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을의 반란 ‘하녀들’, 사극 열풍 재점화 할까

JTBC '하녀들'

JTBC ‘하녀들’

‘하녀들’이 새해 안방극장에 사극 열풍을 다시 불러올 전망이다.

지난해 안방극장 효자 드라마였던 사극들이 예상 외의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 된 가운데, 종합편성채널 JTBC ‘하녀들'(극본 조현경 연출 조현탁 제작 드라마하우스, 코너스톤)이 조선연애사극이라는 장르를 내걸고 다시 사극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하녀들’은 단순하고 직설적인 제목과 연애사극이라는 시도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이 퓨전사극으로 예측한 것과 달리,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이야기 구조에 트렌디한 정통 사극이라는 색을 입혀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했다.

‘하녀들’은 조선연애사극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만큼 양반과 노비를 넘나드는 신분 속에서 펼쳐질 뜨거운 러브 스토리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담장 아래서 벌어지는 남자 노비와 하녀들 사이의 은밀한 사랑, 그리고 양반과 노비의 이뤄질 수 없는 어긋난 사랑 또한 격정 로맨스에 또 한 번 불을 지피며 본방사수의 유혹을 제대로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하지만 ‘하녀들’의 진짜 이야기는 조선의 갑에서 을로 전락하게 되는 국인엽(정유미)의 비극적 삶이다. 1~2회에서 그녀는 개국공신의 무남독녀로 강단있으면서도 효심 깊은 여인으로 그려졌다. 신분이 낮은 하인들을 엄히 꾸짖는 것을 옳다 여기는 이 조선의 단호한 여인은 그녀의 사소한 한 마디로 인해 생사를 오갈 ‘아랫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이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3회부터는 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리면서 하녀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등장인물 중 가장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갈 인엽이 양반으로서의 자존심을 접고 어떻게 하녀의 삶을 견뎌낼지 이목을 집중케 하고 있다. 특히 천한 노비라는 이유로 무명(오지호)을 하대하던 인엽이 하루아침에 그와 같은 신분으로 대면하게 되면서 이들에게 어떤 인연이 시작될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동안 왕실과 양반의 사랑을 주로 다뤘던 기존 사극과는 달리 노비들에 집중하는 만큼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노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노비들은 양반을 뛰어넘는 우월한 모습으로 통쾌함을 선사할 예정. 최근 몇년 사이 ‘갑을문제’가 커다른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시대, ‘하녀들’이 국인엽의 삶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게 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하녀들’은 이처럼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이를 트렌디하게 풀어낸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을 통해 생명력을 얻은 개성넘치는 캐릭터 열전으로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때로는 도도하고 때로는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던 반가의 규수 정유미와 그만을 일편단심 바라보는 사랑꾼 김동욱(김은기 역)의 달달한 포옹신은 첫 회부터 설렘을 선사했다. 더불어 실수로 입술을 부딪치며 묘한 첫 만남을 가진 정유미와 오지호(무명 역)까지, 첫 화부터 두 남자와 스킨십을 한 정유미에게 벌어질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1~2회의 시선은 주인공 세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고, 단지(전소민), 떡쇠(김종훈), 옥이(김혜나), 사월이(이초희)를 비롯한 다양한 등장 인물들에 고루 전해졌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꿈틀거리며 그 생명력을 전하고, 그들의 관계 속에 도사린 여러 보이지 않는 이면들이 궁금증을 자극한다.

‘하녀들’은 방송 초반부터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영상미, 아기자기한 규방의 볼거리 등으로 트렌디한 사극으로서 존재감을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신분과 계급 속 운명의 소용돌이에 맞서 거침없이 나아가는 청춘남녀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이 시대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시선이 집중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