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스페셜> ⑤│이태성 “단막극은 TV 속 작은 영화”

KBS <드라마 스페셜> ⑤│이태성 “단막극은 TV 속 작은 영화”

KBS 5회 ‘옆집 아줌마’는 이태성과 선우선의 첫 단막극이다. MBC 과 KBS 가 막을 내린 2년 사이 이태성은 MBC 에서 귀한 외아들 대접을 받았고 MBC 으로 주목받은 선우선은 SBS 에서 우아하고 거칠 것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영화를 찍는 것 같은 촬영장 분위기와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청년”, “복잡한 감정과 상처를 지닌 옆집 아줌마”로 달라진 캐릭터 덕분에 그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옆집 아줌마’ 촬영에 임하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에서 막바지 촬영을 하고 있는 이태성과 선우선을 만나 첫 단막극에 도전하는 소감을 들어보았다.

처음 ‘옆집 아줌마’ 대본을 받고 어땠나.
이태성 : 작품마다 항상 캐릭터를 중요하게 보는데, 병훈은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역할이었다. 한 마디로 순수한 바보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취직도 못하고 심지어 애인까지 뺏기는 어눌한 청년이다.
선우선 : 보통 드라마에서 접하기 힘든 미스터리 로맨스 장르라는 점이 재밌었다. 독립영화나 단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실험적인 부분도 있었고, 내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고 지쳐 있었는데 대본에 나오는 글이나 단어들이 많이 와 닿았다. 특히, 극 중 병훈과 미주가 중남미 문화원에 가는데, 그 곳 화장실 벽에 ‘당신의 최소한의 임무는 무엇인가? 당신은 우연히 태어난 것이 아니다. 명심하라’는 문구가 있다. 그 명언이 적잖게 내 심장에 스며들었다.

“단막극은 영화 촬영을 하는 기분”
KBS <드라마 스페셜> ⑤│이태성 “단막극은 TV 속 작은 영화” 미스터리 로맨스라는 장르가 흔하지 않은데, 처음에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선우선 : 처음에는 미스터리 로맨스라 해서 재밌는 아이디어 같기는 한데 무슨 장르인지 와 닿지는 않았다. 사실 스토리가 약간 진부할 수 있는데, 시공간을 초월하는 구성 때문에 재밌게 보여질 수 있을 것 같다.
이태성 : 과거와 현재가 계속 반복되는 구성이라 작품이 어떻게 완성될지 기대된다.

둘 다 첫 단막극 출연이다. 일일드라마나 미니시리즈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태성 : 어떻게 보면 단막극은 TV 속 작은 영화다. 그래서인지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의 열정이 굉장하다. 카메라 감독님은 카메라 앵글에 많은 신경을 쓰고, 감독님은 각 장면마다 욕심이 강한 것 같고.
선우선 : 그래서 꼭 영화 촬영을 하는 기분이다. 일일드라마나 미니시리즈 같은 경우는 시간에 쫓겨 촬영하기 때문에 욕심을 내고 싶어도 한계가 있는데, 단막극은 시간의 여유가 있다 보니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다.
이태성 : 개인적으로는 연기 시간을 많이 줄여야 했다. 내가 한 장면에서 10초를 연기하면 감독님은 반으로 줄이라고 요구한다. 감정을 농축해서 필요한 부분만 연기해야 하는데, 좀 길게 가야 하는 감정 신 같은 경우엔 줄이는 작업이 어려웠다. 그래도 9개월 동안 일일 드라마를 하면서 순발력이나 대처능력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단막극 촬영에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감독이 장면에 공을 들일수록 배우들은 에너지 소모가 많을 것 같은데, 힘든 점은 없나.
선우선 : 나는 그게 더 좋다. 에너지를 다 쓰고 났을 때의 상쾌함, 내 자신을 괴롭히고 난 뒤 희열을 느낄 수 있으니까.
이태성 : 이 작품이 전체적으로 감정신이 많아서 촬영할 때마다 진이 빠지는 것 같다.
선우선 : 그건 맞는 말이다. 밤샘 촬영은 힘들지 않은데, 감정신에서 에너지를 많이 쏟다보니 좀 힘들긴 한다.

병훈과 미주는 각자 마음속에 상처가 있고 소박한 캐릭터다. 전작 MBC 의 유진이나 SBS 의 우정과는 다른 타입의 인물인데, 처음 대면하면서 느낌이 어땠나.
이태성 : 처음 대본을 보고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 에서 깔끔하고 스마트한 외아들 역할을 1년 정도 해왔는데, 이번에는 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온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겨우 보험 설계사로 취직해서 정장을 입긴 하지만, 전혀 멋스럽지 않은 옷이다. 머리 감고 아무것도 안 바르고 그냥 이렇게 온다. (웃음) 감독님이 병훈에 대해 거품 없는 순수한 인간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에 나도 의상이나 헤어에 대한 욕심부터 버렸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도 빨리 잡혔고.
선우선 :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전에 내가 맡은 캐릭터의 옷을 빨리 입는 스타일이다. 미주는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인데, 가상으로 미주의 방을 만들어서 상상을 많이 해 봤다. 집안에 가구를 나열하듯 미주와 주변 인물들을 그려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깊고 진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희망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
KBS <드라마 스페셜> ⑤│이태성 “단막극은 TV 속 작은 영화” 성격이나 옷차림은 다르지만, 여전히 연하남 캐릭터다.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이태성 : 계속 연하남 이미지로 굳혀질까봐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극 중 관계가 연상-연하일 뿐이지 대본상에서 연하남의 모습이 보이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단지 극을 이끌어가는 관계가 연상-연하인 거다.

병훈은 취직도 잘 못하고 친한 친구에게 애인까지 뺏기고, 미주 역시 폭력적인 남편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 때문에 서로에 대한 감정이 사랑보다는 연민에 가까웠을 것 같은데.
선우선 : 미주에게 병훈은 희망의 열쇠가 되어 준 친구다. 미주가 삶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 병훈이 나타난다. 병훈의 존재도 그렇고, 병훈 덕분에 알게 된 아르헨티나 모두 미주에게는 새로운 세계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의 감정으로 둘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면서 점점 플라토닉한 사랑으로 발전하는데, 깊고 진한 사랑보다는 내면적인 부분을 더 많이 보여준다.
이태성 : 드라마를 보면 두 사람의 직접적인 러브신도 없고, 서로에게 확실하게 마음을 보여주거나 그런 걸 주고받는 장면도 없다.

단막극으로 시작한 배우가 미니시리즈나 일일드라마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이태성 : 각 드라마별로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통 단막극-주말드라마-미니시리즈 같은 단계가 있고, 미니시리즈가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순서를 정한다기 보다는 어떤 감독, 어떤 작품을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