿨)도 그렇지만 특히 형사 치곤을 연기한 김태훈은 옆집 소녀를 구한다는 낭만적인 동기도, 화려한 특공무술도 구사하지 않음에도 현실에서 마주칠 법한 멋진 아저씨의 모습으로 도드라졌다. “기사를 보고 사람들이 김태훈이 누구야 이러는 거 아닐까요?” 정작 본인은 자신의 선전을 믿을 수 없다는 태도지만 속 치곤은 형사라는 직업인의 끈기와 불도저 같은 남성미가 결합해 원빈의 비현실적인 아우라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굴곡지지 않게 살아온 거, 평범한 게 걱정”
김태훈│아저씨, 멋져요
그러나 치곤에게 눈이 갔던 여성 관객들도 많다고 하자 “에이 거짓말! 정말요?”하고 되묻는 그는 자신을 둘러싼 관심과는 무관해보였다. 그저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니까. “워낙 잘하는 분들이 조연으로 나온다는 건 알았지만, 거기에 눌리지 말아야지 하는 고민은 없었어요. 그냥 제 역할 하기에 바빴어요.” 김태훈은 그랬다. 나문희, 배종옥, 이재룡 등 주눅이 들 만큼 탄탄한 능력치를 쌓아온 배우들이 등장하는 KBS 에서 호철(이재룡)의 오른팔 신식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는 많은 시간을 할애 받지 못한 낯선 얼굴이었다. 그러나 조폭의 껄렁함을 진중함으로, 거리의 비열함을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바꾸어낸 김태훈은 의리 있는 남자로 기억될 수 있었다. 그리고 “배우로서 중요한 기점이 되었던” 영화 에서 그는 강한 인상을 넘어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것은 비단 영화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태훈은 어느 대학 교정에서나 흔히 마주칠 것 같은 평범한 시간강사 상태의 허세와 위선, 순정을 열연이 아닌 원래 있던 것을 그대로 가져온 듯 내보였다.

“사실 굴곡지지 않게 살아온 거, 평범한 게 걱정이에요. 어떤 역할이든 기본적으로 제 안에서 가져와야 하니까 좀 더 다양한 삶, 피폐한 삶을 살아봐야 하나 고민도 되구요.” 그가 약점으로 생각하는 평범함이 강점이 된 과 달리 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치곤은 제 안에서 끄집어내기 쉽지 않은 모습이에요. 이제까지는 원래 모습에서 출발하는 연기였다면 이번엔 치곤이 중심에 있고 그 안에 제가 들어가서 흡수하는 작업이었어요.”

10년 뒤, 정말 좋은 배우의 자리를 노리다
김태훈│아저씨, 멋져요김태훈│아저씨, 멋져요
실제로 인터뷰를 하는 내내 김태훈에게선 치곤의 피곤 섞인 결연함이나 호전적인 마초의 느낌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실물과 화면이 다르다더라”는 말처럼 스크린에서 본 김태훈과 눈앞에서 조심조심 말을 이어가는 그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말수가 적진 않았지만 모든 답변에 신중했고, 결혼과 아이 등 개인적인 질문에 있어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해 말할 때 김태훈은 100kg의 거구를 메다꽂은 형사 치곤처럼 거침이 없었다. “10년 쯤 뒤에는 정말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앞으로는 아주 못된 남자, 정말 재수 없는 남자를 해보고 싶어요. 전형적으로 뻔하게 재수 없는 게 아니라,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 나오는 사람처럼 아닌 척 하는데 정말 밝히는 거 있잖아요.” “제대로 말썽 한 번 피워본 적 없는 착한 아들”인 그가 연기하는 재수 없는 남자는 어떤 모습일지 선뜻 떠올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오면 김태훈은 신식처럼 상태처럼 그리고 치곤처럼 보는 이의 가슴팍을 날카롭게 파고들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아직은 ‘훈훈한 아저씨’에 좀 더 머물러있길 바라게 되지만.
글. 이지혜 seven@
사진. 이진혁 el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