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한 번쯤 <페퍼민트> 같은 무대에서 노래도 불러보고 싶다” -1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박지선은 한 무리의 중년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퇴근길에 박지선과 마주친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누고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함께 찍고 싶어 했다. 그리고 올해 스물여섯 살의 아가씨, 박지선은 조금도 쑥스러운 기색 없이 아버지뻘의 남자들과 사진을 찍어 준 뒤 싹싹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 KBS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의 수많은 연기자 가운데서도 특히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박지선은 카메라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실제로 만나 본 박지선은 ‘조선왕조부록’의 원빈보다 거침없고 ‘봉숭아 학당’의 연애술사보다 예리했다. 그리고 그가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털어놓은 이야기, ‘엄친딸’ 보다는 ‘옆집 딸’같은 매력의 소유자인 박지선과의 대화는 끝내기가 진정 아쉬운 수다였다.

10 지난주에 연변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어떤 일 때문이었나?
박지선
: 3박 4일 일정으로 공연하고 왔다. 지난번에 이수근 선배가 ‘1박 2일 – 백두산 편’ 촬영을 갔는데 현지 분들이 다들 ‘키컸으면’을 따라하고 <개콘>을 정말 좋아하신다더라. 그래서 기획된 공연이다. 대신 이럴 땐 <개콘> 멤버가 다 가는 게 아니니까 나는 예전에 했던 ‘삼인삼색’을 보여드리고, ‘봉숭아 학당’을 하면 김준호 선배는 5년 전에 하셨던 이장님 캐릭터로 같이 하는 식이다. 서로 다른 사람 코너에 가서 애드리브도 해주고.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면 마음을 못 숨긴다”

10 외국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이었을 텐데, <개콘> 무대에 비해 분위기는 어떤가?
박지선
: 편하다. 아무래도. 카메라로 찍는 게 아니니까 그냥 관객들과 편하게 통할 수가 있다. 이를테면, 연변에는 ‘와하하’라는 생수가 있다. 만약 방송이라면 심의 때문에 상표 이름을 말할 수 없지만 이번엔 방송이 아니니까 “아, ‘와하하’네?”하는 대사를 쳐서 현지 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가능하고. 그래서 좋았다.

10 하지만 공연 때문에 설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했겠다.
박지선
: 떡국도 못 먹었다. 하지만 <개콘> 하다 보니 이젠 명절 개념이 없어졌다. 추석, 설날, 크리스마스, 연말. 그런 거 없다. 작년 12월 31일에도 녹화했다. 그래서 매일 매일이 <개콘> 녹화하는 수요일 같다. 녹화 끝나고 나면 또 녹화할 거 같고, 자고 일어나면 또 녹화할 거 같고. 물론 이것도 출연하는 코너가 계속 있다는 거니까 행복한 소리다. 하하.

10 그런데 작년에는 1년에 한 번 있는 <개콘> 여름휴가 때 놀러가지도 않고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녹화장 주위를 맴돌았다던데. (웃음)
박지선
: 하하하. 원래는 코너 짜러 나갔는데, <러브레터> 리허설 보는 걸 워낙 좋아해서. 게다가 큐시트를 보니 다이나믹 듀오가 나온다는 거다! 그래서 신나게 보러 갔다. 난 그렇게 좋아하는 마음을 잘 못 숨긴다. 내가 소속사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어떤 연예인들은 방송 나와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도 회사에서 티를 못 내게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난 그렇게 못 하겠다.

10 만약 소속사가 생겼는데 ‘다른 연예인 좋아하는 티 내지 말라’ 고 하면 어쩔 건가.
박지선
: 난 계약 조건에 넣을 거다. 하하.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만났을 때 들이대게 해달라고. 7대3, 5대5, 이런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

10 보통 여자 연예인들이 누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팬들은 ‘우리 오빠한테 들이댄다’ 면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박지선 씨에게는 오히려 친근감이나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박지선
: 방송 콘셉트 때문에 “좋아, 좋아” 하는 게 아니라 나는 진짜 팬이었어서 그런 것 같다. 동방신기의 시아준수 같은 경우도 대학 때부터 팬이었다. 팬 카페 열성 회원이었는데 졸업반 될 때까지 하루에 수백 번씩 거기 접속해서 정신 줄 놓고 있는 내가 너무 오타쿠 같아서 자진 탈퇴했다. 그러고 나면 공부 좀 하겠지 싶었는데 결국 다른 친구 아이디 빌려서 들어가곤 했다. 하하. 시아준수 대표 팬이었고, 샤이니 종현 군도 좋아한다. 노래 잘 하는 아이돌이 좋다.

“한 번쯤 무대에 서서 노래도 해보고 싶다”

10 동방신기 콘서트가 2월에 있는데.
박지선
: 하아…그런데 <개콘> 일정 때문에 못 가지 않을까? 아, 그리고 사실 최근에는 ‘정성하’라는 열세 살 천재 기타리스트 소년한테 꽂혀서 팬 카페에 가입했다. 하루 두 번씩 들어가서 본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정모도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째 점점…점점…어려지는 것 같다. 이러다 왕석현 군이랑 결혼하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으하하.

10 자타 공인하는 유희열의 열성팬이다. 유희열이 진행하는 KBS <라디오 천국>에도 몇 번 출연했는데, 데뷔 후 최고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박지선
: 솔직히 말해서, 동방신기 봤을 때도 그렇게는 안 떨렸다. 다니엘 헤니랑 마주쳤을 때도. 그런데 유희열 오빠 앞에서는 얼굴이, 빨간색도 아니고 팥죽색이 됐다. 말도 엄청 버벅거렸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연예인이 아닌 청취자이고 싶어서 “개그맨 박지선입니다” 대신 “구로구 개봉동 사는 박지선입니다”라고 말했다. 유희열 오빠는 실제로 만나보고 나서 더 좋아진 분이다. 정말 최고의 디제이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면 날 무서워할 만도 한데 안 무서워하고 잘 웃어주셨다. 다른 분들은 좀 무서워하시던데. 하핫.

10 블로그에 올리는 내용의 절반 이상이 음악 얘기일 만큼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주위에 추천하고 다녔다던데, 음악은 어떤 경로로 찾아 듣는 편인가.
박지선
: 라디오를 많이 듣는다. 대중가요보다는 비주류 음악을 많이 틀어주는 프로그램들, ‘싸구려 커피’도 <라디오 천국>에서 자주 틀어줬던 음악인데 그 때 듣고 장기하 씨는 뜰 줄 알았다. 만약 라디오를 제 날짜에 못 들으면 선곡표를 찾아보고 검색해서 노래를 듣고 CD를 산다. 내 소원이 벽 한 면을 CD로 꽉 채우는 거다. 그리고 음악 쪽 일 하시는 분들과 얘기하는 것도 좋아해서 그 분들에게 추천을 받기도 한다. 장르는 특별히 안 가리고 다 듣는다.

10 얼마 전에 ‘봉숭아 학당’ 칠판에 ‘떠든 사람 장기하’라고 써있던데 직접 썼는지 궁금했다.
박지선
: 그건 원래 쓰는 담당이 따로 있는데, 요즘에는 박성호 선배가 쓰신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박성호 선배 급은 되어야 ‘전학 간 사람 박준형’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칠 수가 있다. 동기니까.

10 음악 하는 분들 만나서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면 KBS <페퍼민트>의 이하나 씨가 부럽지 않나?
박지선
: 정말 부럽다. <페퍼민트> 리허설이나 본방도 자주 가서 본다. 이하나 언니와도 몇 번 인사하고 그랬다. “어, 또 오셨네요?” 그러실 정도로. 하하. 어쨌든 정말 부럽다. 그래서 혼자 <박지선의 박하사탕> 이런 프로그램을 상상해 본다. 아니면 <러브레터>에서 김제동 선배가 코너 맡으셨던 것처럼 <페퍼민트>에서 짜투리 코너라도 좋으니까 들어가고 싶다. 한 번쯤 무대에 서서 노래도 해보고 싶고.

“연애술사 캐릭터, 처음에는 장동건도 사랑에 빠지는 팜므파탈”

10 그렇지 않아도 밴드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의 공연에서 스테이시 오리코의 ‘Stuck’을 부르는 동영상을 봤는데 라디오에서 생목으로 흥얼거릴 때와는 달리 너무 잘 해서 놀랐다.
박지선
: 에이, 아니다. 노래하는 것 보다 듣는 걸 훨씬 좋아한다. 그건 그냥 남자들한테 잘 보이려고 이렇게 찍으면서 (손가락질 하며) 부르는 노래 하나씩 있지 않나. 그런 거다.

10 그래서 누굴 찍었나.(웃음)
박지선
: 많이 찍었다, 이 손가락으로. 하하.

10 그런데 정작 연애는 한 번도 못 해봤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박지선
: 어휴…근데 진짜 연애, 솔직히 말해 스물여섯 살 되도록 연애 한 번 못한 건 너무 창피한 거다. 고등학교 때, 20대 초반에, 20대 중반에 연애하는 경험은 다 다르다는데 나는 지금까지 그걸 다 놓친 거니까. 이젠 창피해서 어디 가면 그냥 한 번은 해봤다고 해야겠다. 휴, 이런 바보가 없다.

10 그럼 요즘 <개콘>의 ‘봉숭아 학당’에서 “지금 황금 같은 주말 저녁에 집구석에서 <개콘>을 보고 있는 우리 여성분들!”이 자기 얘기라는 건데, 연애술사 캐릭터는 어떻게 나온 건가.
박지선
: 여성학자 캐릭터를 오래해서 소재 고갈이 왔다. 감독님이 새 캐릭터를 만들어 보라고 하셔서 처음에는 남자를 유혹하는 팜므파탈을 만들었다. “아, 동건이? 동건이는 연기 잘하나? 내 앞에서는 연기가 참 서툴렀어. 날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거든.” 이런 식으로. 그런데 너무 정적인 느낌이라 연애술사로 바꾸고 “의사를 만나고 싶으세요? 그럼 지금 당장 차에 뛰어드세요. 6개월 동안 정형외과 의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같은 멘트를 넣었다가 거기에 “스텝 원!”같은 장치를 하고 “차암~ 쉽죠?”라는 말을 넣었다. 그러니까 관객들이 보기에는 그냥 단번에 바뀐 것 같겠지만 나는 여성학자를 연기하면서 3, 4주 동안 연애술사 캐릭터를 동시에 준비했다. 새 캐릭터를 선보일 때는 항상 떨린다. 이게 안 터지면 큰일 나니까.

10 연애도 못 해봤는데 지난 주 ‘봉숭아 학당’에서 한민관 볼에 뽀뽀는 했다. 괜찮은가. (웃음)
박지선
: 에이, 그런 건 공연이라 하는 거니까 상관없다. 그렇게 치면 나는 바람둥이게? 내 첫 뽀뽀 상대가 ‘귀신이 산다’라는 코너에서 이종훈 선배였다. 그 뒤로 박성광 오빠, 장동민 선배, 한민관 선배까지 거쳤다.

10 이렇게 된 김에 <개콘>에서 누구랑 꼭 한 번 해봐야 겠다는 생각은 없나? (웃음)
박지선
: 음, 허경환 오빠랑 한 번 해야지. 한 번 거쳐 가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송병철, 김기열 선배…한 명만 더 해서 F4를 채우면 박휘순 선배? 하하하!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